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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현우 Apr 05. 2017

[유럽 여행] 버스 기사들은 무임승차를 신경쓰지 않는다


티켓 구하기

프랑스 파리에 나비고라는 기간 정액제 티켓이 있다면, 이탈리아 로마에는 로마 패스라는 게 있다. 로마 패스를 통해서는 박물관 무료 관람 및 할인을 받을 수 있고 대중 교통 이용시에 티켓으로도 활용할 수 있다. 다빈치 공항에 내리면 구매할 수 있는 공간이 있다.



로마 패스는 카드 형태다. 버스에 탑승할 때는 단말기에 띡하고 찍으면 쓸 수 있고, 지하철을 탈 때는 한국과 동일하다. 패스는 각각 24, 48, 72시간 짜리가 있는데, 처음 카드를 쓴 시점부터 시간이 시작된다. 패스의 기간이 끝나면 어떻게 해야될까? 또 패스를 구매할 수도 있겠지만 패스가 다 끝난 시점이라면 이미 로마에서의 여행일정이 막바지일 것이니 원데이 티켓 정도를 구매하는 게 합리적일 것이다.




지하철의 경우는 지하철 역에서 단말기나 사람을 통해 구할 수 있었으나 버스는 좀 경우가 좀 달랐다. 거주민에게 물어보니 "저기서 사라"고 했는데 "저기"는 잡다한 물건들을 파는 슈퍼였다. 티켓을 사면 종이로된 카드 사이즈의 티켓을 준다.

티켓 쓰기

티켓을 구매하고 버스를 탔는데 어떻게 써야되는 지 모르겠더라. 카드 때처럼 찍어봤으나 당연하게도 단말기는 반응이 없었다. 필자는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에서 설명되는 남성과는 다르게 모르는 게 있으면 그냥 아무나 붙잡고 물어본다. 옆에 여성이 있건 남성있건 상관 없다. 버스 기사에게 물었다. "이거 어떻게 쓰는 거에요?"



기사는 살짝 곁눈질하더니 무시했다. 버스는 정차중이었고 앞으로 가는 중도 아니었다. 대놓고 무시하는 게 빡이 쳐서 아무것도 모르는 바보같은 청순한 아시안의 표정을 하며 한번 더 물었다(시간은 금이다). "이거 어떻게 쓰는거에요?" 그러자 기사는 눈빛은 정면을 여전히 응시한 채 신경질적으로 고개를 뒤로 올렸다. 손가락조차 쓰지 않고 고개를 깔작대며 방향을 알려준 거다. 고개가 지시한(?) 방향을 보니 단말기가 있었다. 저걸 또 쓰는건가? 여행지에선 아무래도 긴장을 하다보니 당연한 것에도 의문을 가지게 된다.


이번엔 기사가 아닌 승객에게 물었다. "이거 어떻게 쓰는거에요?" 그러자 여전히 단말기 위쪽의 구멍에 손가락질을 해줬다. 구멍에 티켓을 넣었다. 뱉었다. 티켓을 이케이케 뒤집어서 다시 넣었다. 그제서야 단말기가 통과되었다는 신호음을 냈다. (아래의 티켓 사진을 보면 시간이 입력되어있다는 걸 확인할 수 있다)


검표는 어떻게?

버스를 탄 뒤에 이해가 안간 게 있다. 아무리 봐도 버스 기사는 검표할 생각이 조금도 없어보였고, 막상 내가 무임승차를 했어도 그다지 제재를 할 것 같지 않았다. 이는 나만의 착각일 수도 있었으니 버스를 타는 승객들을 계속 관찰했다. 카드를 찍거나 티켓을 단말기에 넣는 사람은 잘 보이지 않았다. 간혹 티켓을 찍는 사람들은 누가봐도 명백한 여행객들 뿐이었다.


그런데 내게 더 흥미롭게 보였던 건 카드를 찍지 않는 승객들이 아니라 그러거나말거나 신경쓰지 않는 버스 기사였다. 정말 아무런 관심도 주지 않았다. 이는 한국의 버스 기사들과는 상당히 다른 모습이어서 놀라웠다. 한국의 버스 기사들은 카드를 찍는지도 확인하고 지폐를 넣으면 잔돈을 거슬러주기도 하잖나. 그런데 로마의 버스 기사는 그런 것에 관심이 없어보였다. 의문이 들었다. 이런 식으로 장사해서 대중교통이 유지가 되나? 하는.


버스기사가 검표를 하지 않는 이유

이유가 있었다. 로마의 버스 기사들은 한 때 검표를 했다. 그러던 어느날 버스 기사들은 생각했다. "우리가 버스 기사인데. 왜 검표까지 해야되나?" 이에 버스 기사들은 시위를 했고, 정부는 받아들였다. 그래서 로마의 버스 기사들은(다른 지역은 어떤 지 모르겠다) 운전을 하게 되었다.


그럼에도 검표를 하긴 해야하니 검표원이라는 직업이 생기게 되었는데, 한 때는 모든 버스에 검표원이 탑승을 했지만, 인건비 등의 문제로 지금은 검표원이 무작위로 버스를 탑승한다. 만약 검표원들이 특정 버스를 검사하기로 마음 먹으면 탑승한 모든 사람들의 표를 검사한다. 버스의 앞뒤문을 다 막고 검사를 실시하므로 뒷문으로 도망을 친다거나 할 수 없다. 많은 여행객들이-한국인을 비롯하여-이때 티켓값의 10배에 달하는 벌금을 문다. 단순히 티켓을 소지하면 안되고 단말기를 통해 티켓을 사용해야 벌금을 물지 않는다. 왜 그럴까?


로마의 대중 교통 티켓 시스템은 한국이랑 다르다. 티켓이 시간 단위로 판매되기 때문에 1시간짜리 티켓을 구매하거나 1일짜리 티켓을 구매한 뒤 티켓을 사용하면 사용한 시점부터 그 티켓은 유효한 티켓이 된다. 티켓이 단말기를 통해 유효한 티켓이 되면 일일이 버스를 탈 때마다 단말기를 찍지 않아도 된다. 내가 현지인들을 관찰했을 때 단말기에 카드찍는 자들을 많이 보지 못한 이유는 그들은 이미 이전에 티켓을 찍었기 때문일 것이다. 무임승차자도 있긴 있을 거다. 한번은 현지인에게 "버스 티켓은 어디서 사냐"고 물으니까 "그냥 타라 어차피 검사 안한다"라고 했다.


1시간짜리 티켓을 구매해놓고 오늘 버스를 탈 때 사용하지 않으면 내일도 그 티켓을 사용할 수 있게 된다. 그러면 오늘은 티켓을 쓰지 않고 버스를 이용한 게 된다. 말그대로 무임승차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단말기에 티켓을 넣으면 "이 티켓은 몇시 몇분에 사용되었다"라는 식의 표시가 남게 된다. 1시간짜리 티켓이라면 티켓을 쓴 시점부터 1시간만 유효한 티켓이다. 그런데 버스를 타놓고 티켓을 단말기에 찍지 않았다면? 무임승차인 거다. 여행객들이 벌금을 무는 이유는 단순히 티켓을 소지만하고 "몇시에 사용했다"라는 표시를 남기지 않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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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버스 기사들은 운전도 하고, 검표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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