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성비충은 오늘도 피곤하다.
이 글은 지극히 개인적인 글이므로 당신에게 1의 도움도 되지 않는다.
2014년 초, 아이폰5s를 구매하다.
당시에는 "모두가 미워하는 그 법"이 없었다. 삼성-제조사와 이통사들은 대한민국의 법이 할인을 통제해주길 바랬다. 그래야 다같이 사이좋게 할인을 안할 수 있으니까. 삼성의 더러운 욕망은 근혜 히메의 걱정-휴대폰을 사려고 새벽에까지 줄을 서는 사람들은 없어야한다-이 되었고, 결과적으로 단통법이라는, 소비자들에겐 전혀 도움이 안되지만 재벌들에게만 도움이 되는 헬조선에 어울리는 법이 탄생되었다.
다행이도 내가 폰을 살 당시는 "모두가 미워하는 그 법"이 탄생하기 전이었기에 비주기적으로 '대란'이 터졌다. 대란은 폰이 싸게 풀리는 때를 일컫는다. "지금 대란 터졌다"라고 하면 지금 폰이 싸게 팔리고 있다는 의미다. 재밌는 건 2017년의 지금도 대란이 터진다는 것이다. 예전보다 더욱 은밀한 방식으로. 한가지 예를 들면, 요즘엔 스마트폰에서 울리는 진동수로 가격을 알려준다. 진동이 세번 울리면 10만 자리의 숫자가 3이라는 의미다. 그 다음 두번이 울리면 2. 32만원. 원가에서 32만원을 빼면 가격이 나오는 식이다. 그들은 어떻게든 답을 찾는다.
당시에 갤럭시S2를 쓰고 있었다. 갤럭시는 액정이 깨져있었다. 조립식 컴퓨터 내부를 청소하는 와중에 플래시를 켜놓은 폰을 실수로 떨어뜨렸는데, 그게 우연히도 그래픽 카드 모서리에 떨어졌다. 수백번은 떨궜음에도 멀쩡하던 액정이 그래픽 카드 모서리에 부딫히자 한 방에 가셨다. 물론 사용은 가능했다. 홈 버튼을 기준으로 사방으로 뻗어가는 뭔가 멋스러운 무늬를 그리며 깨졌고, 액정 상단은 멀쩡했기에 한 때 만나던 여성분의 아름다운 얼굴을 보여주는데에도 전혀 무리가 없었다. 그래서 많이들 그러듯 액정 깨진 폰을 그냥 계속 썼다. 갤럭시S2는 누가뭐래도 잘 나온 폰이었고, 현역이었다.
그럼에도 깨진 폰은 깨진 폰이다. 액정이 깨졌고, 2년 약정도 끝났겠다. 기회를 봤다. 그러던 찰나에 대란이 터졌다는 걸 알게됐고, 강변테크노마트로 향했다. 가게를 두 번인가 들렀을까? 아이폰5s는 0원에 풀리고 있었고, 갤럭시 노트 최신 기종은 15만원에 풀려있었다. 나는 아이폰을, 마마님은 갤럭시노트를 해서 두 놈을 15만원에 구입했다.
4년째 쓰고 있는 아이폰5s
2017년 4월인 지금, 나는 여전히 여전히 아이폰5s를 사용하고 있다. 4년차다. 딱 요 시기에 폰을 샀으니까 4년째라고 해도될 듯 하다. 4년째쯤 되니까, 폰이 느리다고 생각하게 됐고, 화면이 너무 작은 것 같다는 생각도했고, 4년째가 되니까 폰을 좀 바꿔도 되지 않는가 하고 생각했다. 아이폰7이 나왔을 때도 폰을 바꿀까 고민했고, 최근에 나온 갤럭시S8을 보고도 뽐뿌가 왔다.
어떤 폰이 좋을까고민하던 찰나에 폰이 갑자기 먹통이 됐다. 아이폰은 켜지지가 않았고 충전이 되지도 않았다. 충전 케이블을 꽂고 충전을 시도해도 전혀 충전이 되지 않았다. 폰이 맛이 간 것이긴 했지만, 왠지 후련했다. 폰을 바꿀까 말까 고민하는 게 내 나름대로는 은근히 에너지가 소모되는 일이었는데, 이제 폰이 맛이갔으니 그런 고민을 할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후련함도 얼마 가지 않았다. 베터리가 문제가 있는 거면 베터리만 교환해도 되는 것 아니겠능가!하는 프로가성비충의 의문이 고개를 들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옵션은 오히려 더 늘어났다. 베터리를 교환하고 폰을 계속 쓰는 것과 새로운 폰으로 교환하는 것으로.
그래서 4월 12일 수요일에 강변 테크노마트를 갔다. 아이폰7 매트 블랙 128G로 교환할 생각이었다. 그런데 생각했던 것보다 부르는 숫자가 너무 높았다. 한 60정도 부를 줄 알고 여유있게 5만원 짜리 16장을 들고 갔는데 처음 찾아간 곳에선 83을 불렀고, 두번째 찾아간 곳에선 "전에 갔던 곳에선 83을 부르던데요"라고 했다가 "거기서 가격 말하면 안된다고 말 안했어요? 딴 데 가세요"라며 쿠사리 아닌 쿠사리를 들었다. 폰 구매를 도와주기 위해 함께 강변에 온 프로폰구매러 동생은 내게 "형, 그냥 제가 다 알아서 할테니까 가만히 있으세요"라고 했다. 암묵적인 룰이 있는 모양.
결국 폰은 못구했다. V20이나 G6을 살까 잠시 고민을 하기도 했지만 V20을 살 바엔 그것보다 진화된 형태의 G6을 사는 게 낫고, G6을 살 바엔 그보다 빠른 칩을 사용하고 있는 S8을 사는 게 나았는데 S8은 아직 출시를 안했고 출시는 코 앞이기 때문이다.
결국 같은 건물에 있는 AS센터에 가서 베터리를 교환하는 게 낫겠다는 판단을 했다. 그런데 막상 업체를 찾아가니 폰은 멀쩡하다고 했다. 5년간 쓴 베터리는 용량이 86% 정도로 굉장히 준수했다. 문제는 폰의 베터리가 아니라 케이블이였다. 싼 맛에 짝퉁 케이블을 썼는데 고장난거던 것. 보통음 3개월 이상은 써서 당연히 케이블 문제는 아닐거라 생각했는데, 지금까지 운이 좋았던 모양이다. 결국 아이폰5s는 멀쩡했다.
바꿔야하나?
내 폰은 정상적으로 작동한다. 최신 폰에 비해 느리긴하지만, 아니, 최신도 아닌 폰들에게도 밀리는 수준의 폰이긴하지만, 그럼에도 역할에는 충실하다. 전화를 걸고받고, 문자를 보내고받고, 이메일을 보내고받고, 유튜브를 보고 또 업로드하는 데에도 그다지 지장이 없다.
하지만 그럼에도 최신폰들은 매력적이다. 갤럭시S8의 광활한 화면은 최순실과 정유라를 서포트했던 삼성을 잊게 만든다. 나는 도무지 S8을 구매하는 사람들을 비판할 수가 없다. 그깟 폰 하나 안산다고 삼성이 망하지도 않을 뿐더러, 물건 자체가 가지는 매력이 거부하기 힘들 정도로 강렬하기 때문이다.
바꿔야하나?가 아니다. 바꾸고 싶은가?가 던져야할 질문이다. 21세기의 우리가 언제부터 물건을 '필요'로 구매했던가? 물건을 사서 기분이 좋으면 그것으로 된 것 아니겠는가. 부처의 말마따나 삶은 씨발이므로 일정 정도의 씨발비용에는 스스로 너그러워져야하는 것 아니겠는가.
조만간 갤럭시S8가 4~50에 풀릴 것 같은데, 바꿔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살지말지 고민하는 것도 이제 피곤시럽다. 하지만 지름에 관한 고민은 끝나지 않을 거다. 2011맥북프로를 2016년 터치바 맥북프로로 바꿀지도 고민 중이거든. 빨리 로또가 당첨되어야 한다. 당첨이 안된다. 로또를 안사서 그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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