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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현우 May 11. 2017

<에일리언 커버넌트>: 에일리언 퀸이 나오지 않는 이유

너무도 당연하다.

*<에일리언> 시리즈의 모든 내용을 다룹니다. 

제노모프의 아우라

앞서 <에일리언>시리즈에 관해 적은 글이 있다. <성공하는 속편의 조건>에선 <에일리언>의 후속작인 <에일리언스>가 왜 잘 만들어진 속편인지에 대해서 밝혔다. 요약하자면, <에일리언스>는 <에이리언>의 소재만 따오고 완전히 새로운 영화를 만들었다는 이야기다. 2편이 더 잘만들었다는 이야기가 아니니 오해하지마시라. 말 그대로 1편과는 다른 2편이 만들어졌다는 이야기일 뿐이다. 


Xenomorph 제노모프 


에일리언이란 명명으로 더 유명한 외계 생명체인 제노모프는 1편에서 공포의 대상이자 상처조차 낼 수 없는 막강한 포스를 품었지만, 2편으로 넘어가서 그 위엄은 완전히 사라졌다. 세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너무 많았다. 개체수가 많을 수록 허접하게 보이는 건 어쩔 수 없다. One and Only 그 자체가 가지는 아우라를 2편은 날려버렸다. 둘째, 너무 쉽게 죽었다. 군인들의 총에 죽기도하고, 자동 포탑에 무작정 달려들어서 죽기도 했다. 자동 포탑에 달려드는 건 나름 머리를 쓴거였긴하지만, 역시나 각 개체는 1인(?)으로 존재하기보다는 집단을 위해 존재한다는 점에서 위엄을 잃었다. 



셋째, 에일리언 퀸이 등장했다. 제노모프보다 덩치도 크고, 역할 자체가 '엄마'인 존재가 등장했으니 새끼들인 제노모프에게 위엄이 생길리가 있나? 게다가 퀸과 리플리의 대결구도가 만들어지는 순간 제노모프들의 위엄은 온데간데 없고 그저 들러리로 존재할 뿐이다.


신으로서의 제노모프

제노모프는 그저 노란 피를 흘리는 '괴물'로 만들어진 게 아니다. <에일리언>의 제노모프는 그 자체로 미지의 존재였고, 신이였다. 그렇기에 One and Only로서 한 개체만 등장했고, 영화의 마지막까지 인간에 의해 죽지 않았다. 인간인 리플리는 생존하기 위해 에일리언을 우주 바깥으로 추방시켰을 뿐이다. 그런데 제임스 카메론은 2편에서 그 제노모프의 클라스-여기선 이 단어를 써야한다-를 아래로 끌어내렸다.


나는 개인적으로 리들리 스콧이 제임스 카메론의 시도를 좋아하지 않을 거라 생각했다. <에일리언>에는 리들리 스콧의 거의 모든 것이 담겨있는 영화다. 그의 여성에 대한 관점, 우주와 우주선에 대한 덕심, 종교에 대한 덕심 등이 담겨있는 영화다. 1편에서만 해도 제노모프는 여러 메타포로 활용될 수 있었는데, 2편에 오고나서부터 제노모프는 그저 남자 성기 모양의 괴물 따위로 격하되었다. 혹자는 '퀸'을 이유로 제임스 카메론이 세계관을 확장했다고하는데, 원작자-리들리 스콧이 보기에 제임스 카메론의 '퀸'은 사짜가 아닐까 싶다.


<에일리언 커버넌트>의 에일리언: The Protomorph?

우선, <커버넌트>에 등장하는 에일리언을 무엇으로 불러야하는가하는 문제가 있다. 해외 덕후들은 <커버넌트>의 그놈을 The Protomorph로 부르고 있다. 생김새가 79년작에 나온 제노모프와 다르다는 게 이유인데, 나는 지금 <커버넌트>의 그놈을 뭐라 불러야할지 모르겠으니 에일리언으로 퉁쳐서 부르겠다. (제노모프와 프로토모프에 대해선 따로 공부해서 포스팅하겠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검은 피부의 에일리언은 이 영화에서도 One and Only의 아우라를 풍긴다. 개떼처럼 등장하지도 않고, 쉽게 죽지도 않는다. 한 번에 한 마리만 등장한다. 한 마리가 죽은 뒤에야 또다른 한마리가 태어난다. 한 놈은 거중기에 짜부가 되고 총 맞아서 죽고, 나머지 한 놈은 우주선 바깥으로 추방되는 것이다. 


에얼리언의 죽음. 리들리 스콧은 에일리언 안죽이는데? 이를 어떻게 해석해야될까? 신에 대한 리들리 스콧의 생각은 꾸준히 발전하고 변한다. 이는 <굿와이프>를 통해서도 알 수 있고, <신들의 전쟁>을 통해서도 알 수 있다. 리들리 스콧이 진정한 노장인 이유는 나이가 지긋함에도 최신 트렌드를 놓치지 않고, 꾸준히 공부한다는 거다. 진정한 오타쿠랄까? 그런 의미에서 에일리언의 죽음은 그의 신에 대한 판단이 예전과 다르다는 걸 보여주는 단서가 아닐까 싶다. 그게 뭔진 아직 짱구를 더 굴려봐야알 듯.


<에일리언 커버넌트>: 에일리언 퀸이 나오지 않는 이유

정리하자면 2편의 제임스 카메론이 기획한 에일리언 퀸은 최초 에일리언 영화인 <에일리언>(1979)의 애초 설정에 존재하지도 않았고, 1편의 리들리 스콧이 에일리언을 구상할 때 담아놓았던 메타포를 처참하게 훼손했다. 신에게 부모는 없고, 그렇기에 에일리언에게도 '엄마'는 있을 수 없다. 


<에일리언> 속 에일리언의 메타포는 <에일리언: 커버넌트>에 그대로 계승되는 듯 보인다. 퀸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에일리언>의 진정한 후속작이 전작의 감독인 리들리 스콧에 의해 나오지 않았나 싶다. 리들리 스콧은 앞으로 <에일리언> 시리즈를 계속 감독할 듯 한데, 다른 감독들이 깽판쳐놓은 걸 더이상 견딜 수가 없어서 그런 듯 하다. 자신만의 신화를 만들려는 의지가 엿보인다. 설레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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