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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현우 Sep 14. 2015

[K의 연애칼럼] 상대를 정의내리는 것의 위험성

[K의 연애칼럼] 연애잘하는 팁 2. 상대를 정의(define)내리는 것의 위험성





나는 많은 커플들이 자주 다투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로 허상과의 연애를 꼽는다. 연애 초반, 누구나 상대방에 대한 환상을 갖게 된다. 그리고 그 환상은 주로 본인이 평소에 갖고 있던 이상적인 여성, 남성의 이미지와 맞아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어머, 이 남자 어쩜 이렇게 정치에 대해 해박하고 말을 조리있게 잘 할까? 분명 다른 모든 대화 주제를 다룰 때도 이런 모습(내가 바라던 이상적인 남자의 조건)일거야….’ 이렇게 혼자 애인에 대한 정의를 내려버리면 후에 애인이 예상하지 못했던 행동을 했을 때 다투거나 실망하게 된다. 앞서 말했듯이 애인에 대한 어느 정도의 환상을 갖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리고 그에 따른 기대치가 정해지는 것도 사실이다. 그렇다면 그 환상이 시간이 지나면 깨질 수도 있고, 상대방을 알아갈수록 내가 기대했던 모습과 다를 수도 있다는 사실에도 미리 준비를 하고 있어야 한다. 



여자 A는 얼마 전 일주일간 썸’만’ 타던 남자가 일방적으로 썸을 끝내자 큰 상처를 받았다. 그녀는 실제로 연애는 시작도 하지 못했는데 마치 연애가 끝난 기분이라며 여전히 일주일간의 짧은 썸에서 헤어나오질 못하고 있다. 그 이유는 A에게 그 남자는 이미 완벽한 남자였기 때문이다. 


“좋아하는 음악 취향도 같았고, 같이 하고 싶었던 활동도 같았고, 그 사람이 꿈꾸던 미래도 너무 멋졌고, 좋아하는 술집도 같았고….. 완벽한 남자인데…..”


나는 그녀에게 이런 충고를 해주었다. 


“일주일 만난 남자가 어떻게 너의 완벽한 남자가 될 수 있지? 만난지 일주일 됐을 때는 원래 모든 것들이 완벽해 보여. 다만 완벽해 보일 뿐이지 실제로 완벽한 것은 아니라고. 그 사람이랑 3개월이라도 사귀어봤어? 6개월은? 1년은? 그 사람이랑 다퉈봤어? 그 사람한테 실망해 봤어? 이 모든 과정을 다 거치지도 않고 어떻게 그 남자가 너의 완벽한 남자인지 알아? 제발 내 말 좀 들어, 그 사람이 정말로 완벽한 남자라면 지금 왜 너에게 문자 한 통 보내질 않지?”


A는 일주일만에 그 남자에 대한 모든 정의를 스스로 내려버리고, 자신의 환상이 전부 이루어졌다고 믿어버리고, 이미 마음 속으로 그 사람과 진지한 연애를 시작해 버렸던 것이다. 그러니 당연히 그 남자가 썸을 끝냈을 때 본인이 꿈꾸던 모든 환상이 다 깨졌으니 어찌나 마음이 아팠겠는가. 


내가 4개월 째 연애중인 남자 T에 대해 새로 발견한 것이 있다. 그는 바라던 일이 잘 풀리지 않거나, 예상치 못했던 일들이 생기면 살짝 패닉 어택을 당한 듯 당황하며 땀을 뻘뻘 흘리곤 한다. 다행히도 나에게 스트레스를 풀거나 잠수를 타거나 하진 않지만 당황한, 또는 좌절한 모습을 알아차리기 쉬운 스타일이다. 또 그는 주말만 되면 “이 시간이 아까우니 지금 당장 나가서 놀아야해!!!!!” 라는 강박감에 “이제 뭐 하러 가지? 내일은 뭐 하지? 일요일인데 뭐 하지?” 라는 질문을 끊임없이 내게 던지곤 한다(가끔은 대답해주기 귀찮다).  


그의 이런 모습은 연애 초반에는 내가 전혀 알 수 없는 모습이었다. T의 이런 면이 내가 꿈꾸던 완벽한 남자의 모습과 맞아 떨어지는가? 아니, 그렇지 않다. 그렇다고 T에 대한 나의 애정도가 달라졌는가? 아니, 전혀 변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나는 T라는 사람이 내가 처음에 만난 사람과 다를 것이며, 앞으로 계속 예상치 못했던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는 준비가 돼있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내가 T에 대한 새로운 면을 발견해 나가는 것처럼 T 역시 나에 대해 모르는 것들이 아직 많기 때문이다. 당연히 시간이 지나며 서로에 대해 더 많이 알아가게 된다. 기분 좋은 발견도, 전혀 예상치 못했던 발견도, 도저히 받아줄 수 없는 발견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이냐는 당신의 몫이다. 만약 지금 애인에 대해 불만족스러운 부분이 있다면 한 번 생각해 보길 바란다. 


“왜 그것이 불만족스러운가?”
“단순히 내가 바라는 이상적인 남자/여자의 모습에 맞지 않아서 화가 나는 것은 아닐까?”
“그/그녀의 이러한 모습을 알고도 나의 감정은 변하지 않을까?”


내 남자친구 T가 이런 말을 했다. 연애를 할 때마다 새로운 집을 짓는 기분이고 연애가 끝나면 그 집을 와르르 전부 무너트리는 것 같다. 어릴 때는 새로운 집을 후딱 후딱 짓는 것이 재미있고 짜릿해서 연애를 끝내고 다시 시작하는 것이 어렵지 않았지만 그 과정을 여러번 반복하고 나니 내가 이걸 처음부터 또 해야 하나 싶고...이제야 집을 끝까지 만들어 들어가 살고 싶은 마음이 든다고. 연애라는 집짓기에서는 그 누구도 처음부터 완성된 집에 들어가 살 수 없다. 집을 같이 지으며 창문은 이렇게 할까, 재료는 무엇으로 할까, 넓게 지을까 높게 지을까 등을 함께 맞춰나가야 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찾고 싶었던 재료가 알고보니 없기도 하고, 한 쪽 벽이 무너질 수도 있고 그런 것이다. 그래도 그 사람이랑 집을 짓는 것이 재미있는가? 그럼 어디 한 번 계속 해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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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의 썰

간만에 또 여사친 K가 글을 보내왔다. '정치를 많이 아는 남자' 를 언급한 게 나를 의도적으로 디스하려한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살짝 들었던 글이다.  참고로 나는 사람들이랑 만날 때는 정치얘기는 안한다. 글만 쓰지. 그리고 정치를 다루는 만큼 다른 분야도 비슷한 수준으로 썰을 풀 수는 있다. 사족이었다. 왠지 찔리는 게 있었나보다. (업데이트) 나 아니랜다.


이 글은 여성의 입장에서 쓰였지만, 연애를 집짓기로 보는 관점에 여성과 남성이 따로 있을 것 같진 않다. 남성들도 많이 읽었으면 하는 글이다. K가 썼던 글은 아래에 링크로 남겨두겠으니, 이 글을 괜찮게 봤다면 한번쯤 읽어보는 것도 좋을 듯 하다. 


사진은 <Man Men>의 돈 드레이퍼다. 많은 여성들이 드라마 속에서 그에게 홀딱 반하지만, 그녀들은 그녀들의 기대와 다른 모습의 돈을 발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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