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드 <왕좌의 게임>의 제이미 라니스터와 세르세이 라니스터는 남매다. 당연하게도 그 둘의 아버지와 어머니는 동일하며, 그들은 같은 환경에서 자라났다. 하지만 그 둘의 아버지였던 티윈 라니스터는 라니스터 가문에 대한 강한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고, 라니스터 가문의 아이들이 다른 가문의 아이들과 접촉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았다. 제이미와 세르세이는 또래의 아이들을 만나지 못했고, 또래라고는 서로 뿐이었다. 게다가 그 둘의 아버지였던 티윈은 가문만을 생각하는 사람이었기에 가문은 돌봐도 정작 가족을 돌보지는 않았다. 게다가 어머니였던 조안나 라니스터는 막내인 티리온 라니스터를 낳고 죽었으니 집안에선 그들에게 사랑을 줄 대상이 없었다. 그리고 결국 제이미와 세르세이는 서로 사랑을 주고 받는 존재가 된다.
<왕좌의 게임> 세계관에선 가문마다 특유의 문화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근친을 대놓고 허용하는 가문은 (내가 알기론) 2개 가문뿐이다. 타르가르옌 가문과 도른 가문. 타르가르옌은 용을 다루는 가문인데, 이들은 용을 다루는 피를 순수하게 유전시키기 위해 근친을 하고, 도른 가문은 원체 자유분방한 가문이기 때문에 '옳은 사랑'이라는 개념을 가지지 않는다. 그래서 도른 가문은 서자에 대해서도 별다른 차별을 하지 않는다. 하지만 라니스터 가문은 근친을 금지하는 가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제이미와 세르세이는 몰래 사랑을 나눈다.
가문을 일으키려했던 티윈 라니스터는 왕좌에 영향력을 발휘하기 위해 자신의 딸인 세르세이 라니스터를 왕인 로버트 왕에게 시집을 보낸다. 그런데 그녀가 시집을 가기 전부터 왕을 지키는 임무를 띄기 위해 킹스 가드를 하고 있던 제이미 라니스터. 이 둘은 성에서 또 은밀히 사랑을 나누기에 이른다. 그리고 세르세이는 조프리 바라테온을 낳게 된다. 성은 바라테온이며 명목적으론 로버트 바라테온-왕의 아들이었지만, 사실 조프리는 제이미와 세르세이의 자식이었다(로버트는 죽음에 이를 때까지 조프리가 자신의 자식이라 믿었다).
정확히 어느 시점이었는 지는 기억이 나질 않는데, 제이미는 어느 날 이렇게 말한다. "We don't get to choose who we love" 해석하자면 "우리는 사랑하는 사람을 선택할 수 없다"정도가 되겠다. 제이미는 세르세이를 사랑하기 위해 선택한 것이 아니고, 그저 자연스럽게 그렇게 되었다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가족이라서 사랑한 게 아니라, 사랑하고 보니 피를 나누고 있는 가족이었던 것이라 말하고 있는 것.
축복받는 사랑을 가로막는 여러 장애물들이 있다. 사회의 기준이 하나고, 상대방의 의지도 그 중 하나일 것이다. 제이미와 세르세이는 사람들에게 인정받을 수 없는 종류의 사랑을 했고, 그 때문에 축복을 받을 수 없었다. 그들에게 죄(?)가 있다면 엉뚱한(?) 사람을 사랑하게 되었다는 것일 게다. 아니, 생각해보니 그들이 한 것을 죄라고 부를 순 없을 것 같다. 누군가를 사랑하게 된 건 자신들의 적극적인 선택이 아니었으니까.
그런데 두 사람 바깥의 문제가 아닌 장애물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사랑에 빠지면 어떻게 할까? 예를 들면, 절대로 '나'를 사랑할리 없는 사람을 사랑하게 되었다던가 하는 것 말이다. "사랑할 사람을 선택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라는 명제를 인정한다면 이것도 이것대로 고통스러운 상황이다. 사랑하게 된 사람을 의식적으로 마음 속 바깥으로 추방시키는 것은 가능한가 불가능한가? 이렇게 말하고 보니 이별을 극복하는 게 가능한가, 라는 질문이 떠오르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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