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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현우 May 13. 2017

[연애칼럼] 왜 그녀에게 더 강하게 구애하지 않았나?


한 번(?)은 한 여성에게 고백을 하고 차였다. 그럼에도 친구 관계는 유지가 되어서 다음 기회를 노릴 법도 했다. 하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다. 복잡하게 생각할 게 없었다. 그녀는 나를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 표시를 했고, 나는 그 의사를 존중했다. 그게 진정한 의미의 사랑이고 존중이고 예의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다시 생각해보면 너무 쿨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그녀의 거절에 내가 보인 반응은 뭐랄까, 누가 누군가를 좋아할 때 보일법한 반응이 아니었다. 그녀의 거절을 나는 너무도 쉽게 수용해버렸다. 당연하다는 듯이 수용했고, 쿨하게 인사하고 헤어졌다. 그 뒤로도 친구 사이처럼 연락을 주고 받았음은 물론. 


왜 더 강하게 구애하지 않았나? 여러가지 이유가 있었던 것 같다. 글을 쓰다보면 여러 반박의 댓글들을 접하게 되는데, 한 때는 그 댓글들을 상대하며 상대의 생각을 바꾸는 것에 의지를 가지고 있었으나 언제부턴가 누군가의 생각을 바꾸는 일에 진저리를 느끼게 됐다. 넌 그렇게 생각해라, 난 계속 글을 쓸테니. 이런 태도는 생활 전반으로 퍼졌다. 친구와 의견 일치가 이루어지지 않아도 나의 태도는 일관됐다. 넌 그렇게 생각해라.


다른 이유도 있다. "NO MEANS NO"를 지지하다보니 누군가가 거절의 의사를 보이면 더이상 다가가지 않았다. 그게 PC한 거라 생각했다. 이런 태도가 체화된 뒤에 성관계를 가질 때는 상대가 정말 뜻이 있는 지 확인하기 위해 여러번 질문을 던졌다. 상대가 이미 동의했음에도 불구하고 성관계가 이루어지기까지의 여러 단계 사이에 나는 질문을 던졌다. 정말 괜찮아? 이미 동의했다는 사실은 중요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간에 의사가 바뀔 수 있었으니 계속 확인한 것이다. 


상대의 의사를 바꾸지 않으려는 나의 태도, 그리고 "NO MEANS NO"가 결합된 결과가 그녀에게 고백을 한 뒤 고스란히 나타났던 것 같다. 그래서 그렇게 '쿨'할 수 있었던 것 같다. 고백을 한 뒤 '그걸 존중한다'고 포장한 거긴한데, 글쎄 지금 생각해보면 비겁했던 것 같다. 상대의 의사를 바꾸는 것을 포기했던 것처럼 한번 질러보고 아니다 싶으니 쉽게 포기했던 거겠지. "NO MEANS NO"는 그 비겁함을 가리기 위한 것이고. 


정말 가치있는 것은 두려움을 감당해낼 용기 없이는 얻어내기 어렵다. 쿨함은 삶의 항상성을 지켜줄 수 있을지는 모른다. 다만 그와 동시에 삶에 우연적으로 등장하는 행운 역시 놓치게 만든다. 애초에 사랑이란 건 일레귤러하게 등장하고, 필연적으로 삶의 균형을 망친다. 평화롭고 싶다면 쿨한 척하면서 사랑을 거부하는 게 맞을지도 모르겠다. 그런 삶에 무슨 의미가 있는 지는 모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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