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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현우 May 25. 2017

자유한국당 정태옥의 질의는 무엇이 잘못 되었는가?

정태옥 의원이 문자 제보를 근거로 이낙연 총리 후보에게 질의했다.


언제부턴가 청문회에서 문자 제보를 활용한다. 그만큼 국민들이 청문회에 직접(?) 개입할 여지가 많아졌다는 의미도 되고, 그만큼 국회의원들과 쉽게 소통할 수 있게되었다는 의미로도 해석할 수 있다. 문자 제보는 신속하게 누군가에게 정보를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좋다. 하지만 이게 과연 장점이기만 할까?


문자 제보를 통해 청문회를 하는 것은 아마 이슈된 것만 따지자면 손혜원 의원-박영선의원이 최초였을 거다. 2016년 12월 7일, 김기춘을 질의하던 당시에 김기춘은 일관적으로 최순실을 모른다고 했고, 이에 주식 갤러리의 이용자(이하 주갤러)로 알려진 한 시민은 손혜원 의원실에 제보를 했고, 손혜원은 이 제보를 자신보다 먼저 질의하는 박영선 의원에게 토스한다.



주갤러는 <2007년 한나라당 후보 검증 청문회> 유튜브 동영상 주소를 제보한 것이다. 해당 동영상에는 최태민 관련 의혹에 대해 박근혜 후보에게 검증을 요구하는 내용이 나오는데, 이 과정에서 최순실의 이름이 수차례에 걸쳐 언급된다. 김기춘은 질의를 받는 박근혜 후보 바로 앞에서 그 상황을 직접 보고 있었다. 그는 더이상 최순실을 모른다고 뺄 수 없었다. 이런 상황을 두 음절로 빼박이라고 한다.


정태옥 자유한국당 의원(대구 북구갑, 이하 정태옥)이 이낙연 총리 후보자(이하 이낙연)를 상대로 비슷하지만 본질적으로 너무도 다른 질의를 했다.


그는 청문회를 진행하는 도중 문자 폭탄이 쏟아졌는데 그 와중에도 “의미있는 제보”가 많이 왔다면서 운을 뗐다. 제보는 이낙연 본인에 대한 것이라기보다는 화가인 이낙연의 부인에 관한 것이었는데, 크게 세 가지 이슈가 있었다. 하나는 이낙연의 개입 여부 이슈고, 또 하나는 대작 이슈이고, 또다른 하나는 판매 이슈다.


당당하게도 “제보라가지고 확인할 수는 없는데”라고 말을 하며 정태옥은 이낙연 부인-작가의 초대장이 이낙연의 이름으로 나갔는 지를 물었다. 이에 이낙연은 “전혀 그런 일 없습니다.”라고 부인했다. 그 이후에 정태옥은 대작 이슈를 꺼내들었다. 정확한 워딩은 다음과 같다.


제보 내용대로 하면은 전시된 작품들이 조영남 미술작품 대작 사건과 같이 중견 작가의-이름은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습니다만-가필과 대작으로 이루어졌기 때문에 작품성이 떨어지고 또 대필과 가작이기 때문에 그렇게 많은 작품이 양산될 수 있었다 이렇게 제보가 있었는데 혹시 여기에 대해서..”


정태옥의 말이 다 끝나기 전에 이낙연은 “전혀 사실과 다른..대단히 심각한 모욕입니다.”라고 답했다. 그 뒤에도 이낙연은 추가적으로 발언을 했으나 내가 다루고자하는 바는 이낙연이 어떻게 해명 혹은 항변했는가라기보다는 정태옥이 어떻게 질의했는가이기 때문에 굳이 다루지 않겠다.


왜 문제인가?

김기춘 사례와 비교해보자. 앞서 언급했던 영상은 딱히 검증이 필요하지 않은, 혹은 이미 검증이 끝난 제보였다. 내가 만약 어떤 의원실에서 일을 하고 있는데 주갤러가 제보한 <2007 한나라당 후보 검증 청문회> 동영상을 받았다면 그 영상에 조작된 부분은 없는지, 해당 년도에 정말 그런 청문회가 열렸는 지, 정말 최순실이 언급되었는지, 실제로 박근혜나 김기춘이 해당 청문회에 참석했는 지 등을 조사했을 것이다. 주갤러가 괜한 정의감으로 영상을 조작했을 가능성도 없지 않기 때문이다.


일일이 확인할 거라면 애초에 시민의 제보가 무슨 소용인가?라는 의문이 생길 수도 있는데, 시민의 제보는 의원실의 입장에서 따지자면 어딜 봐야하는 지 알려주는 일종의 이정표나 표지가 되어줄 수 있다. 어딜 봐야할 지 모를 때 시민의 제보가 온다면 그런 점에서 큰 도움이 될 것이고, 실제로 김기춘을 질의할 때 주갤러의 제보는 큰 도움이 됐다.


정보를 검증 및 검토하는 과정을 크로스체크라고 하는데, 질의를 함에 있어 크로스체크를 하는 이유는 제대로 공격하기 위해서가 첫번째일 것이고, 괜한 역풍을 일으키지 않기 위한 것이 두번째일 것이다.


정태옥은 문자로 온 제보를 크로스체크하지 않았고, 결과적으로 역풍을 맞게 되었다. 일단 정태옥이 제기하는 의혹이 진실과 거리가 멀었기 때문에 공격 자체가 먹히지 않았고, 사실 관계도 틀린 내용으로 질의 대상과 그의 부인을 근거도 없이 모욕했기에 해당 청문회를 보는 시민들은 인간적인 불쾌감을 느꼈으며 그와 동시에 질의자는 청문회의 귀한 시간을 낭비했다. 반대로, 후보가 거부할 수 없는 어떤 확고부동한 사실을 청문회 자리에서 뻥하고 터뜨렸으면 효과는 극대화되었을 것이다.


제보에 대해서 후보에게 사실관계를 묻는 것 자체는 사실 문제가 없다. 많은 기자들은 어떤 제보를 검증하기 위해 당사자나 기관에게 “이런 제보가 왔는데 맞느냐”하고 묻는다. 하지만 “이런 제보가 왔는데 맞느냐”라고 묻는 과정이 방송을 타지는 않고, 기자는 국회의원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은 자원으로 정보를 검증한다. 게다가 대작 이슈 같은 것은 얼마든지 인적 자원을 통해 따로 조사가 가능한 부분인데, 왜 굳이 청문회 자리에서 그 검증안된 문자 제보를 활용했는 지 의문이 든다. 이건 질의자나 질의 대상자 누구에게나 도움이 되지 않는다. 결과적으로 시간만 낭비한 게 되었잖는가.


정태옥은 국회의원이고, 헌법기관이고, 그가 거대 정당의 국회의원으로서 굴릴 수 있는 인적 자원이 적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그 제보를 검증하는 데 소홀했다는 점은 간과해선 안된다. 검증을 할 수 있었음에도 하지 않았다면 단순히 흠집을 내려는 것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이쯤되면 “이낙연 총리 후보의 화가 부인 대작 논란 #조영남 #대작”이라는 타이틀로 조선일보가 끄적여주길 기대하면서 해당 질의를 한 게 아닌가 하는 의심을 하게 된다.


청문회는 말 그대로 누군가를 검증하는 자리이다. 따라서 누군가를 검증할 때는 단순히 의혹을 제기하는 것이 아니라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검증된 사실을 바탕으로 청문회를 하는 것이 시간적으로나 진실로 누군가를 검증하기 위해서나 효율적이다.


글을 쓰는 나 역시 이 나라에 사는 시민으로서 이낙연 후보가 제대로 검증되고, 그가 정말 괜찮은 후보인지를 청문회를 통해서 확인받고 싶다. 그런데 후보를 검증하는 자리에서 확인도 안된 문자 제보를 검증한다면 그 허비된 시간은 어떻게 보상받을 수 있나? 그 시간은 국회의원 개인의 사적 시간이 아니다. 청문회장에서의 국회의원들은 그의 당 소속이 어찌됐건 국민의 입이자 칼이다. 청문회에 임할 땐 그 칼을 제대로 벼리고 나왔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러기 위한 청문회이고 그러기 위한 국회의원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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