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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현우 Jun 15. 2017

"오빠가"를 쓰지 않는 이유

너는 내가 '오빠'라는 걸 알려줘야한다.


1. 

세상에는 많은 종류의 역겨움이 있고, "오빠가"가 주는 역겨움은 그 중 하나다. 비단 "오빠가"뿐만이 아니다. "누나가", "형이", "선생님이", "교수님이"로 시작하는 말도 계속 듣고있으면 속에서 뭔가가 올라오는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 반대로 누가 누군가를 "오빠"로 부르거나 "누나"나 "형"이라고 부르는 것에는 딱히 문제를 느끼지 않는다. 그저 누군가가 스스로를 타자화하는 듯한 표현을 하면 거슬린다. '너'는 '나'를 이렇게 불러야하고, 이렇게 생각해야한다는 강제나 압박이 느껴진달까.


2. 

일단 나는 남자니까 아무래도 "오빠가"를 들을 일이 없다만, 한국에서 살다보면 여기저기서 "오빠가"를 자주 목격하게 된다. "오빠가"를 쓰는 이를 통해서 확인할 수 있는 게 있다. 자신보다 어린 여성에게서 "오빠"로 불리고 싶다는 것은 일단 그 여성을 자신의 아래로 두려는 의지를 확인시켜준다. 둘째로, "아저씨"가 되지 않기 위한 발악이라고 볼 수 있다. 최근 한 프로그램에선 곧 40을 찍는 남성들이 20살도 안된 여성과 게임을 하는데 뭔 말만 뱉으면 다 "오빠가"로 시작한다. "오빠가 가르쳐줄게", "오빠가 그렇게하지말랬잖아", "오빠랑 같이 하기 싫어?" 등등.


3.

굳이 젠더와 관련짓지 않더라도 이 이슈는 계속 될 수 있다. 앞서 말했듯 "형이", "선배가"로 말을 시작하는 수많은 꼰대들이 이 나라에는 존재하는데, 그들에게서도 뭐랄까 절박함이 느껴진다. 무시받을 수 없다는 생각에 나는 형이고 너는 동생이라는 상하 관계를 계속 주지시켜주는 듯한 느낌이랄까. 존경심이란 건 나이를 통해서 오는 것이 아니거늘.


4.

내가 남동생들이나 여동생들과 대화를 나눌 때 "형이", "오빠가"를 쓰지 않는 이유는 우리 둘 간의 관계를 그런식으로 축소시키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한국이란 사회에서 이루어지는 형과 동생간의 마초적인 프랜드십을 가지고 싶지 않고, 개인 대 개인으로 만날 때 더 관계가 돈독해지고 풍부해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오빠가"도 마찬가지다. 상대가 "오빠가"를 듣고 불쾌해하지 않는다손 치더라도, 오빠와 여동생만으로 이루어지는 관계로 너와 나의 관계를 축소시키고 싶지 않다는 마음이 있다. 나는 내 나이나 성별로 규정받고 싶지 않고, 상대를 그런 식으로 규정하고 싶지도 않다. 쨋건, '나는 너보다 나이 많은 남자'라는 것을 확인받기 위해 그들과 관계를 맺는 게 아니니까.


5.

티리엘이 말했다. "안녕하세요"로 시작하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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