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박현우 Dec 08. 2017

월간지를 만들고 있다 4. 어떻게 인터뷰할 것인가?

이 글은 윗 글의 후속글이다.

-

좋은 인터뷰란 무엇인가? 짧은 분량으로도 인터뷰 대상을 온전히 담아내는 인터뷰가 좋은 인터뷰가 아닐까 생각한다. 그의 삶을 통째로 담아내는 것은 평전이 아닌 이상 불가능할테지만, 그의 코어를 담아내는 것을 가능하다. 그가 삶을 통해 강조하고 싶어하는 것, 그가 삶을 통해 증명하고 싶어하는 것, 그의 삶의 태도 등이 내가 이 글에서 정의내리는 코어다.


인터뷰이의 내면에 더 깊숙히 들어가볼 수도 있겠지만 인터뷰어는 상담가가 아니다. 그의 상처를 상기시키는 질문을 굳이 할 필요가 없다는 이야기다. 인터뷰는 치료의 과정도 아니고, 우정을 쌓는 과정도 아니다. 어느정도의 신뢰가 대화를 더욱 풍성하게 만들어주기는 할테지만, 선은 분명히 해두는 것이 좋다. 이 선은 인터뷰어는 물론, 인터뷰이 모두를 편안하게 만들어준다. 자신의 역할이 분명하다면 상대에게 과한 예의를 차릴 필요 없이 자신이 할 일만 하면 되기 때문이다.



인터뷰이가 불편해할만한 내용을 굳이 끄집어내서 답변을 끌어낼 수는 있겠지만, 그것이 사적 영역에 관한 것이라면 잡지에 실을 수 없다. 아니, 실을 수는 있겠지만 동의 없이는 실어선 안된다. 설령 동의를 구해서 사적 영역에 관한 내용을 실을 수 있는 권리를 얻었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잡지와 독자들 및 사회에 도움이 될 지를 생각해봐야한다. 단순히 자극성을 위해서, 단순 폭로를 위해서 개인의 사적 영역을 남용해서는 안된다는 이야기다. 그런 식으로 장사하면 한 번은 팔릴 지 모르겠지만 단골을 확보할 수는 없을 것이다.


더 나아가 이는 잡지의 명예 및 인터뷰어의 명예를 떨어뜨리는 것을 떠나 잡지와 인터뷰이 간의 신뢰 관계를 무너뜨린다. 인터뷰이는 인터뷰에 실을 내용에 합의를 했다하더라도 인터뷰가 발생시킬 결과에는 합의한 적이 없다. 예측하지 못한 결과를 보고 다시는 인터뷰에 응하지 않게된다면 잡지에 피해가 올 것이고, 그것을 보고 다른 이들도 인터뷰에 응하지 않게된다면 피해는 가중될 것이다.


잡지에 실을 수 있는 내용들만 물어보고, 그 중에서 잡지에 실을 것들을 걸러내는 것만해도 분량은 넘칠 것이다. 그래서 중요한 것은 질문지를 철저하게 만든 뒤 인터뷰이를 만나는 것이다. 1시간의 인터뷰 시간이 확보된다면 1시간 30분에서 2시간 동안 질문할 수 있는 질문지를 만들어야할 것이고, 인터뷰이의 답변에 따라 즉흥적으로 질문을 만들어 인터뷰하는 재량도 필요하다. 그래서 인터뷰어에게 필요한 소양은 공감 능력 및 순발력이다. 둘 중에 하나만 없어도 인터뷰는 그저 그런 흔한 인터뷰가 될 것이다. 

-

콘텐츠 소비에 대한 자발적 후불제 원고료를 지불해주세요.

1인 창작자에게 큰 힘이 됩니다.

현금 후원- 카카오뱅크 3333-03-5528372 박현우

페이팔 정기 후원(언제든 해지 가능)

스타벅스 커피 기프티콘을 받기도 합니다. 카카오톡- funder2000

매거진의 이전글 자살자를 위하여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