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그럴 수도 있는 상황이 생기면 상대를 위해 문을 대신 당겨서 열어주고는 하는데 한국에서는 문을 대신 열어주면 대부분 '뭐 어쩔? 나보고 여기 가라는 거?'하는 눈빛을 내게 보낸다. 'ㅇㅇ 지나가라는 거'라는 눈빛으로 회답하고, 어느정도 의사소통이 진행되면 그 사람은 지나간다. 상대가 문을 당겨서 열면 그걸 자신에 대한 일종의 매너나 서비스로 생각하기보다는 직접 지나가기 위한 준비절차로 봐서 그런 것이다.
문을 당겨놓고 움직일 기색을 하지 않으면 상대는 당황한 듯 급하게 지나간다. "감사합니다"라는 말은 듣기 힘들다. 왜냐하면 그쪽은 이 황당한 상황에서 빨리 벗어나고 싶어하거든. 감사 따위는 할 여유가 없다.
카톡이나 문자로 새해 인사를 돌리지는 않지만 직접 누구를 만나면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는 말을 하는 편이다. 오늘은 호마다 할당되는 음식물 쓰레기 카드를 새로 발급받으려고 아파트 커뮤니티 센터에 가서 업무를 봤다. 업무를 다 마치고 나오는 길에 담당자에게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했지만 되돌아오는 건 없었다.
별로 기분이 나쁘거나 하지는 않았다. 누가 지나가라고 문 열어주는 경험에 익숙치 않으면 벙찌는 것처럼 왠 험악하게 생긴 사람이 갑자기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하면 무슨 말로 되받아쳐야할 지 딱 떠오르기 힘든 거니까.
크리스마스 시즌 때 뉴욕에 여행을 가서 아침을 버거킹으로 때운 적이 있었다. 홈리스 한 명이 내게 와서 말을 걸어왔다. 그가 어떤 말을 했는 지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만, 마지막에 그가 했던 말은 남아 있다. "god bless you" 그리고 연초가 되었을 때 가게에서 샌드위치 같은 걸 사서 나오면 들리던 말 " happy new year" 낯선이에게 하는 축복의 메세지가 일상화된 공간이었달까. 주고받을 필요는 없다. 받으려고 주는 게 아니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