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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현우 Mar 31. 2018

일간 박현우, 한 달간 유료구독자들을 위한 글을 썼다.


일간 박현우를 한 달간 진행한 후의 감상글이다. 한 달간 유료 구독자들에게 20개의 글을 배포했다. 독자들이 적어도 당일 오전 6시에 글을 받을 수 있게끔 했고, 지각은 없었다. 한 쪽 분량의 글을 약속했지만 한 쪽 분량의 글을 보낸 건 두 편에서 세 편 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 2쪽 분량의 글이 주로 쓰였으나 3쪽짜리 글도 많았다. 글을 쓰면서 긍정적인 피드백과 부정적인 피드백을 모두 받았고, 글이 나오지 않아 키보드 앞에 한 없이 앉아있던 적도 있다. 유료 구독자들만을 위한 글을 쓰면서 경험한 것과 느낀 것들을 정리해보려한다. 비슷한 프로젝트를 진행하려는 이들에게 참고 자료가 될 수도 있으니까.


일간 박현우를 시작하기 전

다 써서 보낼 수 있을까?

걱정이 없던 것은 아니다. 한달 동안 주말을 제외한 날들 동안 계속 글을 쓰면 소재가 고갈되지는 않을까 걱정했다. 그럼에도 이 일간 박현우라는 프로젝트 시작한 이유는 매일 글을 쓰는 버릇이 있어서 크게 어렵지 않을 거라 생각했기 때문. 브런치에는 쓰다만 글 조각들이 가득하고, 헬조선 늬우스에도 한 장 분량 이상의 글을 매일 한 두편 이상 씩 적어냈다. 그래서 '한 달의 한쪽 분량의 글을 전달해주겠다'는 약속을 지키는 데 있어서는 걱정이 그리 크지는 않았다. 적어도 분량에 있어서는. 


이게 맞나?

걱정은 아니었지만 이 방법이 맞는 건가 의심을 한 적은 있다. 나는 주로 영화, 드라마, 언론 비평을 하고 각종 이슈에 대한 논평을 한다. '나의 주장은 이렇다'라는 것을 표현하기 위해 글을 쓰지만 한편으로는 '좀 바꾸자 젭알'이라는 태도도 일부 담겨 있다. 가령 <신과함께>를 비판하는 글은 많은 사람들에게 노출되는 게 좋다. 그러면 공감대가 아무래도 널리 퍼질 것이고, 이는 미약한 나비의 날개짓이 되어 이런 영화를 선호하지 않는 움직임을 만들어낼 수도 있으니까(동시에, 아무런 영향이 없을 수도 있다).


일간 박현우를 시작한 후

일간 박현우를 시작하기 전에는 일간 박현우로 글을 한 편 보내고, 널리 퍼지면 좋을 법한 글들은 브런치에 또 쓰자는 생각이었다. 결론부터 말하면 계획대로 되지 않았다. 하루에 한편 글을 쓰는 데 나는 최소 4시간에서 길게는 8시간 이상이 걸린다. 한 편을 쓰면 기력이 소진됐다. 간혹 한 편의 글을 써도 그 글은 일간 박현우를 위해 세이브하는 글이 되었다. 글이라는 것은 탈고를 거칠 수록 좋아지는 성질을 가지고 있으니 세이브해두고 보내는 순간까지 고쳤다. 그러다보니 브런치에는 글을 한 편도 쓰지 않게 되었다.


계획대로 되지는 않았지만 앞으로도 동일한 패턴으로 글을 쓸 생각이다. 많은 구독자들이 내 글을 보고 '다시 생각하게되었다'고 답을 해왔다. 공감대를 넓히려는 작업이 나름의 성공을 거둔거지. 그리고 일간 박현우를 진행하는 입장에선 일간 박현우의 구독자들이 내게는 가장 중요한 독자들이다. 헬조선 늬우스의 구독자들이나 브런치 구독자들이나 검색을 통해 브런치나 블로그에 유입되는 사람들은 우선순위에서 뒤에 있다. 일간 박현우를 구독하는 분들은 나를 믿고 2만원이라는 적지 않은 돈을 냈다. 비즈니스를 하는 입장에서 나는 그들에게 2만원 이상의 무엇을 돌려줘야했다. 상황이 이러니 글 하나 후딱 마무리하고 브런치에 글 하나를 쓰는 건 물리적으로나 정신적으로 힘들었다. (지금 이 글은 3월호가 끝난 기념으로 쓰는 것)


구독자들과 어떤 관계가 될 것인가?

글을 쓰면서 생기는 불안은 항상 있다. 나는 당연하다면서 쓰는 생각들인데 정작 그 글을 보는 사람들은 완전히 다르게 생각할 수도 있고, 내가 '이건 엄청나게 중요한거임!'하면서 글을 써도 정작 그 글을 보는 사람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 수 있다. 사람은 각자 고유하니 그런 갭은 당연하다. 


그런데 그 갭을 어떻게 할 것인지에 있어서 글쟁이들은 갈린다. 그 갭을 어떻게든 줄이려는 사람이 있고, 그 갭을 인정하고 각자의 입장을 존중하려는 글쟁이가 있고, 아예 관련 이슈에서 벗어나 포스트잇에 '오늘도 나는 널 생각했어' 따위의 싸구려 감성이나 써재끼는 글쟁이가 있다. 나는 글의 소재에 따라 다르다. 가령 <뷰티풀 군바리>는 왜 구린가란 글을 쓸 때 나는 <뷰군>을 지지하는 사람들과 나 사이의 갭을 줄이고 싶었다. 난 움직일 생각이 없었고, 그들의 립장이나 취향을 긍정적으로 존중해줄 생각은 1도 없었다. <신과함께>: 울어!! 울어!! 울어!!!!를 쓸 때도 마찬가지. 그런데 일상이나 연애에 관한 글을 쓸 때는 그런 전투적인 태도는 최대한 지양한다.


유료 구독자들에게 글을 쓸 때는 버서커 모드가 되서 글을 쓰는 게 쉽지 않았다. 강한 메세지의 글은 호불호가 갈리기 마련인데, 어떤 글 하나가 잘못(?) 걸려버리면 구독자가 다음 달에는 구독하지 않을 수도 있으니까. 그런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글을 쓰던 버릇이 있어서 일간 박현우 3월호를 진행할 때는 강한 메세지의 글들을 꽤나 여러편 썼다. 첫 주에만 페미니즘에 관한 글만 4개를 썼고, 그 뒤에도 젠더 이슈는 꾸준히 다뤘으니까. 결과적으로 페미니즘에 크게 관심이 없거나 불호하는 3월 구독자들은 4월호를 구독하지 않았다. 어쩔 수 없는 결별이라 생각한다. 돈 2만원 더 받자고 써야된다고 생각하는 글을 쓰지 않을 수는 없는 노릇이고, 그들 역시 2만원 내고 받기 싫은 글을 받을 수는 없는 노릇이니.


이 프로젝트를 현재 진행하고 있는 자들이나 관련 프로젝트를 진행할 자들은 필연적으로 이런 고민을 마주하게 된다. 내 색을 유지할 것인지, 구독자들을 위해 내 색을 지울 것인지. 나는 내 색을 유지하기로 했다. 내 선택이 옳은 선택이라 말할 생각도 없고, 내 선택을 권장할 생각도 없다. 다만, 나는 이런 선택을 할 수 밖에 없는 사람이다. 쓰기 싫은 글 쓰면서 돈 벌 생각이었으면 취업준비하거나 출판사랑 계약서 썼겠지. 내가 이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이유는 쓰고 싶은 글을 쓰면서 어떻게든 먹고사니즘을 해결하고 싶기 때문이다. 다른 작가들도 결국에는 생겨먹은 성향대로 어떤 선택을 하게 될 것이라 생각한다. 


오해하면 안될 부분이 있다. 내가 내 색을 유지하면서 글을 쓸 때 독자를 무시한 것도 아니고 독자를 두고 베팅을 한 것도 아니다. 내가 내 색을 유지할 때 좋아하는 독자들이 더 많을 거라는 확신이 있었다. 헬조선 늬우스가 어떤 포지션 하나를 잡고 개썅마이웨이로 달려가는 이유도 같다. 개썅마이웨이로 활동할 때 오히려 환호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분위기에 따라 이곳저곳 기웃거리는 철새보다는 분위기에 휩쓸리지 않고 뚝심있게 버티는 자들에게 환호한다. 나 역시 그런 사람들에 환호하며 또 그런 존재가 되고 싶다. 지조있는 거 멋있잖아. 한편, 글을 쓰는 입장에서 그런 독자들을 좋아하기도 한다. 같은 이상향을 꿈꾸는 일종의 파트너 같은 느낌을 받으니까. 


결국, 일간 박현우 3월호에 배포된 글의 리스트는 다음과 같다.

첫째주
3월 05일(월)- "미투 운동이 성공할 거라 보는 이유”
3월 06일(화)- "대한체조협회 간부의 탈북자 코치 성추행에 관하여"
3월 07일(수)- "여성의 서사가 사라지고 있는 일본 콘텐츠계"
3월 08일(목)- "가스라이팅(gaslighting)과 미투(metoo) 운동"
3월 09일(금)- "스탠드업 코미디, 그리고 개그콘서트와 개그맨들의 생계

둘째주
3월 12일(월)- "제시카 존스, 여성의 삶"
3월 13일(화)- "한국은 왜 비트코인에 열광했나"
3월 14일(수)- "소재주의에 빠진 한국 영화계"
3월 15일(목)- "예민함과 어떻게 동거할 것인가"
3월 16일(금)- "클로즈업은 어떻게 써야하는가?"

셋째주
3월 19일(월)- "한국 언론은 성범죄를 어떻게 다루며 그 대부분 기사들은 왜 무의미한가?"
3월 20일(화)- "아웃사이더로 살아간다는 것”
3월 21일(수)- "토론이 내게 가져다 준 것- 비판적인 글을 쓸 때의 마인드셋”
3월 22일(목)- “<효리네 민박>의 연출은 왜 특별한가?
3월 23일(금)- “<82년생 김지영>을 읽은 아이린, 그리고 남성 팬덤의 특징”

넷째주
3월 26일(월)- “<나의 아저씨>에 아이유가 섭외된 이유”
3월 27일(화)- “<나의 아저씨> 속 폭행 장면은 왜 불편한가?”
3월 28일(수)- “남성들은 어떻게 여성의 생계를 위협하는가?”
3월 29일(목)- “어떻게 꼰대가 되는가?”
3월 30일(금)- “성소수자 캐릭터를 영화 등에 PC하게 등장시키는 방법”

(3월호 PDF를 받으실 분은 이 링크에서 신청하시면 된다)



3월호의 피드백 그리고 4월호

일간 박현우 첫 호를 배포한 3월에 많은 피드백을 받았다. 4월의 일간 박현우는 3월호보다 많은 지점에서 개선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우선 형식. 문서 형식에 있어서 계속 변화가 있었다. 일간 박현우 3월 PDF를 받은 분들은 그 변화를 확인하실 수 있다. 폰트, 폰트 사이즈, 이미지 삽입 여부, 소제목 삽입 여부, 문서의 파일 이름 등등에 꾸준히 변화를 줬다. 배포 방식에서도 변화가 있었다. 처음에는 PDF로만 배포되었지만, 폰으로 보는 게 불편하다는 피드백이 있어서 모바일만을 위한 폼도 마련해 제공했다(당일에 제공되는 글에 한해서만 제공했기에 뒤늦게 3월호를 구독하신 분들은 모바일용 주소를 받지 못했다. 그러므로 미리미리 신청하는 모범 구독자가 되자). 어느 시점부터는 3월호의 글들이 동일한 포맷으로 계속 제공되는 것을 인지하신 분들도 계실 거라 생각한다. 포맷에 있어 가독성 좋은 최적의 형태를 찾아가고 있다고 자평한다. 


소재에 있어서도 변화가 있을 것 같다. 직장인의 입장에서 노동 이슈를 접해보고 싶었는데 해당 이슈가 없어서 아쉬웠다는 피드백이 있었다. 4월호에서는 특정 소재에 치중되지 않게 다양한 이슈로 글을 써볼 생각이다. 한국 의료계의 현실에 대한 글을 요청하신 분, '여자도 군대에 가라는 것에 대해 남성의 입장에서 글을 써주세요'라고 요청하신 분, 콘텐츠와 미디어 그 자체에 대한 글을 요청하신 분, 미투 운동에 대해 계속 다뤄달라는 분 등등의 요청에도 응답을 해야겠지. 다뤄줬으면 하는 소재에 대한 제안은 꾸준히 받을 생각이다. 이외에도 칼럼, 에세이를 제외하고 특정인을 인터뷰한 뒤 그 내용을 글로 배포하는 것도 고려 중이다. 글을 쓰는 입장에서도 재밌을 것 같고, 받는 입장에서도 재밌을 것 같아서 말이지. 너무 스타벅스에만 앉아있으니 좀 나댕기고 싶다.


또, 피드백 그 자체에 대한 것. 글을 읽은 다른 독자들이 어떤 의견인지 궁금해하는 독자들이 있어서 앞으로는 받게되는 피드백도 메일로 전달해드릴 예정이다. 물론 익명은 보장한 상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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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이 관련 프로젝트를 진행하려는 분들에게 조금의 도움이라도 되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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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간 박현우 4월호 신청은 아래 링크에서 가능하다. 4월 1일 자정까지 받을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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