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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피엔드 Oct 06. 2020

점심에 갈비탕 먹었습니다.

2020.6.25.

세상에 쉽지 않은 일이 어디 있겠냐마는, 한의원 원장도 꽤 고단합니다. 진료하랴, 경영하랴, 마케팅하랴. 면접 본 구직자는 일 못하겠다 가버리고, 환자는 평소보다 적게 온 날. 날은 흐리고 기운이 빠지는 때에 문득 고깃국이 땡깁니다.

근처에 갈비탕으로 유명한 집이 있습니다. 거대한 식당에 손님들이 바글바글합니다. 대부분 노인입니다. 면옥이라는 상호명을 갖고 있지만 냉면 먹는 사람보다 갈비탕 먹는 사람이 훨씬 많습니다. 안내받은 자리에 앉으며 주문합니다.

갈비탕 하나 주세요.
만 삼천 원요.

갈비탕 13,000원. 선불입니다.

갈비탕 맛은 사실 다 거기서 거기라 생각합니다.


다만 이 집에 오는 이유는 갈비가 푸짐한 까닭입니다.


저는 갈비탕을 먹을 때 미리 갈비를 다 건져낸 다음 집게와 가위를 이용해 발라줍니다.


그리고 발라낸 고기를 다시 넣습니다.

김치와 섞박지도 먹기 좋게 잘라줍니다.

그러면 이렇게, 젓가락 없이 숟가락 만으로 먹을 수 있습니다.

먹기가 상당히 편합니다.

생각해보니 저는 뼈해장국도 뼈를 다 발라낸 다음에 먹습니다. 짬뽕에 든 조개는 먹기 전에 다 깝니다. 냉면의 삶은 계란은 마지막에 먹습니다. 먼저 고생하고 나중에 편해지는 게 제 취향입니다. 근데 제 인생은 언제쯤 편해질까요.


살찔까 봐 공깃밥은 패스합니다.


날씨가 흐리니 오히려 덥지 않아 좋습니다. 정릉천 물소리가 평화롭습니다. 기운이 조금은 나는 듯합니다. 한의원으로 돌아갈 시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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