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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피엔드 Jan 26. 2019

어머니와 큰누나 그리고 마사지.

어머니는 딸내미가 좋다고 하셨어. 어머니는 딸내미가 좋다고 하셨어.

명동 갔다가 남산 케이블카 태워드릴까 했다. 미세먼지 많으면 육삼 빌딩에 가볼까 했다. 잠수교에 지인들이 와있다기에 가서 맛난 거 먹여드릴까 했다. 어머니께서 가고자 하시는 곳이 생기기 전까지는.


아침에 어머니는 문득 큰딸을 떠올리셨다. 본 지 1년 반은 된 큰딸. 전화해도 안 받는 큰딸. 하도 연락이 안 되어, 종종 잊고 지내는 큰딸. 자연스레 행선지는 큰누나네 집으로 정해졌고 기억을 더듬어 - 큰누나는 내 연락도 피한지 오래다 - 간신히 찾아간 집에 다행스럽게도 누나가 있었다. 어머니는 누나를 보자마자 울음을 터트렸다. 외할머니 뵈었을 때와 마찬가지로.


점심 먹기엔 약간 이른 시간이었다. 나가서 점심 같이 먹자 하니 - 정황상 우리 때문에 잠에서 깼음이 분명한 - 누나는 점심을 이미 먹었다 했다. 우리가 얼마나 불편했으면. 그러나 어머니의 넘치는 반가움을 막기엔 역부족이었다. 어머니가 묻고 누나가 얼버무리는 일방적이고 어색한 대화가 끝나갈 즈음, 어머니는 딸네 집 부엌 청소를 시작하셨다. 그동안 나는 옆방에서 잤다. 준비해둔 좋은 곳들을 하나도 못 보여드렸는데, 어머니는 그 어느 때보다 더 만족하셨다. 청소나 실컷 하셨으면서.


누나네 집에서 나올 땐 이미 해가 져 있었다.

"아유. 그래도 마음이 너무 놓인다. 얘. 나한테는 이게 여행보다 더 좋은 여행여."
"그려. 어무이. 큰딸 봐서 천만다행여. 근데 어무이. 이따 마사지나 받으러 갈까? 마사지 받아 보셨어유?"
"아이고. 마사지가 다 뭐여. 나는 시집올 때 결혼식은커녕 화장도 못 받아본 사람여. 물 떠놓고 식 올렸어 얘."


그래서 모시고 왔다. 마사지샵. 꽤나 시원해하신다. 그럼 그렇지. 좋아하실 줄 알았다. 다음엔 곱게 메이크업을 시켜드려 봐야겠다.(2017.5.5.)

집 근처의 마사지샵.
너무 좋아 눈이 커지신 우리 어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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