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는 딸내미가 좋다고 하셨어. 어머니는 딸내미가 좋다고 하셨어.
명동 갔다가 남산 케이블카 태워드릴까 했다. 미세먼지 많으면 육삼 빌딩에 가볼까 했다. 잠수교에 지인들이 와있다기에 가서 맛난 거 먹여드릴까 했다. 어머니께서 가고자 하시는 곳이 생기기 전까지는.
아침에 어머니는 문득 큰딸을 떠올리셨다. 본 지 1년 반은 된 큰딸. 전화해도 안 받는 큰딸. 하도 연락이 안 되어, 종종 잊고 지내는 큰딸. 자연스레 행선지는 큰누나네 집으로 정해졌고 기억을 더듬어 - 큰누나는 내 연락도 피한지 오래다 - 간신히 찾아간 집에 다행스럽게도 누나가 있었다. 어머니는 누나를 보자마자 울음을 터트렸다. 외할머니 뵈었을 때와 마찬가지로.
점심 먹기엔 약간 이른 시간이었다. 나가서 점심 같이 먹자 하니 - 정황상 우리 때문에 잠에서 깼음이 분명한 - 누나는 점심을 이미 먹었다 했다. 우리가 얼마나 불편했으면. 그러나 어머니의 넘치는 반가움을 막기엔 역부족이었다. 어머니가 묻고 누나가 얼버무리는 일방적이고 어색한 대화가 끝나갈 즈음, 어머니는 딸네 집 부엌 청소를 시작하셨다. 그동안 나는 옆방에서 잤다. 준비해둔 좋은 곳들을 하나도 못 보여드렸는데, 어머니는 그 어느 때보다 더 만족하셨다. 청소나 실컷 하셨으면서.
누나네 집에서 나올 땐 이미 해가 져 있었다.
"아유. 그래도 마음이 너무 놓인다. 얘. 나한테는 이게 여행보다 더 좋은 여행여."
"그려. 어무이. 큰딸 봐서 천만다행여. 근데 어무이. 이따 마사지나 받으러 갈까? 마사지 받아 보셨어유?"
"아이고. 마사지가 다 뭐여. 나는 시집올 때 결혼식은커녕 화장도 못 받아본 사람여. 물 떠놓고 식 올렸어 얘."
그래서 모시고 왔다. 마사지샵. 꽤나 시원해하신다. 그럼 그렇지. 좋아하실 줄 알았다. 다음엔 곱게 메이크업을 시켜드려 봐야겠다.(2017.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