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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피엔드 Mar 01. 2019

도쿄 여행기 1일 차

2018.7.28.

“이번엔 누구랑 가요? 설마 곽님?”

“어…”  

휴가 간다 하니 친한 동생이 예상을 한다. 그럴 만도 하다. 2010 이집트, 2013 제주도, 2013 두 번째 제주도, 2016 세 번째 제주도, 2017 베트남에 이어 벌써 여섯 번째 동행이니까. 그래도 비행기까지 같이 탔던 이전과 달리 이번 도쿄 여행은 내가 이틀 먼저 떠난다.


날씨에 별 관심이 없다 보니 주변에서 걱정해줘서야 알았다. 도쿄가 태풍 종다리 영향권이란 걸. 아침에 항공사에 전화를 걸었다. 아직은 비행기가 뜰 지 안 뜰지 모르며, 어차피 기도하는 것 외에는 마땅히 대처할 방법도 없단다. ‘못 가게 되면 어쩌지?’ 휴가 내내 아침부터 술 마시며 게임이나 하고 있는 모습이 그려졌다. 어우. 절레절레.


오전 진료를 마치고 퇴근하여 여행 짐을 싸고 있는데 항공사로부터 전화가 왔다. 결항되었다는 이야기일까? 걱정스레 받아보니, 예정대로 정시에 출발할 거란다. “오, 감사합니다.” 나도 모르게 항공사 직원에게 감사를 표했다. 비행기가 뜬다는 건, 못 뜰 수도 있다는 이야길 듣기 전에는, 아주 당연한 일이었는데.


국제선을 김포에서 타보긴 수학여행 이후 21년 만이다. 탑승수속을 마치고 에어라운지 휴에 왔다. 인천공항 마티나 라운지에 비하면 음식이 참 궁색하다. 두 번 먹고 싶지는 않은 음식들로 배를 채웠다. 국산 병맥주도 여러 병 마셨다. 얼굴이 붉어졌다.

탑승구 앞에 오니 일본인 승객이 많이 보인다. 일본항공이라 그런가? 내가 맨 처음 타본 비행기도 일본항공이었다. 21년 전. 고등학교 수학여행. ‘어이, 잘. 오랜만이야. 잘 지냈지?’


좌석에 앉아 핸드폰으로 영화를 보다 잠시 잠들었다. 소란스레 카트가 움직이길래 음료를 주나 했더니 식사였다. 치킨카레. 이미 배가 불렀는데도 먹을만했다. 양심적으로 밥은 남겼다. 영화를 마저 보았으나 다 보기 전에 도착했다.

시간이 늦어 긴장이 되었다. 어떤 전철을 어떻게 타야 하는지 살펴보고 물어보고 검색하면서, 숙소에 연락할 방법을 찾았다. 전철은 올바르게 탔으나 숙소엔 연락할 수가 없었다. 설마 문이 잠겨 있진 않겠지?

밤 열두 시가 다 되어 도착한 숙소는 다행히 아직 술자리가 한창이었다. 하얀 피부의 남자가 문을 열어주었고, 검은 피부의 여자가 체크인을 해주었다. 내 침대 앞에 짐을 올려놓고 내려왔다. 맥주 마시고 싶다 하니 저어기 길 건너 패밀리마트에서 사 오란다.

그녀가 알려준 곳엔 패밀리마트 대신 로손이 있었다. 고유명사의 일반명사화인가. 가장 저렴한 아사히 맥주가 270엔. 원산진데 한국보다 비싸다. 대한민국 짱이네. 다섯 캔을 샀다.

숙소에 돌아와 술자리에 합류했다. 스탭 외에는 다 동양인이었으나 일본인 셋, 한국계 미국인 하나, 중국계 미국인 하나, 중국계 프랑스인 하나로 한국인은 없었다. 부족한 영어로 두 시간을 떠들었다. 스탭이 K-pop을 틀었더니 다들 신나게 흥얼댔다. 무슨 노래인지 정작 한국인인 나만 몰랐다.

한 일본인이 트와이스와 모모랜드를 즐겨 듣는다며 한국 노래가 최고라 했다. 나는 이십 년 전 한국인들은 엑스재팬과 아무로 나미에를 들었으며, 요즘의 한국 남자는 일본 av배우를 좋아한다고 받아주었다. 내가 마음에 들었는지 연락처를 달라길래(이 사람, 남자다.) 대신 인스타 맞팔을 하자고 했다. 근데 아이디가 hentaifutosi. 헐. 변태였어?


네 캔쯤 마셨나. 기분 좋게 취했다. 지칠 줄 모르는 여행객들을 두고 침실로 올라왔다. 눕자마자 잠이 들었다.(2018.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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