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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피엔드 Jun 21. 2019

도쿄 여행기 5일 차

2018.8.1.

일곱 시에 기상하여 씻고 일곱 시 반에 조식 식당에 모였다. 다들 부지런하다. 라면 먹고 잤더니 속이 더부룩해 과일과 고기 위주로 먹었다.


먼저 츠키치 시장으로 갔다. 예전에 누군가 그랬다. 어느 도시든 여행할 때엔 오래된 시장에 꼭 가봐야 한다고. 시장이야말로 그 도시 내에서 가장 활기가 넘치는 곳이니 절대 빠뜨리지 말라고. 공감하는 바이다.


츠키치 시장의 상인들은 그들이 파는 해산물 못지않게 싱싱했다. 다만 가격이 비싸다는 게 문제. 참치 초밥 4피스에 2400엔. 딸기 세 개 꽂은 꼬치가 500엔. 다른 것들도 다 이 정도로 비쌌다. 그래서 아무것도 안 사고 구경만 했다. 아, 곽은 1540엔을 주고 상어 껍질로 만든 와사비 강판(손바닥보다 작다)을 샀다. 오직 와사비를 갈기 위한 강판. 역시 미식가는 다르다.

다음 목적지는 요코하마 기린 맥주공장. 전철을 타기 위해 긴자 쪽으로 걸었다. 마침 마쓰다 백화점이 역 주변에 있어 들렸다. 곽이 주석잔을 사고 싶어 했기 때문. 주석잔에 맥주를 부어마시면 더 시원하고 맛있단다. 노우사쿠라는 브랜드였는데 쪼그마한 잔 하나가 면세 혜택 받아서 7800엔이었다. 500ml 캔 하나도 다 담지 못하는 잔을 팔 만원 주고 사다니. 역시 미식가는 다르다.

긴자역에서 전철을 탔다. 요코하마 쪽으로 가야 하는데, 전철이 영 어렵다. 긴자선 메트로를 타고 신바시로 간 뒤, JR로 갈아탔다. JR 신바시 역에서 파란 라인 기차를 기다리는데 도통 오지 않아, 직원에게 물어보고 그제야 녹색 라인 기차 타고 하나 이동. 하마마츠초 역에서 파란색 게이힌토호쿠선으로 갈아타고 이동. 카마타 역에서 열차가 멈추고 모두 내리길래 어리둥절하다가, 간신히 따라 내려서 같은 라인의 다른 열차를 타고 신코야스에 도착. 총비용 560엔. 아오 뭐가 이렇게 비싸고 복잡해.


“민사마, 괜찮아?” 민과 오랜 친구인 곽이 민을 챙겼다. “날이 너무 더우니까 사죽을 못 쓰겠어.” 민은 많이 지쳐 보였다. 말 수가 줄고 자꾸 앉고 싶어 했다. 확실히 어젯밤 맥주 마실 때와는 다른 모습이다. 사실 나도 조금 지친다. 이놈의 더위가 문제다.


신코야스에서 내려서는 무조건 곽을 따라 걸었다. 신주쿠에 비해 시골로 온 기분이었다. 해가 중천이라 그늘이 없었다. 셋 다 아무 말 없이 걷기만 했다. 15분 정도 걸으니 드디어 기린 맥주공장 도착. 차갑게 식은 실내의 공기가 먼저 우릴 반겼다.

기린 맥주공장 견학 컨텐츠는 생각보다 풍성했다. 먼저 기린의 역사와 철학을 영상을 통해 배웠다. 다음으로 홉과 맥아를 직접 보고 향을 맡고 만져보고 먹어보았다. 발효와 저장을 배웠고 그렇게 만들어진 맥주가 어떻게 포장되는지 배웠다. 관광객들이 재밌게 즐길 수 있도록 여러 모로 신경 쓴 것이 느껴졌다.

그리고 드디어 기다리던 시음의 시간. 일반 맥주, 프리미엄 맥주, 흑맥주를 각 1잔씩 먹어볼 수 있었다. 일반 맥주부터 한 잔 받아 입에 넣는데

캬!!!!! 풍부한 향, 두툼한 맛에 칼칼한 목넘김까지. 정말 최고의 맥주였다. 두 번째 잔부터는 맥주를 받을 때 자연스레 허리가 90도 숙여졌다. "아리가또 고자이마스!" 은혜롭다. 신이 난 곽이 생색을 냈다. “여기 누가 예약했는지 알아? 바로 나야. 내가 예약한 거야.” 나와 민도 신이 나서 맞장구를 쳤다. “와. 진짜 어떻게 이런 델 알고 예약한 거야. 진짜 짱이야. 여행 가이드해야겠어.” 물론 곽은 계속 한의원을 하리란 걸 곽도 알고 우리도 안다. 이렇게 맛있는 맥주를 공짜로 마시게 해 주다니. 기린. 잊지 않겠다. 자주 사 먹어 줄 테다.

마시는 동안 완전 행복했는데 나오자마자 표정이 굳었다. 다시 역까지 15분을 걸어야 했다. 그래도 아까보단 그늘이 지고 있었다. 우산으로 햇빛을 가리고 열심히 그늘을 좇으며 또 한 번 말없이 걸었다. 역에 다 와서는 끼니를 때우느라 근처 음식점에 갔다. 일본식 짬뽕을 파는 곳이었다. 만족스러웠다.

JR선을 타고 숙소로 복귀하는 길. 낮술 덕에 열차에서 아주 꿀잠을 잤다. 전철을 갈아탔는데 피부가 희고 이목구비가 또렷한 여자가 있어 눈에 띄었다. 그러고 보면 도쿄에도 예쁜 여자가 많다. 아무래도 대도시니까. 뭐, 그렇다고 서울과 비교할 레벨은 아니다. 물론이다. 한국 여자가 세상에서 제일 예쁘다.


숙소에 들어와 씻었다. 낮잠을 잘까 했는데 여행기 쓰다 잠이 다 깼다. 일본에 살고 있는 동생이 있어 함께 밥을 먹기로 했다. 이제 곧 나갈 시간.

인데 핸드폰이 울린다. “어. 왜.” 전화를 받았다. “너 어디야.” 곽이 묻는다. 헐? 갑자기 정신이 번쩍 든다. 시계를 보니 모이기로 한 시간이 훌쩍 지났다. 언제 졸았지? 조는 지도 모르고 졸았다. 피곤하긴 했나 보다. 급히 짐을 챙겨 내려갔다.


메트로를 타고 롯폰기 역으로 갔다. 내지인에게도 외국인에게도 유명한 오꼬노미야끼 집이 있다 하여 그리로 갔다. 여러 가지 음식과 맥주를 주문하고 이야기를 나눴다. 동생과 그 동생이 아는 동생은 동경대에서 공부하고 있는 중이라 했다. 신기했다. "동경대는 서울대보다도 공부 잘해야 가는 거 아녜요?!" “에이, 안 그래요. 대학 평가 점수는 동경대가 높긴 한데, 교환학생 온 친구들 보면 서울대가 더 똑똑한 것 같아요.” 겸손하다.

일본과 한국 모두에서 충분히 오래 산 친구들이라, 이들에게서 한국과 일본에 대한 재미난 이야기들을 많이 들을 수 있었다. 임상심리사로서 정신과 상담을 업으로 하고 있는 동생은 평상시 말투부터가 상대를 힐링해주는 스타일이어서, 의료인인 곽과 나는 약간 감명을 받았다. 밥을 다 먹고 도쿄 타워 쪽에 갔으나 너무 늦어 타워 위로 올라가 보진 못했다.

오늘은 좀 열대야다. 밤이 깊도록 덥다. 숙소로 돌아와 찬물에 샤워하고 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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