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여행기 4일 차

2018.12.10.

by 해피엔드

아홉 시. 알람이 울린다. 몹시 피곤하지만 억지로 일어났다. 조식 뷔페 먹어야 하니까. 서로가 서로를 깨워 함께 내려갔다.

객실도 좋고 라운지에 수영장, 사우나까지 다 좋은데 식당만 안 좋을 리 없다. 종류도 많고 맛도 좋았다. “이만한 규모의 조식 뷔페는 처음 봐.” 팡이 말했다. 물론 나도 그랬다. 딤섬과 파인애플이 맛있어 여러 번 가져다 먹었다. 아침을 저녁처럼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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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에 올라와 다 같이 누웠다. 체크아웃까지 여유가 있으니 조금 자기로 했다. “아 근데 배가 너무 불러 못 자겠는데?” 거짓말이었다. 1분도 안 되어 잠들었다.


당연히 늦었다. 레이트 체크아웃이라 한 시 까지만 나가면 되었는데, 그마저 못 지키고 한시 반에 나왔다. 시간을 넘기면 큰일 나는 거 아닌가?! 아니었다. 아무 일도 없었다. 하긴 우리 같은 사람이 한둘이겠어. 바로 짐을 들고 다음 호텔로 이동했다. 어느덧 마지막.


그랜드 메이풀 호텔 타이베이. 여기도 꽤 훌륭하다. 널찍한 발코니도 있고 세면대도 두 개다. 커튼이 전동식이어서, 조금만 건드려도 자동으로 열리고 닫히는 게 신기했다. 미니바 추가 요금이 없다 하여 맥주를 꺼내 마셨다. 캬. 좋다. 매일매일 묵는 곳이 다르니 한 번의 여행에 여러 호텔을 경험하는 재미가 있다. 자신의 복지포인트를 소진해가며 호텔을 부킹 해준 팡. 아주 잘했어. 칭찬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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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남들 가는 데는 어지간히 다 갔다. 101타워만 갔다가 쇼핑하고 끝내기로 했다. 그동안 택시만 타서, 타워까지는 일부러 전철을 탔다. 외국 오면 그 나라 전철 한 번 타봐야지. 역에서 나오니 101타워가 바로 보인다. 중간에 안개가 끼어 꼭대기가 보이지 않으니 더 높아 보인다. 정문 앞에 LOVE 조형물이 있어 포즈를 취했다. 사랑한다 친구들아. 사진을 찍고 타워 안으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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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처럼 배가 앞장을 섰다. 먼저 간 곳은 카렌 철판구이. 꽃보다 할배에 나와 유명해졌단다. 식사에 대한 배의 신념이랄까? 같은 메뉴가 여러 등급으로 나눠져 있는 식당에 가면, 늘 가장 좋은 등급을 주문한다. 여기서도 그랬다. 맥주 하나씩 더 시키니 다 해서 4천 달러(16만 원). 대만 물가 치고는 비싸다. 어디 뭐가 나오나 한 번 보자. 소고기 스테이크, 새우, 관자, 오징어, 대구구이, 닭고기 스테이크가 차례로 나왔다. 아이고, 오늘도 육해공 구성이네. 눈 앞에서 신선한 재료를 손질하여 굽는 과정을 보고, 익어가는 소리를 듣고, 향신료 냄새를 맡고, 마침내 먹어서 맛보기까지, 하나의 시나리오가 입체적으로 완성되는 집이었다. 돈이 아깝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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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사를 마치고 일단 밖으로 나왔다. 같이 하늘을 올려다보며 전망대에 오를지를 의논했다. “안개 때문에 밑에서 위를 못 본다면, 마찬가지로 위에서도 아래가 안 보인다는 거잖아. 가지 말자.” 반대의견은 없었다. “그래. 타워는 들어와 봤으니까, 이제 아이스몬스터나 가자.” 배가 제안했다.

이틀 전. 사모석 망고빙수를 너무 맛있게 먹는 진켠팡에게 배가 한 마디 했었다. “얘들아. 여기보다 아이스몬스터가 더 맛있어. 적어도 내 입맛엔.” 사모석도 이미 눈이 커질 정도의 맛인데, 이보다 더 맛있다고? 그럼 가야지. 꼭 가야지.

지금이 그 타이밍이다. 타워에서 나와 아이스몬스터로 가는데... 가는 길에 에어조단 매장이 있었다. 켠이 여기에 꽂혔다. “야. 잠깐만 구경 좀 하고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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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히 잠깐 구경만 하겠다던 켠. 한 농구화를 발견하더니 갑자기 호들갑을 떨기 시작한다.
“와, 여기 이게 있어? 이거 한국에선 사고 싶어도 못 사는데. 한국 가져가면 백만 원이야 이거.”
무슨 농구화가 백만 원이나 하나.
“백만 원? 여기선 얼만데.”
“우리 돈으로 한 27만 원? 나 이거 살래. 너희들도 사. 이건 무조건 싹쓸이 해가야 된다. 진짜. 장난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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켠은 몹시 흥분했다. 허나 진배팡은 이미 닳고 닳은 아재들. 조금도 동요하지 않는다.
“요즘 세상에 그런 게 어딨어. 정말 백만 원이면 내가 그 장사하고 말지.” 팡이 웃으며 말했다.
“야 진짜야 검색해봐. 이거 사가면 여행 경비 뽑는 거라니까.”
그래서 검색을 해 봤다. 에어조단 11 콩코드. 검색해보니 3~40만 원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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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봐. 한 40만 원 하는데? 백만 원 이래매! 얼마를 부풀린 거야 ㅋㅋㅋ”
켠은 당황하지 않았다. 오히려 더 확신을 가졌다.
“40만 원이어도 13만 원 남는 거 아니야? 난 살래. 한 세 개 사야겠다. 너넨 안 사?”
응. 안 사. 팡배진은 알고 있다. 세상에 공짜란 없음을.
“야 저거 한국까지 갖고 가는 것도 일이고 또 한국에서 파는 것도 일인데, 카드 수수료 환전 수수료 하면 몇만 원 남는 것도 없겠구만.” 켠을 말리는 팡.
“놔둬. 잘 팔면 술이나 쏘라고 하지 뭐. 못 팔면 두고두고 우려먹을 이야깃거리 생기는 거고.”
켠과 진팡배는 서로를 설득하지 못했다. 잠시 화장실 다녀온 사이 네 켤레를 사고만 켠. 아이쿠. 그사이 한 켤레가 늘었네. 박스에 넣어 쇼핑백에 담으니 어마어마한 부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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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야. 이거 결국 우리가 들어줘야 하잖아. 너 이거 잘 팔면 술 사야겠다. 응? 잘 팔면. ㅋㅋㅋㅋㅋㅋ” 팡은 그저 이 상황이 재미있는 눈치다.
“안 팔리면 뭐, 안 사도 되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도 웃겨 죽겠다.
“아오. 진짜 니네 나중에 두고 보자. ㅋㅋㅋ” 켠도 웃는다. 배만 웃지 않았다. 당이 떨어져서다.
“됐고. 빨리 빙수나 먹으러 가자. (켠을 보며) 구경만 한대매~!!!” 맞다. 빙수 먹으러 가던 중이었지. 백만 원짜리 에어조단 조심스레 나누어 들고 아이스몬스터로 갔다.


아이스몬스터엔 사람이 별로 없었다. 망고빙수 두 개를 주문했는데, 생망고가 없어서 토핑 과일은 파인애플로 대신했다. 망고 얼음과 생파인애플. 먹어보니 썩 조화로운 조합은 아니었다. 배도 인정했다. 전에 왔을 때는 망고 철이라 생망고와 함께 먹어 맛있었던 것 같다고. 아쉽다. 차라리 사모석처럼 냉동 망고라도 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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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기념품 살 차례. 가덕고병에 가서 치아더 펑리수를 샀다. 짐이 점점 늘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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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에 에어조단과 펑리수를 내려놓고 까르푸로 가다... 가 그 옆에 대관람차가 있어 먼저 탔다. 서른여덟, 남자 넷이. 대관람차를. 그것도 크리스마스 시즌에... 그래도 울진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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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르푸에서 팡켠배는 치약과 젤리 등을 샀다. 나는 아무것도 안 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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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은 편의점 음식 사다 호텔에서 먹기로 했다. 만한대찬 마라맛 네 개와 김밥을 샀다. 숙소에서 식사 전에 짐을 싸는데, 기념품 한 데 모아놓고 보니 무지막지하다. 아. 징한 넘들. 아예 장사를 해라 장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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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만찬. 김밥은 그저 그랬다. 만한대찬은 역시 최고다. 식당에서도 이만한 우육탕을 못 보았으니 말 다했지. 김밥과 라면으로 배를 채우고 웰컴 프룻을 안주삼아 술을 마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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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린 여행기를 쓸까 하다가, 눈 앞의 친구들과의 대화에 집중하기로 했다. 서로의 인생과 여행에 대한 얘기를 나누다 보니 어느덧 새벽 두 시. 다 같이 정리하고 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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