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여행기 5일 차

2018.12.11.

by 해피엔드

배의 알람을 듣고 일어나는 게 익숙해지고 있다. 일곱 시. 진짜 피곤해 죽겠다. 출발하는 날부터 단 하루 충분히 잔 날이 없다. 이게 노는 건가. 이게 여행인가.


관광은 어제 끝났다. 오늘은 밥 먹고 귀국하는 일정. 가는 날 빼고 오는 날 빼면 4박 5일 정말 짧긴 짧다.

조식이 꽤나 만족스러웠다. 어제보다 종류는 적어도 맛은 더 좋았다. 착즙기로 즉석에서 갈아주는 과일주스와 과채주스를 여러 잔 마셨다. 샤오롱바오는 딘타이펑 못지않았고 새우 쇼마이는 딘타이펑 이상이었다. 하겐다즈 라즈베리 아이스크림에선 어릴 때 즐겨먹던 청량과자 ‘짝꿍’ 맛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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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 들고 나와 택시를 탔다. 너무 피곤해 깜빡 졸았더니 공항이다. 술과 에어조던 때문에 짐이 너무 많아서 성가시기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탑승수속. 팡켠의 위탁 수하물이 15kg을 초과했다. 둘은 그 자리에서 짐을 고쳐 쌌다. 양반처럼 늘 굼뜬 팡이, 이 순간만큼은 놀라울만치 민첩했다.


보안검색대를 지나 면세점. 켠배는 또 위스키를 사겠단다. “적당히 좀 해라, 이 놈들아!” 팡의 말이 너무 웃겨, 나도 따라 했다. “적당히 좀 해라, 이 놈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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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살 게 없다. 탑승 전까지 여행기를 썼다. 탑승해서도 여행기를 썼다. 이륙하고 팡켠배가 자는 동안에도 계속 여행기를 썼다. 식사인지 간식인지 애매하게 제공된 빵과 푸딩을 후다닥 먹고 또 여행기를 썼다. 여행 내내 틈만 나면 이렇게 폰 붙잡고 여행기를 썼는데도 현실 진도를 못 따라간다. 수도꼭지 틀듯이 글을 콸콸 쏟아낼 수 있는 재주가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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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세 인천에 도착했다. 입국 절차를 마치고 공항 밖으로 나왔다. 날씨가 확실히 춥다. “출출한데 밥 같이 먹고 헤어지자.” 거 참. 늦어도 이번 주말이면 또 볼 사이인데 뭐가 그리 아쉽다고. 쿨하지 못한 녀석들. 나는 하나도 아쉽지 않았지만 배가 고파서, 단지 배가 좀 고파서 그러기로 했다. 주차해 두었던 켠의 차로 가서 올 때에 비해 늘어난 짐을 차곡차곡 쌓았다. 팡과 함께 에어조던을 옮길 때에는 “아이고 조던님, 구겨지시면 안 됩니다. 큰일 납니다.” “아이고, 백만 원짜리 조던님.” 하며 예를 갖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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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에선 팡네 집이 가장 가깝다. 팡네 집 근처 감자국거리로 갔다. 팡이 가자 한 곳은 불맛 감자탕. 짬뽕도 아니고 감자탕에 불맛이라니, 거 참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상호명이다. 대자를 주문하며 팡이 물었다. “근데 여기 감자탕은 불맛이 나나요?” “아뇨, 그냥 맵다는 뜻이에요.” 뭐야. 이런 게 어딨어. 이 아줌마 장사 날로 하시네. 감자탕 맛은 대단하지도 끔찍하지도 않고 그저 무난했다. 보통 해외여행하고 한국 들어와서 처음 먹는 한식이 대단히 맛있는데 여긴 별로 그러지 않았다. 이 집이 맛이 없었던 건 아니고, 대만 음식이 너무 맛있었던 탓이다. 뼈를 다 건져먹고 수제비, 떡, 라면사리를 추가했다. 밥도 볶아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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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리꾼이자 사랑꾼 켠은 팡진배를 각각 집까지 데려다주고 나서 여자친구를 보러 간단다. 먼저 팡이 내리고, 다음으로 내가 내렸다. “잘 들어가. 배는 일찍 자고, 켠은 에어조던 팔리거든 꼭 얘기해라~”


집에 왔다. 아늑한 나의 집. 여행이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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