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에 흩날리는,
그렇게,
세탁기 속에서 돌아가는 빨래같은 날들이 있다.
너덜너덜해지는 것만 같은 순간,
왜냐고 묻지 말아달랄 철퍽철퍽 물이 흥건한, 덜 마른 빨래같은 내가.
해야할 말이든, 아직 하지 못한 일이든,
멈추지 않고 움직일 듯 하지만 자꾸 제자리를 맴돈다.
누군가가 노래하는 봄이 언젠가는 찾아오듯
내 앞에 선 사람이, 그 누가 되었든
아니, 내가 이 겨울에서 깨어나야 할 순간은
멈추려해도 멈추지 않으니까.
손을 뻗어도 잡히는 게 없고
맘 속을 헤집어두어도 모래같은 생각이 가라앉아 제자리걸음을 하는 건
현실에 대한 무딤 때문인지,
아니면 이미 어른이 되어버린 몸뚱이에 대한 내 못 다한 어리광인지.
허락된 시간이 짧아질수록 아름다워질 이 순간이
이렇듯 허무하지만은 않았으면.
눈 앞에 수놓일 흩날리는 꽃잎과
무수히 쏟아지는 별이 가득할 하늘,
감은 눈을 뜨는 그 땐 눈이 시리도록 찬란하기를.
불어오는 미풍에
바짝 마른 빨래를 걷어 예쁘게 개켜둘 시간.
오긴, 하는 건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