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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찾아 떠난 100대 명산 도전 (1)

나를 찾아 떠난 100대 명산 도전 (1)

by 그라미의 행복일기

첫 번째 이야기, 100대 명산

나는 산을 즐기지 않았던 사람이다. 가끔 마음이 답답하거나 생각이 많을 때면 가끔 집 뒤에 있는 산 입구의 공원까지 갔다.

산을 좋아하는 친구들은 이를 등산이라기보다는 산책이라고 했지만, 나에게 그 길은 결코 쉬운 길이 아니었다.


남편은 뒷산 정상까지 한 시간이면 간다고 했지만, 나는 오르막에서는 10분마다 쉬어가야 했고, 혼자서는 정상까지 갈 생각도 하지 못했다.

용기를 내어 지역의 명산인 금정산을 가게 된다고 해도, 케이블카를 이용했다. 힘들게 왜 오르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자연, 산은 좋아하지만, 결코 힘들게 산행해야 하는 이유를 몰랐다.


금정산에서 집까지 갈 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은 고개를 다시 넘으면 되었지만, 나는 다시 케이블카나 버스를 선택했다. 버스를 타면 산길을 한 시간 넘게 돌아가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그렇게 했다.


그런 내가 20181, 우연히 나를 찾아서 떠나는이라는 문구를 보게 되었다. 그 순간, 알 수 없는 끌림으로 전국의 명산 100곳을 가겠다고 하니, 평소 겁 많고 소심한 나를 아는 친구들과 가족들은 허풍이라 생각했다. 친구들 사이에서는 내가 포기할 거라며 내기까지 했다고 한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때 내가 어디서 그런 용기가 났는지 모르겠지만, 지금은 그저 웃음이 나온다.


100번째, 한라산 백록담에서 마무리하다


20181, ‘나를 찾아서라고 시작된 100대 명산 도전은 금정산에서 첫걸음을 내딛고, 2020528, 제주 한라산에서 마무리되었다.

제주도는 25년 전, 고향을 떠나 처음 머물렀던 곳이기도 해서 그런지 한라산 정상으로 향하는 길은 조금 특별했다. 성판악에서 시작해 관음사로 하산하는 코스는 예상보다 어려웠지만 도전하기로 했다.


성판악에서 진달래 대피소까지 1시간 30분 내로 입장해야 정상에 도달할 수 있었기에, 전날 밤, 승용차에서 하룻밤을 보내며 출입 허가를 받은 뒤, 6시부터 산을 오르기 시작했다. 새벽녘, 이슬을 머금은 풀잎으로 가득한 상쾌한 숲길을 걸으며 자연의 아름다움을 마음껏 만끽했다. 오르막이 시작되자 몇몇 청년들은 힘들어했지만, 나는 이상하게도 전혀 힘들지 않았다. 발걸음이 가벼운 느낌이었다. “고지마다 인증사진을 찍었다말하며 웃는 친구의 모습을 떠올리며 나도 인증사진을 남겼다. 그렇게 한라산의 매력에 빠져들었다.


성판악 코스에서 마주치는 거친 돌길과 끝없는 계단도 전혀 힘들지 않았다. 친구들의 응원이 떠오르며 힘이 났다. 정상에 도달하니, 관음사 코스로 올라온 남편이 기다리고 있었다. 처음 도전을 시작할 때 함께해 준 남편은 이렇게 마무리할 줄 몰랐다며 나를 축하했다. 사람들 속에서 인증사진도 찍어주며 자랑스럽게 나를 다독여주었다.


정상에서 한 시간 정도 푸른 하늘, 바람결, 햇살을 즐기며 그 순간을 만끽했다. 평소 같으면 이제 내려가자며 서두를 텐데, 남편은 함께 그 시간을 즐겨주었다. 그렇게 정상에서 오랫동안 머무는 건 처음이었다. 성판악의 푸른 숲길은 편안한 행복을 선물했고, 관음사 길은 한라산이 주는 진짜 모습을 보여주었다. 시간이 지나 그때의 사진을 보면, 나는 정말 유쾌하고 행복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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