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 프라브럼!
노 프라브럼!
여행에서 만난 사람들, 그 소중한 인연
한국에서 암스테르담까지 가는 비행기 옆 좌석에 앉은 여성
우리는 10시간이라는 긴 시간 동안 8시간은 각자의 시간 속에 있었고, 도착하기 한 시간 전쯤, 서투른 영어와 손짓, 발짓으로 가족과 일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녀는 전시회 기획자로 한국에 와서 일을 마친 후 돌아가는 길이고 나처럼 아들만 둘인 영국 여성이었다. 서로 소통을 완벽하게 할 수 없었지만, 긴 시간을 함께 하다 보니 말하지 않아도 서로가 따뜻한 사람임을 알게 되었다. 그렇게 우리는 친구가 되었다.
브루겐에서 암스테르담까지 오는 비행기 안에서 만난 두 번째 인연. 이 비행기는 소형이라 좌석도 좁고 간격도 좁았다. 비행시간이 길지는 않았지만, 체격이 큰 남성분이 탑승하면 불편할 수도 있었을 텐데, 다행히 내 옆 좌석에는 여성이 탑승했다. 그녀도 나를 보고 만족하는 표정이었다. 이탈리아 여성이었다.
오래전 이탈리아를 너무 가고 싶어서 회사 책상에도, 집 서재에도 이탈리아 지도를 걸어두었던 기억이 떠올랐다. 결국 난 유럽 첫 여행을 이탈리아가 아닌 스페인으로 가게 되었지만, 이렇게 이탈리아 여성과 만나는구나 싶었다. 그녀는 미혼이고 보석디자이너이며 나와 나이가 같았다.
그녀에게 “동갑”이란 단어를 알려주며, 우리는 하하, 호호했다.
착륙 시간이 다가올 무렵, 기장의 안내 방송이 있었다. 착륙 안내인줄 알았는데, 1시간 지연된다고 했다. 기상 변화도 없었다. 함께 한 일행들은 이유를 몰라 안절부절 하며 갑자기 분주해졌다. 하지만, 그녀는 전혀 동요하지 않았고 나에게 안심하라며 특유의 웃음으로 “노 프라브럼!”한다. 그녀는 암스테르담에서 비행기를 바꿔 타야 했기에 나보다 더 여유가 없는데도 전혀 당황하지 않았다. 모든 일에 긍정적인 그녀를 보며 많은 것을 배웠다. 우리는 귀국 후에도 서로 소식을 전하며 소중한 친구가 되었다.
여행 중에 내가 보고 느낀 건 무엇 이였을까? 얻은 것은 무엇일까? 난 정확히 알지 못한다. 모든 일에서 그렇듯, 나는 이득을 따지지 않는다. 다만, 이 세상에는 공짜가 없다는 게 나의 지론이다.
내가 보고 느낀 것들은 결국 나에게도, 그리고 누구에게도 도움이 될 것임을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