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아들의 결혼식 날,
나도 모르게 가슴이 뛰었다.
결혼식은 늦은 오후였지만,
우리는 아침부터 서둘러 집을 나섰다.
아들과 며느리는 신랑 신부 화장을 해야 하기에
더 일찍 출발했다.
우리 부부는 사돈댁 부부와 함께
한 미용실에서 머리를 하고 메이크업을 했다.
며느리는 서울이 고향이다.
사돈댁 부부도 서울 사람이라 그런지
말투가 조용하고 차분했다.
우리는 경상도 사람이라
평소 말소리도 크고 투박한데,
그날따라 남편도 긴장했는지
유난히 조용했다.
나 역시 평소에는 화장을 잘하지 않는 편이라
거울 속 낯선 내 모습이 어색했다.
안경을 쓰고 있는 나는
그날도 그대로 착용하려 했지만
메이크업 선생님이 조심스레 말했다.
“눈이 참 예쁘신데,
오늘만큼은 안경을 벗으시는 게 어떨까요?”
그 말에 잠시 망설이다가
그래, 오늘만은 다르게 해보자 싶어
안경을 벗었다.
그날의 나는 조금 낯설었지만,
한편으론 새로웠다.
예식 시작 전, 식장에 도착했을 때
하객들이 이미 자리를 채우고 있었다.
고맙게 와주신 분들께 인사를 드리며
정신없이 분주히 시간을 보냈다.
메이크업하며 보낸 시간이 길었던 탓일까,
예식은 금세 다가왔다.
우리 부부는 함께 입장하기로 했다.
사돈댁 부부도 마찬가지였다.
긴장하지 않으려 했지만
내 발걸음이 점점 빨라지는 걸 느꼈다.
사람들은 웃었다.
그 웃음 속에서
나도 조금은 마음이 풀렸다.
아들이 입장하고,
이윽고 신부가 들어왔다.
둘이 나란히 서서
우리를 향해 고개 숙여 인사하는 순간
나도 모르게 울컥했다.
그동안의 시간이
한꺼번에 밀려왔다.
어린 시절부터 지금까지의 장면들이
필름처럼 스쳐갔다.
그렇게 긴장과 설렘 속에서
결혼식은 무사히 끝났다.
집에 돌아오니 온몸이 무거웠다.
오빠들과 친척들이
“수고 많았다”라고 말하며
집 근처 맥주집으로 향했다.
“그동안 고생했지.”
남편과 오빠들의 그 말이
낯설게 따뜻하게 들렸다.
순간, 생각했다.
내가 수고한 게 뭐가 있을까.
그저 아프지 않게,
무사히,
잘 자라준 것만으로도 고마운 일이다.
그리고 이렇게 또 한 가정을 꾸리는 모습을 보니
그저 대견하고 감사할 뿐이다.
나는 바란다.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건강하고 다정한 날들을
오래도록 살아가기를.
그게 엄마로서
내가 해줄 수 있는 마지막 축복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