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왜 나는 해발 0m에서 걷기 시작했을까
처음부터 큰 뜻이 있었던 건 아니다.
어느 날 우연히 인터넷에서 ‘제로포인트트레일’이라는 글을 보았다.
해발 0m, 가장 낮은 곳에서 시작해
오직 내 발로 정상까지 오르는 도전이라고 했다.
설명이 길지도 않았고, 감동적인 문구도 없었다.
그냥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의 나는 산을 자주 다니고는 있었지만,
이런 방식의 도전은 처음 들어보았다.
그래서 더 궁금했고 더 끌렀다.
‘이런 것도 있네. 나도 한번 해볼까?’
정말 그 정도의 마음이었다.
처음엔 한라산만 해볼 생각이었다.
특별한 이유는 없었다.
그냥 새로운 걸 해보고 싶었고
일상에 작은 변화를 하나 더 얹어보고 싶은 마음이었다.
‘도전’이라기보다는 호기심에 가까웠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한 번 해보니 또 하고 싶어졌다.
몸이 힘든데도 마음은 계속 다음 산을 찾고 있었다.
그래서 서울의 다섯 산도 오르게 됐고,
2024년에는 설악산도 갔다.
지금은 지리산을 걷고 있고,
머릿속 한쪽에서는 ‘부산 제로포인트도 해볼까?’ 하는 생각이 조용히 올라온다.
이 글은 완주를 자랑하려는 글이 아니다.
그저 ‘내가 이런 걸 했구나’,
한동안 잊고 있었던 순간들을 다시 떠올려 보고,
지금 다시 도전하고 있는 내 모습을
차분하게 기록하고 싶어 쓴 글이다.
누군가에게는 별것 아닌 기록일 수도 있다.
하지만 나에게는
그 시절의 나를 다시 불러오는 작은 창과도 같다.
그때의 숨, 그때의 속도, 그때의 마음.
그걸 다시 꺼내 적어보며
나는 또 한 번 내 삶의 방향을 살펴보게 된다.
그래서 나는 지금,
해발 0m에서 시작했던 몇 년의 시간을
천천히, 그러나 진솔하게 적어 내려가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