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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화. 성판악에서 시작한 새벽의 첫걸음

by 그라미의 행복일기

성판악 입구에 도착했을 때,
어둠은 아직 가시지 않은 새벽이었다.
등산객 몇 명이 조용히 장비를 정리하고 있었고
바람은 조금 차가웠다.


성판악 코스의 초반은
생각보다 평탄한 길이 이어진다.
하지만 그 평탄함이 오히려
‘조금만 더… 조금만 더…’
보폭을 넓히게 한다.


걷다 보면 어느 순간
삼나무가 곧게 늘어선 짧은 숲길이 펼쳐진다.
아주 짧은 구간이지만
이곳을 지나면
성판악 코스의 첫 번째 쉼터,
속밭 대피소가 가까워졌다는 신호였다.


여기까지는
몸은 가벼웠고
마음은 차분했다.
아직 힘든 구간이 시작되기 전,
이른 새벽의 숲과
사람들의 고요한 발걸음만이 흐르는 시간.


세상 모든 복잡함이
잠시 뒤로 물러나는 느낌이었다.


속밭 대피소에 도착해
잠시 배낭을 내리고 물을 마셨다.
이제부터 길이 조금씩 달라질 것을
몸이 먼저 알고 있었다.


성판악에서의 본격적인 오르막은
이제 막 시작되려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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