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장류 연구학자인 사라 브로스넌(Sarah F. Brosnan)과 프란스 드발(Frans B. M. de Waal)은 차별과 관련한 재미있는 실험을 하나 했습니다.
브로스넌은 서로 함께 생활해서 친숙한 카푸친원숭이(꼬리감기원숭이) 두 마리를 투명한 우리에 각각 넣어 두고 실험을 진행했습니다. 연구자들은 카푸친원숭이에 돌멩이를 건네주고, 그 돌멩이를 받은 원숭이가 연구자에게 돌을 건네주면 이에 대한 보상을 했습니다. 돌멩이를 건네 준 보상으로 주는 것은 오이와 포도였습니다.
먼저 한쪽 우리에 있는 카푸친원숭이가 돌멩이를 연구자에게 제대로 건네주었을 때 보상으로 오이를 주었고 원숭이는 오이를 받아 맛있게 먹었습니다. 다음은 바로 옆 우리에 있는 원숭이가 돌멩이를 건네주었을 때 이번에는 보상으로 오이 대신 포도(원숭이들은 일반적으로 오이보다 포도를 더 좋아한다고 함)를 주었고 원숭이는 이를 맛있게 먹었습니다.
이 모습을 지켜본 첫 번째 원숭이에게 다시 돌멩이를 받고 보상으로 오이를 주자 원숭이의 행동이 급격하게 변했습니다. 원숭이는 오이를 보고 망설이다가 연구자에게 오이를 던지고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습니다. 연구자는 이를 무시하고 두 번째 원숭이에게 돌멩이를 받고 다시 포도를 주었습니다. 그다음 첫 번째 원숭이에게 돌멩이를 받고 오이를 주자 오이를 냅다 던져 버리고 더욱 흥분해서 날뛰며 소리를 질러 댔습니다.
TEDxPeachfree 영상을 보면 가볍게 웃고 넘길 수 있는 일이지만 같은 행동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그 보상에 대한 편견과 차별이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단적으로 그 결과를 고스란히 보여주는 실험이기도 합니다. 또한 이 상황에서 어느 원숭이가 스트레스를 받을까? 생각해보면 당연히 오이를 받은 원숭이가 행동에 대한 보상에 대해 차별을 받았으니 스트레스를 받았을 것입니다. 하지만 오이를 받은 원숭이뿐만 아니라 포도를 받은 원숭이도 역시 자신이 더 좋은 보상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차별하는 모습을 직접 보고 있기에 오이를 받은 원숭이보다는 덜하겠지만 스트레스를 함께 받습니다.
차별(Discrimination)은 편견의 대상이 되는 사회집단 구성원들을 향해 드러내는 부정적 행동을 의미합니다. Simpson과 Yinger(1965)는 차별을 개인 내부의 심리적 편견이 외부에 드러나는 외형적 또는 행동적 표현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를테면 애초에 인간은 본래 일하기를 싫어하고 지시받은 일 밖에 실행하지 않는다고 생각하고 잘 믿지 않는 사람(맥그리거의 X이론)들이 직원들을 엄격하게 관리하고 통제하며, 상세한 명령과 지시를 내리는 마이크로 매니저가 될 확률이 높은 것처럼 말입니다.
현실적으로 회사에서 사람들 간의 신뢰 정도를 파악하기는 매우 어렵습니다. 특히 구성원과 리더의 관계에서는 더욱 어렵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구성원에게 필요한 것은 리더가 신뢰할 만 한가를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행동적인 증거가 필요합니다. 이에 대해 공정성은 좋은 기준이 될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구성원을 더 공정하게 대하는 리더는 편견이 없고 더 신뢰할만하다고 판단되기 때문입니다. 구성원들은 관리자의 의사결정이 공정한가를 4가지 차원, 즉 분배 공정성, 절차 공정성, 대인 공정성, 정보 공정성을 통해 판단할 수 있습니다.
1. 분배 공정성(distributive justice)
분배 공정성은 결정의 결과가 공평하다고 인식하는 정도를 말합니다. 구성원들은 급여, 보상, 평가, 승진, 업무의 배분과 같은 의사결정 결과가 적절한 절차와 기준에 따라 분배되었는지 여부를 따져봄으로써 분배 공정성의 정도를 파악할 수 있습니다.
2. 절차 공정성(procedural justice)
구성원들은 리더의 의사결정이 있기까지의 절차에 대해 관심이 있습니다. 절차 공정성은 의사결정이 되기까지 그 절차와 과정이 공평하다고 인식하는 정도를 의미합니다. 의사결정 과정에서 구성원들이 자신의 의견을 표현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거나, 안건이 부적절하다고 판단되어 이의신청을 할 수 있었거나, 의사결정이 편향되지 않고 중립적이었는지, 정확한 정보를 기반으로 의사결정이 되었을 때 공정성이 높아집니다.
일반적으로 의사결정의 결과가 공평하다고 느끼면 의사결정의 절차 여부에 상관없이 리더십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합니다. 하지만 의사결정의 결과가 불공평하다고 느끼게 되면 리더십에 큰 영향을 미칩니다. 의사결정의 결과가 불공평하더라도 절차가 공정하다고 느끼면 리더십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지만, 만약 의사결정의 결과가 불공평하였고 의사결정의 절차마저 불공평하다고 느끼게 되면 리더십은 회복하지 못할 정도로 심각한 타격을 입게 됩니다(Brockner & Wiesenfeld. 1996).
3. 대인 공정성(interpersonal justice)
의사결정의 결과에 대한 판단 이외에 구성원들은 리더들이 업무를 진행하면서 자신들을 어떻게 대했는지에 관심이 있을 수 있습니다. 대인 공정성은 리더가 나에 대해 공정하게 대한다고 인식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여기에는 존중과 예의가 해당됩니다. 존중은 진심 어린 태도로 리더가 구성원을 대하는 것이며, 예의는 리더가 부적절하거나 공격적인 대화를 자제하는 것을 말합니다. 기업문화 측면에서 존중이 얼마나 중요한지는 지난 시간 '기업문화를 바로잡기 위해 필요한 것(2): 존중' 편을 참고할 수 있습니다.
4. 정보 공정성(informational justice)
구성원들은 리더가 의사결정 과정에서 제공하는 정보에 대해 관심이 있습니다. 왜 그런 의사결정을 내리게 되었는지에 대해 알기 쉽고 합리적인 방식으로 설명을 해주고, 그 설명이 솔직하고 정직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교류분석(transactional analysis:TA)에는 '태도가 말을 한다'는 말이 있습니다. 굳이 말을 하지 않아도 "이 정도는 괜찮아", "다른 사람들은 몰라도 돼"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상대방의 의도를 짐작할 수 있습니다. 만약 회사에서 이런 의도를 가지고 의사결정을 한다면 구성원들이 잘 못된 것을 알고 행동하는 데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을 것입니다. 몇몇 유명기업의 인사제도나 보상에 대한 문제에 대해 MZ세대의 솔직한 표현이라고 치부하기보다는 잘못된 공정성의 문제에 대해 개선을 바라는 구성원들의 행동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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