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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동 Mar 22. 2021

[성신여대] 리이케 liike

피카 타임

방문일자 : 2020. 11. 09

마신 것

콜롬비아 라 네그리타 모카




북유럽과 커피는 관련이 깊죠. 일 하는 중간에도 피카(Fika)라는 커피 브레이크 타임을 가지기도 할 정도로 사랑이 깊습니다. 그들만의 가벼운 로스팅 기법을 노르딕 로스팅이라는 스타일로 분류하기도 할 정도입니다. 한국에도 이런 북유럽의 커피 문화에서 모티브를 가져온 곳이 몇 있습니다. 삼성동 코엑스에는 아예 상호명이 FIKA인 곳도 있구요, 많은 로스터리들도 노르딕 로스팅을 표방합니다. 좋은 곳 많습니다만 저에게 북유럽을 녹여낸 최고의 카페는 리이케입니다.



저날 마신 모카는 맛있었습니다. 모카라면서 왜 커피색은 일반 블랙커피 같나요? 여기서의 모카는 품종을 지칭하기 때문입니다. 예전엔 세계 3대 원두니 뭐니 하던 게 있었는데요, 다들 아시겠지만 굳이 짚어보겠습니다. 첫 번째로는 자메이카 블루마운틴, 두 번째로는 하와이안 코나 그리고 마지막이 예멘 모카 마타리입니다. 맛의 순위와 나열한 순서는 관련 없습니다. 제가 마신 모카 품종 이야기를 위해 예멘 모카 설명을 약간 해 보겠습니다. 원두에서 초콜릿 맛이 난다고 붙여졌다고 했는데 저도 주워들은 거라 확실친 않구요, 일반 카페에서 카페 "모카"를 시키면 "초콜릿"이 들어간 달달한 라떼가 나오는 것도 그런 이유라고 합니다. 모카 품종 구하기는 힘드니 그냥 초콜릿을 넣어 느낌 내는 것이죠. 고흐가 좋아했던 커피 어쩌고라는 수식어도 있습니다. 현재는 내전으로 인해 커피를 재배하는 것조차 기적적인 상황이라네요.


콜롬비아 라 네그리타 모카


제가  ,  3 원두는 일본식 랭킹 마케팅에 피해를 입은 녀석들입니다. 왜냐면 드럽게 비싸거든요. 희귀한 품종이고 맛있긴 합니다만 솔직히  가격대는 과하다고 생각합니다. 맛을 만들어내는 요소는 다양하고 매잔마다 맛이 달라지지만 결국은 결과물로 평가받는 것이고,  평가가 꽤나 쌓이면 평균치가 만들어져 대략의 기댓값이 산출되잖아요. 저에게 모카 품종의 기댓값은 이렇습니다. 가격 대비 별로다.



다시 돌아와서, 저날 마신 커피는 맛있었습니다. 설명해주신 대로 우아한 홍차를 마시는 기분이었어요. 순살 고추바사삭 정도의 돈을 지불하고 마셨다는 게 문제라면 문제겠지요. 사실 비단 모카뿐만이 아니라 어떤 커피든 만원을 넘어가면 '그돈씨' 생각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습니다. 제 지갑 사정과 평소 마시는 커피 스타일을 고려해본다면 지불한 금액에 비해 맛은 약간 아쉽기도 합니다.


매장이 아름다워서 다양한 각도로 즐겨보았습니다


헌데 왜 리이케가 최고라고 말할까요? 여태까지의 설명은 가성비 후진 커피 마시고 왔단 이야기뿐인데요. 왜냐면, 사실은 리이케 가성비가 진짜 좋습니다. 커피 마시러가 아니라 카페를 간다는 개념으로 접근한다면요. 굳이 카페에 가는 이유, 그중에서도 리이케에 가는 이유는 공간과 접객도 있습니다. 저에게 돈을 무제한 쥐어줘도 북유럽 분위기를 이 정도로 잘 만들어낼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 적 있습니다. 못 할 것 같더라구요. 그 관리하기 귀찮은 화장실마저도 이건 뭐 스칸디나비아 반도인데 이거 어쩝니까. 그냥 북유럽 어딘가에 있을 법한 카페에 온 거 같은 걸요. 창 밖에 바삐 돌아다니는 사람들을 보며 커피 한 잔. 나만 잠시 멈춰있는 기분. 완전 Fika 아닙니까?



리이케의 커피 가격에 이런 방식으로 다가가 보았습니다. 커피 한 잔 마시는 그 시간에 제가 오감으로 느낄 수 있는 전부를 가격에 포함해보자구요. 아름다운 가구, 맛있는 커피, 잔잔한 음악. 모두를 종합해보면 커피값은 정말 킹성비 그 자체입니다. 자기 합리화를 위해 궤변을 늘어놓았다고 해도 뭐 딱히 반박할 거리가 없긴 합니다. 헌데 저는 돈이 곧 행복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기도 하여 소비한 만큼 만족감이 오면 후회도 딱히 없긴 합니다.


근처 갈 일 있으면 리이케 한 번 들려보세요. 비슷한 경험 하실 거라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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