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고초려 끝에 색안경을 깨다
방문일자 : 2020. 08. 13
마신 것
에티오피아 아가로 듀로미나
제가 작년에 마신(방문일 기준) 커피 중 가격 대비 가장 맛있었던 건 스웨덴 로스터리 Koppi에서 로스팅한 에티오피아 아가로 나노 찰라 워시드입니다. 쏙 맘에 들어서 올해는 다른 두 곳에서 로스팅한 커피를 마셨는데 하나가 영 별로였어서 슬펐습니다. 암튼 이 이야기를 왜 했냐면 이번 메쉬커피에서 듀로미나를 마시게 된 계기와 관련이 있어서 그렇습니다.
나노 찰라는 생두 가공소, 즉 커피 열매를 생두로 만드는 곳입니다. 쉽게 비유하면 정미소 정도 되겠네요. 나노 찰라는 Kata Muduga Union이라는 정미소 조합 같은 곳에 속해있습니다. 유크로와 듀로미나 가공소도 이 조합 산하에 있습니다. 올봄에 한 번, 최근에 한 번 나노 찰라 마셨고, 최근에 카페 도안에서 유크로도 마시니 괜히 듀로미나까지 마셔야 할 것 같더라구요. 둘 다 맛있었거든요. 헌데 해외 주문하면 시간이 좀 걸리니까 국내로 눈을 돌렸죠. 마침 메쉬에서 노르딕 어프로치의 듀로미나를 수입해 판매하고 있었습니다. 그리하야 메쉬에 갔지요.
듀로미나는 복숭아나 살구 같은 뉘앙스가 좋았습니다. 메쉬가 어떤 커피를 추구하는지 저로서는 알 길이 없지만 예전의 방문에선 항상 평소 마시던 커피보다는 연해서 아쉬웠는데요. 이번엔 진해서 제 입맛에 맞았습니다. 정미소 연합 삼 형제를 정복했다는 기분이 들어서 쾌감이 들기도 했구요.
솔직하게 말하자면 여태까지 저는 메쉬커피에서 썩 긍정적인 경험은 없었습니다. 바리스타 분들이 지인으로 보이는 분들과 이야기하느라 바쁘셔서 뭔가 저는 뒷전인 듯한 응대를 받은 게 사실이거든요. 뭐 그래서 이번 방문에도 기대 안 하고 그냥 커피만 마시고 나와야겠다~ 했지요. 기우였구요, 이번엔 다른 직원 분들이 계셨는데 무척 친절하셔서 좋았습니다.
약간은 선입견을 가졌던 메쉬커피였지만 이번에 그 색안경을 좀 깼습니다. 함께 갔던 친구가 정말 맘에 들어하는 모습에 덩달아 제 기분도 좋아졌기 때문이었을까요? 코끼리 다리를 만지는 장님이 되어서는 안 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