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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동 Mar 10. 2021

[경복궁] 나무사이로 Namusairo

지극히 한국적인 경복궁 스페셜티

방문일자 : 2020. 06. 22

마신 것

에티오피아 두메르소 카보닉 메서레이션




바야흐로 에티오피아 뉴크롭의 계절입니다(방문일 기준). 저는 지독한 에티오피아 커피 덕후이기에 매년 이맘때쯤이면 심장이 두근댑니다. 커피를 너무 많이 마셨나 봐요(볼빨간사춘기 ).



나무사이로. 스페셜티 커피 씬에서 절대 빼놓을 수 없지만 이 시기엔 더더욱 빼놓을 수 없어요. 최근 3년을 볼까요? '18년의 트리트라 고요, 하로 소레사, 부쿠 아벨 3형제, '19년의 벤사 내추럴, 이번엔 두고소도와, 두메르소 무산소와 카보닉 형제 두둥등장입니다. 무려 카보닉 메서레이션(탄산 침용, Carbonic Maceration)! 무슨 내추럴이나 워시드 같은 가공법은 한 번쯤 들어보셨을 법 하지만 이건 익숙지 않을 거예요. 원래는 와인에서 사용하던 가공법인데요, 커피 생두에도 같은 방식을 적용해본 것이죠. 커피는 테이스팅 노트부터 와인에서 따왔을 만큼 비슷한 면이 많은데, 아무튼 저는 카보닉 세 글자만 읽어도 가슴이 벅차올라요. 다른 곳에서 마셔봤던 에티오피아 벤사 카보닉 원두는 정말 풍선껌 같았거든요. 발걸음은 자연스럽게 나무사이로로 향했습니다.



날이 더워 아이스 필터 커피를, 기력이 떨어져 당 충전용 티라미수를 함께 주문했습니다. 박과류의 끈적한 질감이 동반된 단맛이 인상적인 커피였습니다. 집에서 따로 내려마셨을 땐 탄산 느낌이 나기도 했구요. 티라미수는 과하게 달지도 지나치게 느끼하지도 않아 좋았습니다. 스페셜티 카페에서 티라미수를 걸어둔다면 꼭 주문해보시기 바랍니다. 어디서 받아오는 게 아니라 직접 볶은 원두로 추출한 에스프레소로 사보이 아르디를 적셔서 만드는 경우가 많거든요. 커피의 맛에 집중하는 곳들이다 보니 상당히 맛있습니다.


에티오피아 두메르소 카보닉(좌) 티라미수(우)


한옥이 주는 특유의 조용한 분위기에 높은 점수를 주고 싶습니다. 마당 공간을 테이블로 채우지 않고 '공'간으로 살려두고, 안채에 마당을 구경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든 건 참 좋은 활용법처럼 보였어요. 물론 손님들이 시끄러우면 말짱 꽝이지만요. 그래도 카운터 쪽은 차분합니다.



어니언, 프릳츠 등 많은 훌륭한 한옥 카페가 있지만 사람이 항상 많아요. 나무사이로는 위 두 곳에 비하면 정숙한 편입니다. 차분히 커피 홀짝이고 싶은 날엔 나무사이로에 가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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