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듯한 커피 소통
방문일자 : 2020. 06. 03
마신 것
아이스 필터 커피 | 콜롬비아 비야 벤츄리아 게이샤 무산소 내추럴
에스프레소 | 에티오피아 모모라
비탈길에 자리잡은 로투스랩은 자칫 지나치기 쉽습니다. 이층으로 올라가는 계단 사이에 입구가 있거든요. 간판을 아는 사람은 금방 찾겠지만 저는 삼 초 정도의 스캔 과정을 거쳤습니다. 매장 이름은 알았지만 초행길이었기 때문이에요.
어렵사리 문을 찾아 열고 들어가서 처음 본 광경은 예닐곱명의 손님들과 사장님께서 대화하는 장면이었습니다. 내부는 지극히 바 중심의 구조인데요, 모든 좌석이 카운터를 향해 있습니다. 사장님과 마주봐야만 합니다. 머신 뒷자리가 있기야 있지만 그래도 전형적인 다찌석입니다. 이런 배치다 보니 바리스타와 손님 간의 소통은 어찌 보면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어라, 이 가게 재밌습니다. 메뉴판에 그 흔한 원두 이름조차 없고 블랙, 화이트같은 카테고리만 있습니다. 원두를 고르고 싶어 어떤 것이 준비되어 있냐 여쭤보니 좋아하는 커피 스타일은 무엇인지 되물어보십니다. 제 기호에 맞춘 커피를 내려주시는게 방식이라시면서 말이죠. 평소 취향을 이야기하고 자리에 되돌아가 앉았습니다. 베리, 시트러스 같은 노트를 가진 커피가 나오길 기다립니다.
곧 커피가 나왔습니다. 마셔보니 무산소 느낌이 물씬, 그러나 발효취는 과하지 않았습니다. 더웠던 날씨 덕분에 금방 다 마셨습니다. 많았던 손님들은 그새 전부 나가셨고, 등받이가 필요해 옆자리 편한 의자로 옮겼습니다. 얼핏 에티오피아 모모라 뉴크롭 이야기를 하시는 걸 듣고(엿듣지 않았음, 청력이 우수한 편) 에스프레소로 주문했습니다. 두번째처럼 서빙되었구요. 기본적으로 설탕이 들어가 있는 점 마음에 들었습니다. 과일 캔디 같은 맛이 나거든요.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었는데 얄팍한 지식으로 아는 척 하느라 힘들었습니다. 저같은 커알못이 하는 헛소리들도 잘 받아주실 만큼 친절하신 사장님입니다. 커피맛은 이거 정말 아이로스터 400으로 볶은 게 맞는지 의심갈 정도로 괜찮습니다. 스페셜티 커피 좋아하신다면 분명 재미있는 시공간을 제공할 로투스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