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북천에서 필터 외길을 걷다
방문일자 : 2020. 06. 01
마신 것
에티오피아 할로 하투메 미아네 워레사 더블 워시드
히든 폼은 필터 커피뿐입니다. 에스프레소 바(bar)인 바마셀이나 리사르와는 정반대 노선이라고 쓰려다가, 필터 커피라는 장르 하나에 집중하는 점에서는 또 같은 궤도를 돌고 있으니 음... 2호선 내선순환과 외선순환 같은 거라고 칩시다.
우유나 시럽으로 다양한 종류의 파생 메뉴를 만들 수 있는 에스프레소와는 다르게 브루잉 커피는 한계가 있습니다. 끽해야 우유 섞은 카페오레죠. 히든 폼은 원두 종류를 다양화해 선택의 폭을 넓게 제시합니다. 제가 갔을 땐 6종류인가 있었습니다. 대부분의 소규모 스페셜티 카페에서는 원두 라인업을 2~3개 정도 걸어두니 두세 배의 차이입니다. 과연 상미기한 전까지 원두를 다 소모할 수 있을까 걱정도 되지만 소비자 입장에서는 정말로 땡큐입니다.
.
라인업에 익숙한 이름의 원두가 있어서 골랐습니다. 말해 뭐해 에티오피아고 크라운주얼입니다. 미국국의 SEY COFFEE에서도 취급했었구요. 직구해 먹어본 적은 없지만 종종 얻어마실 때마다 만족스러웠던 브루클린의 로스터리 카페입니다. 참 잘 고르고 잘 볶더라고요. 기다리는 시간 동안 기대감은 점점 늘어만 가고.. 보통의 영화에선 반전 플래그였겠지만 현실 세계의 히든 폼에선 플롯 트위스트 같은 건 없었습니다. 아유 맛있었어요. 핵과류 과즙의 쥬시함이었던 거 같은데 늙어가지고 기억력이 허허! 이래서 떠오르는 그 순간에 기록을 남겨야 하나 봅니다.
작년엔 성북천을 따라 이팝인지 조팝인지 무튼 꽃이 만개해 있었는데, 그때보다 20일쯤 늦게 갔다고 다 졌습니다. 아주 잘 됐습니다. 서로 사진 찍어주는 커플 나부랭이들이 하나도 없었지 뭡니까. 무척이나 편안했습니다. 마지막까지 깔끔한 기분을 안고 버스를 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