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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의기쁨 Jan 11. 2016

That's All

그녀는 나의 전부야

방금 전 친구한테 온 메세지는 좀 뜬금없긴 했다.

술을 잘 먹지 않는 친구가 술을 사 달라는 것은 이 녀석에게 뭔가 큰 일이 있었던가 아니면 앞으로 큰 일이 일어날 것이란 것은 쉽게 생각할 수 있다.


"학교 마치면 강변역에 자주 가던 포장마차로 7시까지 와라."


메세지를 남기고 준비하려고 하니 지금 나와있다는 메세지가 바로 왔다.

도대체 뭐가 그리 급한지..


"친구야. 내 여자 친구가 유학간댄다..."


그랬다. 대학교 입학하고 처음 사귄 여자친구였다. 이쁘기도 했지만 성격도 좋았고 무엇보다도 친구들에게도 상당히 잘했던 그런 친구였다.


고등학교 때부터 좀 내성적이었던 이 친구가 처음 여자 친구를 사귀었을 때 친구들끼리 얼마나 축하해 줬는지 모른다. 성격이 너무 내성적이라 과연 여자 친구를 사귈 수 있을까 했는데 친구들 중 가장 먼저 여자 친구를 사귄 것이다.


하지만 1학년 1학기를 마칠 무렵에 그 관계도 끝날 것 같은 예상이 들었다.


"유학이라.... 뭐 어찌 할 수가 없넹..."


솔직히 뭐라 할 얘기도 없었다.

어느 정도 술이 취하니 별의별 말을 다 한다.

처음으로 이 녀석이 술주정을 하는 것을 봤다. 욕에서 횡설수설까지 아주 가관이다.

하지만 마지막 그 녀석이 술 취해서 잠들기 전 한 그 말은 기억난다. 왜냐하면 너무나 진부한 이야기였거든.


"그녀는 내 전부야... 그녀는 내 전부야... 안돼 가지 마... 그녀는 내 전부야..."


자신의 전부라고 말하던 그 친구.

술 취해서 잠이 들어도 저 말만 계속 반복하고 있는 나의 친구.


에휴.. 그 날은 그 넘을 등에 메고 내 집으로 데려가는 데 얼마나 힘들던지 그냥 길바닥에 놔두고 갈까 생각했지만 측은하게 저 말을 반복하는 모습이 안타까워 집에 가서 재우고 그날 아침 같이 해장국을 함께 했다.


Ben Webster - That's All (1956년 앨범 King Of The Tenors)


그랬던 그 친구가 전 여친이 유학간지 몇 달도 안돼서 새로 사귄 여친을 데리고 와서 친구들에게 소개해준 기억이 난다.


문득 Ben Webster의 That's All이 떠올랐다.

두텁고 독특한 바이브레이션, 하지만 왠지 로맨틱한 그의 블로잉.

이렇게 추운 날에는 Ben Webster의 따뜻하고 매력적인 발라드 연주가 생각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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