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llie Holiday를 아시나요?

모르겠는데요?

by 나의기쁨

지금도 기억나는 광고가 하나 있다.


요즘은 드라마도 티비보다는 유튜브나 OTT 같은 서비스를 통해서 보는 시대가 된 만큼 광고를 잘 안 보게 된다.


당연히 광고가 나오면 5초 이후 스킵 시전 스킬을 구사하면 된다.

하지만 때론 다 보게 만드는 광고가 나오면 그 몇 초를 못 기다리는 우리의 모습을 볼 수가 있다.


간혹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의 그 Javier Bardem이 연기한 Anton Chigurh를 권오중이 패러디한 병맛 광고 같은 게 인기를 얻기도 했지만 - 그 외에도 카지노에서 나온 우리 두 번째 호구 형님과 타짜의 원조 호구 형님의 콜라보 병맛 광고 같은 이런 좀 특이한 광고는 유튜브에서 풀버전으로 보기 위해 찾기까지 한다 - 80년대에서 90년대에 참 멋진 광고들이 많았던 시절이 있다.


아무튼 이때가 소위 'MTV Unpluged'같은 프로그램이 해외뿐만 아니라 국내에서 많은 관심을 끌었고 대중성은 물론 예술성까지 겸비한 수많은 뮤직비디오와 광고를 찍는 유명 감독들이 나오던 시기이기도 하고 그렇다.


추억의 '라떼 스킬 시전'이라고 하겠지만 가끔은 이런 아날로그 감성이 그리울 때가 있다.


뭐라고 하지 말자.


인간은 추억과 미련을 먹고사는...


그중에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 구두 광고가 하나 있다.

흑백 화면에 어느 여성분이 욕조에서 매력적으로 앞으로 숙이고 있는 광고에 엄청나게 허스키한 보이스의 그 암울하고 우울하고 그런 음악이 고풍스럽게 흐르는 이 광고!


짧지만 워낙에 강렬한 인상을 남긴 지라 지금도 기억이 나는 이 광고는 에스콰이어의 포트폴리오 광고이다.


정확히 몇 년도에 나온 건지 찾아보니 이게 94년도에 나왔던 광고인데 락/메탈에 미쳐있던 한 고등학생에게도 그 노래가 강렬한 느낌을 줬다는 것이다.




신기했던 것은 천리안에서 만난 재즈 마니아 형님들은 보컬 쪽을 그리 좋아하지 않았던 거 같다.


게다가 어떻게 보면 역전 현상처럼 보이는 부분이 있었는데 다른 의미로 골수팬들이 많아서 그런지 스윙, 비밥 쪽보다는 60년대 이후 하드밥, 프리/아방가르드 재즈에서 포스트밥 계열의 스타일을 좋아하시는 분들이 대부분이고 오히려 대중적이라고 보이는 나머지 장르가 마이너처럼 느껴질 정도였으니 말이다.


여전히 부모님이 잠드신 야밤에 몰래 통신을 하다가 문득 그 광고가 생각이 났다.


"형님들, 혹시 에스콰이어 광고 보신 적 있나요? 거기 나오는 노래가 재즈나 팝이 아닌가 싶은데 혹시 아시는지..."

"어, 그거 Billie Holiday의 곡이야"


위에서 언급했듯이 마이너 진영 쪽에서 특히 30년대에서 50년대의 스윙, 비밥 쪽에 전통하신 한 형님이 알려주셨다.


"아니 그런 고루한 음악을 듣는다니? Billie Holiday가 동상 입맛에 맞으려나?"


여전히 이 방은 싸움이 끊이질 않는다.


이 방의 매력은 그렇게 티격태격하면서도 서로 사이가 좋았다는 것이다.

자신의 기준에서 취향이 맞지 않는다면 까는 경향도 있으면서도 그 속에서도 나름대로의 취향을 존중해 주는 것도 좀 신기했다.


게다가 어린 놈이 재즈에 관심을 갖는다고 하니 나름대로 전통재즈부터 퓨전, 스무스재즈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장르에서 접근하기 쉬운 음반들 위주로 소개도 해주시는 분들이 많으셔서 내 학창 시절에 탈출구 같은 곳이기도 했다.


Billie Holiday...


그렇다.


처음 그녀의 이름을 알게 된 순간이었다.



Billie Holiday - I'm A Fool To Want You (1958년 음반 Lady In Satin)


솔직히 말하자면 시간이 지나 그녀에 음반을 수집하고 감상해 왔지만 그녀의 음악적 삶에 대해서는 크게 관심을 두진 않았다.


게다가 나는 보컬 재즈 음반을 그렇게 좋아하지도 않았다는 것이다.


말이 나왔으니 말인데 Billie Holiday 하면 항상 따라붙는 대표적인 뮤지션이 두 명이 있다.


그와 함께 오랜 기간 협연했던 Lester Young의 경우에는 독특한 성격의 소유자로 다른 뮤지션들에게 별명을 붙이는 걸 좋아했다고 하는데 그때 그가 Billie Holiday에게 붙여준 별명이 바로 Lady Day였다.


그에 대한 답례로 그녀가 그에게 붙여준 별명은 재즈의 대통령이라는 의미의 Prez.


그리고 또 한 명은 그녀의 마지막을 지켜본 피아니스트 Mal Waldron이다.


그녀가 59년에 사망한 그해에 Mal Waldron은 사망 이전에 그녀와 함께 작곡했던 'Left Alone'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는 그녀에게 헌정하는 <Left Alone>를 발표했다.


'Left Alone'에 대한 슬픈 에피소드는 비록 Mal Waldron과 공동 작곡이고 가사를 썼지만 생전에 그녀는 이 곡을 정식으로 녹음하지 못했다.


그녀의 영향을 받았던 많은 후배 디바들이 이 곡을 녹음했다.



<Lady In Satin>이 재즈팬들에게 회자된 이유는 음반에 담긴 음악도 훌륭하지만 그녀의 유작이기 때문이다.


사후에 발표된 <Last Recording>이 실제로 사망한 그 해에 녹음된 음반이긴 하지만 <Lady In Satin>의 담겨진 목소리가 그나마 그녀가 술과 마약으로 몸과 목소리가 망가지던 시기에 조금이나마 전성기 때의 보이스 톤을 간직하고 있었기 때문인데 과거의 그녀의 작품과 <Lady In Satin>에서 그 차이가 확연하다.


물론 <Last Recording>은 그 차이를 과장 좀 보태면 망가져 버린 그녀의 보이스를 귀로 느낄 정도이다.


이후 2021년 보컬리스트 Andra Day가 주연을 맡았던 영화 <Billie Holiday>를 보면서 그녀의 굴곡직 삶을 들여다보는 시간이 되기도 했다.


'Strange Fruit'로 대변되는 흑인 인종차별 시대에서 흑인들 중 얼굴이 좀 하얗다는 이유로 숯검댕이를 바르고 공연을 뛰었던 슬픈 에피소드는 많은 생각을 한다.


Billie Holiday를 아시나요?
뭐라고요? 아직도 몰라요?
그럼 아직 허세 부릴 자격이 없어 보이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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