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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의기쁨 Jan 29. 2024

페르소나, 가면을 쓴 사람

가면을 쓴다는 거? 생각보다 외롭다

전부는 아니겠지만 사람들은 대부분 가면을 쓴다.


사회생활을 하거나 또는 누군가의 만남에서 이러한 것들이 더욱 드러난다.


이건 나에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나의 성향은 외향과 내향 그 사이에 묘하게 줄타기를 하는 성격이다.


외향적인 거 같기도 하고 내향적인 것 같기도 하고 술에 물 탄 듯 물에 술 탄 듯 약간은 두리뭉실한 성격이다.


그렇다고 우유부단한 성격도 아니다.

성격상 답답한 걸 또 싫어해서 그런 상황을 마주하게 되면 그 누구보다 빠른 결정을 내리기 때문이다.


거기에다가 B형이라 혈액형으로 이러는 거 아니다! 은근히 다혈질인데 뒤끝이 없다고 해도 나는 이런 내 성격을 좋아하지 않았다.

한마디로 말하자면 약간은 '더러운 성격'이라는 말인데 그런 모습을 보이기 싫어서 나도 나만의 가면을 쓰며 아닌 척 연기하면서 한동안 살아온 적이 있다.


하지만 쉬운 일은 아니다.


혼자 남았을 때 가면을 벗는 순간 몰려오는 외로움과 피곤함이 나를 먼저 반겨주기 때문이다. 


어느 책인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그 책에서 '단점을 가진 자기 자신의 그 모습 그대로를 사랑해 보는 게 어떨까'라는 문구하나에 가면을 벗어던졌다.


그렇다고 가면을 완벽하게 벗었다는 것은 어떻게 보면 거짓말일 수 있다.

지금도 나는 나도 모르게 본래의 인격과는 다른 페르소나를 내세우고 있을지도 모른다.


어쨌든 주위의 반응은 의외였다.


인간적이다라는 반응이 더 많았다.


그 이후 나는 단점이라 생각하는 부분에 대해서 숨기기보다 고치려고 노력하기 시작했다.


결국 가면을 쓰는 이유는 자신이 단점이라고 생각하는 것들이 남들에게 어떻게 보일지 걱정하는 것에서 시작해서 그것을 숨기고자 하는 경우가 많다.


물론 아닌 경우도 있겠지만 내가 만났던 많은 사람들은 나를 포함해 대부분 이에 해당했다.




그날은 하던 일을 멈추고 어딘가로 떠나고 싶은 구름 한 점 없는 청명한 날씨였다.


언제나 경쾌한 표정과 웃는 얼굴로 가게를 방문하는 K가 오면 생각 외로 힘이 드는 바텐더일에 활력소를 얻는다.


특히 상당히 재치가 있고 상대방을 배려하는 그의 말솜씨는 대화를 나누다 보면 즐거워진다.


하지만 그날 K는 주문할 때 외에는 그 어떤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자정을 지나 새벽으로 향해가는 그 시간의 길목에 들어설 즈음에는 손님들이 슬슬 집에 돌아가기 시작했고 K와 나만 남았다.


음악만이 흐르는 그 순간에 K가 뜬금없이 질문을 던졌다.


"바스키아. 자네는 힘들지 않나?"


"원래 삶이 힘들다가도 즐겁고 즐겁다가도 힘든 거 아니겠습니까?"


"크크크. 역시 자네야. 자네는 항상 그런 식이지. 혹시 그것도 페르소나인가?"


"무슨 의미인가요? K. 오늘 무슨 일 있었어요?"


그는 나지막한 톤으로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바스키아.

자네가 보기에 내 성격은 어떤 거 같나?
사실 내 원래 성격은 자네가 생각하는 것과는 좀 다를 수 있네.

어릴 적부터 굉장히 내성적이라 조용하고 생각이 많은 아이였지.
말수도 상당히 적었다네.

학창 시절에는 이런 성격 때문에 친구들과 잘 어울리진 못했다네.
지금 생각해 보면 후회되는 게 학창 시절의 친구가 거의 없더라고.

이상하지 않나?
아무리 그래도 내 주위 사람들을 보면 성격이 모난 것 같은데도 친구 한 명 정도는 다들 있던데 말이야.
이런 말하면 안 되는 거 알지만 내가 그 사람보다는 성격이 낫다고 생각하거든.

근데도 학창 시절 맘 터놓고 연락할 친구가 없다는 게 말이 되나?
거기에 대학생활도 뭐....

암튼 시간이 흘렀으니 어쩔 수 없다 생각하고 그 이후부터는 회사 동료들하고 친하게라도 지내야겠다 생각했지.

그나마 어릴 적부터 책 읽는 걸 좋아해서 그런지 이런저런 잡지식들이 나름대로 많더라고.

그래서 이런 생각을 했네.
유머러스한 사람이 된다면 어떨까 하고 말이야.
항상 남을 배려하고 섬세한 성격의 사람이 된다면 다들 나를 좋아하겠지 하고 말일세.

물론 이 계획은 몇 년간 아주 성공적이었지.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책을 읽든 무언가를 하든 그것이 나를 위해서가 아니라 남을 위한 행위라는 생각이 들었다네.
모든 것이 나를 위해서가 아닌 남을 위해서라는 생각이 드니 이게 걷잡을 수가 없더라고.

그러다 보니 삶이 재미가 없어지는 거야.
바에 오는 이유는 그래도 나 자신을 찾기 위해 오는 건데 여기서도 자네한테까지 그 가면을 쓰고 있더군.

이상하게 외롭다고나 할까?
게다가 내가 연극배우도 아닌데 연기를 하고 있다고 생각하니 뭔가 점점 지쳐가는 느낌도 들어.


"그럼 K는 원래 어떤 사람이었는데요?"


"글쎄? 이제 기억도 안 나는 거 같은데? 크크크. 하나는 알고 있지. 은근히 까칠한 성격이라는 거!"


K는 그렇게 호탕하게 웃고는 위스키 향을 맡다가 입에 머금고 한동안 음미를 하고 있었다.


K의 그 본래 모습을 페르소나로 다시 바꿔보는 게 어때요?
회사 동료들의 허를 찔러보면 그것도 나름 재미있지 않을까요?
그럼 적어도 연극하느라 힘들지는 않을 거잖아요.



Gene Ammons All-Stars - Happy Blues (1956년 음반 Hi Fidelity Jam Session)


가끔 들리는 K는 여전히 내가 알고 있는 그 모습을 하고 있었다.

다만 항상 혼자 오던 K가 가끔은 다른 동료들과 함께 바에 와서 거칠게 욕설도 하며 웃고 떠드는 모습은 기존에 내가 알고 있던 K는 아니었다.


하지만 확실한 건 그 어느 때보다 편해 보이는 그의 모습이 외롭지 않고 행복해 보였다는 것이다.


당신의 삶에 즐거움과 행복이 가득하기를 바라며 건배!



Coleman Hawkins가 '테너의 아버지'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었다면 Gene Ammons는 'Boss' 또는 'Jug'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다.


스윙과 전통 비밥에 대한 호방한 연주와 블루지한 느낌의 연주를 통해 상당한 인기를 얻었던 뮤지션이다.

게다가 알앤비, 소울 같은 스타일을 아주 매력적으로 섞어서 연주하며 특유의 호방한 연주를 선보였다.


Prestige의 설립자인 Bob Weinstock은 매주 금요일마다 뮤지션들을 모아 잼 세션을 열었다고 한다.


이 작품은 바로 그 잼 세션의 결과물로 Jackie McLean, Art Farmer, Duke Jordan 같은 실력파 뮤지션들과 함께 그의 멋드러진 연주를 생생하게 담아내고 있다. 


Label: Prestige

Title: Hi Fidelity Jam Session

Released: 1956


Gene Ammons - Tenor Saxophone

Jackie McLean - Alto Saxophone

Art Farmer - Trumpet

Duke Jordan - Piano

Addison Farmer - Bass

Candido - Congas

Arthur Taylor - Drum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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