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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의기쁨 Jul 19. 2024

여기서 멈춰도 돼

낯선 상상 #13

"헉헉헉"


브라이언은 거친 숨소리를 내쉬며 뛰고 있었다.

일등은 아니지만 저 멀리 눈앞에서 보이는 모퉁이를 지나면 마라톤에서 완주를 할 수 있다.


수많은 생각이 그의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브라이언은 공부를 굉장히 잘했고 지적인 매력이 넘치는 친구였다.

문제는 그가 남들보다 왜소한 체격을 가졌다는 것이다.


학창 시절에는 그런 왜소한 체격으로 인해 따돌림을 당했다.

하지만 그의 소꿉친구인 엠마만이 그를 챙겨줬다.


대학교를 진학했을 때도 이 왜소한 체격이 문제였다.

엠마를 좋아했지만 엠마가 대학교에서 잘 나가는 풋볼 팀의 주장 머피와 사귀기 전에 그녀에게 고백했다가 차였기 때문이다.


"브라이언. 난 너의 지적인 모습이 좋아. 하지만 넌 남자로서 이상하게 매력이 없어."


아마도 그의 왜소한 체격이 문제였을 것이다.


체질적으로 살이 찌지 않았던 브라이언은 그럼에도 이소룡을 꿈꾸며 열심히 운동을 했다.


운동의 결과였을까?

브라이언의 몸은 제법 다부진 모양새를 가지고 있었다.

너무 왜소해서 어떤 옷을 입어도 어울리지 않았던 그였는데 이제는 패션스타로 대학교내에서도 나름대로의 인기를 얻기 시작했다.


게다가 머피가 바람기가 다분해서 엠마와 사이가 별로 좋지 않을 때 브라이언은 다시 한번 엠마에게 고백을 했다.


"브라이언. 내가 그렇게 좋은 거야?"


"당연하지. 엠마. 너는 이쁘기도 하지만 내가 제일 힘들 때 나를 이해해 준 유일한 사람이니까!"




브라이언은 정신을 차리고 모퉁이를 향해 뛰었다.

하지만 그의 심장에 무리가 간 것일까?


그의 몸에 약간의 경련이 오기 시작했다.


이제 그만 뛰라고.
여기서 멈춰도 돼.
네가 여기까지 온 것만도 대단하다고.


환청처럼 들리는 엠마의 목소리가 마치 악마의 달콤한 속삭임처럼 들려왔다.


하지만 그는 여기서 멈출 수가 없었다.

그것은 엠마와의 약속을 지켜야 하기 때문이다.


점점 눈이 감겨온다.

하지만 브라이언은 있는 힘을 다해 모퉁이를 돌아 결승선으로 발을 내딛으며 쓰려졌다.



Rodney Kendrick Trio - Around The Corner (1996년 음반 We Don't Die, We Multiply)


"띠띠띠띠. 띠띠띠"


바이탈 사인 모니터의 소리가 들려왔다.


브라이언은 정신을 차렸다.


간호사는 브라이언이 깬 것을 보고 의사를 불렀다.


"브라이언 씨? 괜찮으신 건가요?"


이제 막 깨어난 브라이언은 정신이 없었지만 짧게 대답했다.


"괜찮은 거 같습니다."


"이렇게 무리하시면 안 된다는 거 잘 아시잖아요? 이식받은 심장에 무리가 가면 브라이언 씨한테도 위험하다고요."


브라이언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의사 선생님이 몇 가지 체크를 하고 나갔다.


병실의 창문을 멍하니 바라보며 엠마를 생각했다.


엠마.
나 그래도 끝까지 다 뛰었어.

너의 심장과 함께.

나와 삶의 마라톤을 하고 싶다고 말한 것 말이야.
그전에 나 자신을 먼저 시험하고 싶었어.

이제 할 수 있을 거 같아.
내가 죽기 전까지 너의 심장과 함께 그 삶의 마라톤을...

지켜봐 줄래?
나의 엠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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