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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의기쁨 Jul 20. 2024

망각

낯선 상상 #14

"라하산. 자네 그거 아나? 진짜로 망각의 길이라는 게 있다더군."


"이보게. 아난트. 아직도 그런 전설을 믿고 있는 겐가?


라하산과 아난트는 망각의 길에 대해서 티격태격하고 있었다.


"진짜 있다니깐! 며칠 전 망각의 길을 갔다 왔다는 이방인이 정말 존재하고 있다고 했단 말일세."


"내 지금 바쁘니깐 그 이야기는 나중에 하기로 하지."


아난트는 풀이 죽었다.


며칠 전 외부로부터 온 이방인이 망각의 길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준 적이 있다.

그 망각의 길에서 자신은 깨달음을 얻었다며 좋아했는데 자신도 그 망각의 길을 찾고 싶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 이방인이 묘한 말을 했다.


"젊은 친구여. 망각의 길을 찾고 싶다면 정말 망각의 길에 대한 갈망을 가지고 서쪽으로 가야 한다네. 하지만 찾게 된다면 명심하게. 망각의 길은 자네의 생각과는 전혀 다른 길이라는 것을 말일세."


아난트는 망각의 길을 찾아야 하는 이유가 분명히 있었다.







"이노무 자식! 너는 쓸모없는 넘이야."


아난트의 아버지는 어릴 적 아난트를 볼 때마다 항상 자신에게 험담을 했다.

쓸모없는 자식이라며 폭력을 행사했던 것이다.


가정의 안정에는 전혀 관심 없던 그의 아버지는 아내에게까지도 폭력을 휘둘렀다.

자신의 존재가 쓸모없다는 아버지의 말은 아난트의 삶을 갉아먹었다.

그리고 그렇게 아버지는 어머니와 자신을 남기고 세상을 떠났다.






그것을 위해 아난트는 그 갈망을 가슴에 품고 그 이방인의 말대로 서쪽으로 무작정 걸어갔다.


한 달 두 달 그리고 얼마나 지났는지 모를 시점에 아난트는 마치 무언가에 끌리듯 걷다가 망각의 길 초입에 들어섰다.


망각의 길 초입에 쓰여있는 글귀는 단 한 글자만 적혀있었다.


깨달음


'드디어 망각의 길을 찾았구나. 나를 지배하는 트라우마를 지울 수 있을까? 나는 어떤 깨달음을 얻을 수 있는 것일까?'



Bansal Trio - Charukeshi (2015년 음반 Chandra)


아난트는 그 망각의 길을 하염없이 걸었고 드디어 길의 끝에 서 있었다.


이방인의 말이 떠오르며 문득 눈물을 흘렸다.


지금까지 아버지로 인한 트라우마로 인해 어머니의 헌신과 사랑을 잊고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망각의 길은 지우고 싶은 기억을 지우고자 하는 길이 아니었던 것이다.

자신에게 고통을 주던 기억으로 인해 기억 저 뒤편으로 잊혀진 소중한 기억들, 망각된 기억들을 꺼냈던 것이다.


지금까지 트라우마로 가득했던 아난트가 지금까지 잘 성장한 이유는 어머니의 헌신과 사랑 때문이었다.


하지만 아난트는 그것을 부정했었다. 

아니 잊고 있었다고 하는 게 맞을 것이다.

 

"어머니... 죄송합니다. 불효자는 웁니다..."


깨달음을 얻은 아난트는 서둘러 집으로 돌아갈 채비를 했다.


Homage to Paulo Coelho's O Alquimista... 

Noel Gallagher Said,
지나간 건 지나간 거야. 어릴 적 너의 부정한 경험들이 니 인생에 영향을 주기 위해 끼어드는 것을 허락하지 말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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