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인사부 리더가 쏘아 올린 작은 충격...
어느 회사의 워크숍이다. 상석에 앉은 회장님이 인사말 중 여러 이야기를 하다가 둘러앉은 직원들에게 갑자기 묻는다.
"내가 왜 직원들 이름을 잘 못 외우는지 알아요?, 누가 아는 사람 있으면 이야기해봐요"
그러자 나이 지긋한 실장님 한 분이 "회장님께 직접 업무보고를 자주 하지 않아서가 아닐까요?" 한다.
물론 회장님이 원하는 대답은 아니었다.
잠깐의 침묵 후, 사내 인사를 총괄하는 인사부장이 답한다.
"직원들 개성이 없어서입니다!"
'헉!'
직원 선발의 최종 권한을 지닌 분이 자기가 뽑은 직원들이 개성이 없다고 한다.
내가 보기에 같이 일하는 직원들, 특히 젊은 직원들은 개성이 넘치고 사석에서 만나면 그렇게 '톡톡' 튈 수가 없다. 그런데 개성이 없다는 근거는 무엇이며, 스스로 개성이 없는 인물들을 뽑았다고 성토하는 건 또 무엇인가? '전지적 작가 시점' 도 이런 전지적 작가 시점이 없다.
생각해보면 인사부장이 개성이 없다고 한 대상은 사실 이제 막 들어온 신입직원이나 젊은 사원들이 아닌 회사에 10년 이상 근무한 오래된 직원(?) 들일 가능성이 높다. 매사에 '네, 네' 하고, 옳지 않은 일에도 별다른 댓구 없이 바로 수긍하는 개성 없는 직원들이 대부분 오래된 직원들이기 때문이다.
일상생활에서 쓰이는 심리학 용어 중에 '딜버트의 법칙'이란 게 있다. '가장 무능한 직원이 회사에 가장 작은 타격을 주고 결국 가장 먼저 승진하는 현상'을 일컫는다. ('딜버트'는 미국 전역의 1천 개 신문에 연재되는 만화의 제목이자 주인공의 이름이다)
쓸데없이 양산되는 규정들, 유행 따라왔다 갔다 하는 경영스타일. 직장이 비생산적이고 답답하며, 자신의 일에 가치를 느끼지 못하지만 그냥 다니는 직원들이 다수일 경우 그 조직은 개성 없는 조직이 된다. 이런 조직에 혁신과 크리에이티브를 바랄 수 없는 건 당연하다.
인사부장의 '개성 없는 직원' 발언에는 이런 조직 분위기에 대한 아쉬움과 변화에 대한 바람이 어느 정도 담겨있으리라 생각한다. 그렇더라도 조직의 분위기와 성과를 만드는 핵심적인 지위에 있는 분이 자기가 뽑은 사람들을 개성 없는 직원이라고 하는 건 그다지 바람직해 보이지 않는다.
아참, 서두에서 회장님의 질문에 대한 답은 '코로나'였다. 코로나로 인해 직원들을 사석에서 만나고 커뮤니케이션할 기회가 사라져 이름 외우기가 어려웠다는 것. 일리 있는 말씀이다. 하지만 커뮤니케이션은 꼭 만나서만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언택트 환경에서 언택트 한 방법으로 소통할 수 있고, 노력 여하에 따라 먼저 찾아가 만날 수도 있다. 이것 또한 여의치 않았을 때는 직접 종이에 적어 외울 수도 있었던 노릇이다. 이는 부정적 사건의 원인을 외부에서 찾는 '외부 귀인' 일 뿐 합당한 사유가 될 수는 없다.
경직된 조직에서는 아래에서 위로 갈수록 부정적 정보는 걸러지고 긍정적인 정보만 전달되는 경향이 있다. 듣기 싫은 소리 하는 직원, 기존 관습에 위반하는 직원, '아니'라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는 직원들이 떳떳하게 회사생활을 하는 조직에 성과가 있고 미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