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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경찰견의 죽음

반려견 또복이가 알려주는 것들

by 퍼니제주 김철휘 Aug 15. 2024

어느 개가 죽었다. 어느 개라고 표현할 수밖에 없는 안타까움이 있지만 이름을 말할 수 없다. 그 이름은 내 가슴에만 묻기로 했다. 그 개는 나의 개 ‘또복이’를 무척 좋아했다. 만나자마자 꼬리를 흔들고 엉덩이 냄새를 맡고 마치 뽀뽀하듯이 또복이의 입주위를 핥았다. 또복이도 처음에는 부담스러워하는 듯했지만 이내 친하게 지냈다.


그 개는 군견으로 활용되는 저먼 셰퍼드였다. 윤기 나는 검정 털에 뚜렷한 이목구비와 엄청나게 큰 발을 가진 녀석이었다. 한눈에 보아도 카리스마가 흘러넘쳤다. 젊었을 때는 훈련을 받고 탐지견, 수색견 등으로 적잖은 활약을 했다고 한다. 한눈에 봐도 그래 보였다. 이제는 은퇴하고 새로운 보금자리를 찾았고, 그런 녀석이 동네 한 바퀴를 도는 걸 보는 게 우리 부부의 작은 일상이었다.


그런데 그 일상이 사라져 버렸다. 전혀 예상하지 못한 시기와 상황과 방식으로 불행이 찾아와 버린 것이다. 녀석의 나이는 8살. 대형견의 수명도 늘어나고 있는 추세이기 때문에 사고사가 아닌 경우라면 더 살 수 있는 나이다. 그런데 그 개는 이른 시기에 무지개다리를 건넜다.


며칠 전 견주가 오랜만에 우리 가게를 찾았다. 평소와는 다르게 왠지 모르게 표정이 어두워 보였다. 속으로 ‘새로 시작한 일이 힘든가?’ 했다. 주문한 음료를 조용히 마시던 그가 한 참 만에 입을 열었다. 강아지가 죽었다는 것이다. 산책을 다녀왔는데 무엇을 잘못 먹었는지 밤에 구토와 설사를 하고 시름시름 앓다가 다음날 죽었다고 한다. 너무 급작스러운 일이라 자기도 어떻게 손쓸 방도가 없었다고 한다.


3일 전, 견주는 퇴근 후 자신의 반려견과 산책을 했다고 한다. 8월 초순은 초저녁까지도 한낮의 열기가 가시지 않는 때이다. 일 때문에 자주 산책하지 못해서였는지 그날은 2시간가량 산책을 했다고 했다. 산책 후 숨을 헐떡이며 구토를 심하게 했고 잘 일어나지 못하고 열이 났다 했다. 더 이상의 증상에 대해서는 자세하게 듣지 못했지만 반려견 열사병이 의심되었다.


사실 어린 강아지가 아니라면 특히 훈련을 받고 냄새에 민감한 성견이라면 길가에 떨어져 있는 상한 음식이나 기타 몸에 해가 될 만한 이물질을 입에 넣지 않는다. 똑똑한 강아지들은 매번 얻어먹던 간식도 일단은 냄새를 맡고 이상이 없는지 확인 후 입에 가져간다. 또복이도 예외가 아니어서 그 좋아하는 고구마를 줘도 일단 코로 확인하고 먹곤 한다. 그때마다 “참~ 지 몸 하나는 지극 정성으로 챙긴다” 며 또복이를 놀리곤 한다.


한 여름에 강아지 산책은 해뜨기 전이나 해지고 난 늦은 저녁에 하는 것이 좋다. 인간보다 2도 정도 기본 체온이 높은 데다가 반려견은 사람처럼 땀샘이 없기 때문에 열받으면 해소할 길이 혓바닥뿐이다. 그러니 인간이 덥다 싶은 날씨가 반려견에게는 한증막과 같은 온도일 수 있는 것이다. 때문에 요즘 또복이 산책은 30~40분 정도 선에서 마무리한다. 물론 녀석은 왜 이렇게 빨리 끝내냐며 성화지만 혓바닥이 땅바닥에 닿을 지경인 상황에서는 어쩔 수 없이 산책을 짧게 끝내는 것이 좋다.


사실 그 개가 죽은 원인은 알 길이 없다. 수명을 다해서 죽었는지, 길가에 떨어진 뭔가를 잘못 먹어 죽었는지, 아니면 열사병이 원인이 되어서 죽었는지 확인할 수 없다. 이미 이름을 부를 수 없는 그 녀석의 뼈가루는 그가 좋아하던 곳에 묻혔으니까.


OO야~~, 너무나 아쉽고 보고 싶다. 그리고 네가 좋아하던 간식을 주며 너의 이름을 부르고 싶다. 부디 무지개다리 건너 강아지나라에서는 다시금 군견으로 복귀해서 은퇴 없이 멋진 모습을 원 없이 보여주려무나~사랑한다. 그리고 고마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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