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견 또복이가 알려주는 것들
아침에 알람 때문에 눈을 뜬다. 자발적인 일어남은 아니다. 매일 아침 무언가 내 손을 앞으로 당겨 일으켜 세우고 등을 떠밀어 올리는 기분으로 침대와 작별을 고한다. 개운하게 일어나기 위해서는 일찍 자야 한다고 한다. 그래서 그렇게 해 보았다. 기대했던 것과는 달리 역시나 피곤하다. 즐거운 마음으로 행복한 기분으로 아침을 맞이하기란 참으로 힘든 일이다.
이런 나의 기분을 아는지 모르는지 '또복이'는 언제나처럼 해맑다. 내가 잠에서 깨어나기 훨씬 전부터 또복이는 침대 곁에 엎드려 나의 기상을 기다린다. '부스럭부스럭' 좀비처럼 일어나고 있던 나를 또복이가 발견한다. 녀석 또한 엎드려 있던 자세을 일으켜 세우며 하루를 시작한다.
또복이의 기상 루틴은 언제나 같다. 일어나자마자 앞다리를 앞으로 쭈욱 빼고 엉덩이를 하늘로 치켜세우며 기지개를 켠다. 요가자세에도 이런 '개'자세가 있다는 데 유명한 요가강사도 또복이를 그대로 흉내내기는 어렵지 싶다. 언젠가 나도 한 번 녀석을 따라 비슷한 자세를 취해보았지만 쉽게 되는 자세가 아니다.
그렇게 스트레칭을 끝낸 또복이는 엉덩이를 바닥에 깔고 앉아 턱을 들어 나를 올려다본다. 부럽게도 충분히 자고 난 얼굴이다. 개들은 선잠을 잔다고 하는 데 또복이는 매번 깊은 잠을 자는 것 같다. 어쩔 때는 한두 시간 미동도 하지 않고 자는 경우도 많다.
암튼 잘 자고 난 또복이는 두 눈을 반짝이며 얼른 산책 가자고 사인을 보낸다. 매일 똑같은 일상, 똑같은 하루인데 또복이는 어떻게 이다지도 즐겁게 새로운 아침을 맞이할 수 있는지 참으로 궁금하다. 마치 ’ 단기기억 상실증‘에라도 걸린 것처럼 어제 일을 모두 잃어버리는 병에 걸린 건지 매일매일이 새로운가 보다. 매일매일이 궁금한가 보다.
하지만 아무리 봐도 단기기억상실은 아닌 것 같다. 고양이와 마주쳤던 장소는 기가 막히게 기억한다. 그 장소에 다다르려면 백 미터는 족히 가야 하지만 줄을 당기며 못 가서 안달이다. 맛있는 것도 잘 기억한다. 용기에 남아 있던 요구르트의 달콤함은 바로 각인이 되나 보다. 뚜껑을 따자 마자 척척척! 또복이의 경쾌한 발소리가 들린다.
기억을 못 하는 것도 아니라면 무엇이 또복이를 행복하게 만드는 것일까? 집 밖을 나가면 목줄을 해야 하고 자기가 가고 싶은 데로 가지도 못하는, 주인에게 얽매여 사는 삶인데... 그렇다고 매일매일 산책코스가 달라지는 것도 아닌데... 하루의 상당 부분을 주인을 기다리며 보내는 게 녀석의 운명인데... 어떻게 또복이는 그렇게 즐거운 마음으로 하루를 시작할 수 있는 것인지 정말 알 수가 없다.
이에 반해 우리는 목에 줄이 메어 있는 것도 아니고 원한다면 자유롭게 하고 싶은 걸 할 수 있는 데도 무표정한 얼굴로 하루를 시작한다. 운명마저 거스를 수 있다고 자부하면서... 환경은 환경일 뿐 우리의 의지로 역경과 고난을 극복할 수 있는 우월한 종족이라고 뻐기면서... 어째서 우리는 죽상을 하고 죽지 못해 아침을 맞이하는 것이지 이 또한 참으로 불가사의한 일이다.
이런 나를 이해 못 하겠다는 듯이 또복이는 이렇게 말한다.
"매일매일이 최고의 날인걸요, 저는 참으로 축복받은 존재인 것 같아요. 매일 흥미로운 냄새를 맡을 수 있고요. 새로운 친구를 만나면 반갑게 인사할 수도 있어요. 잔디에 누워 일광욕도 할 수 있고요. 못 보던 고양이를 만나면 한 껏 놀라게 해 줄 수 있어서 신나요. 어제는 어제대로 좋았고 오늘은 또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몰라 설레고 많이 기다려지는 것 같아요"
그렇다. 또복이는 과거를 후회하지 않고 미래를 걱정하지 않고 지금을 산다. 그래서 지금 이 순간이 소중하다. 여기 지금 이 순간이 녀석의 전부이니 좋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제야 알았다. 또복이가 매일 아침 그렇게 즐거운 기분으로 하루를 시작할 수 있었던 건 일상에서 작지만 확실한 기쁨들을 자주 맛보았기 때문이다. 행복은 '강도'가 아니라 '빈도'라는 사실을 이미 깨우치고 있었던 거다. 아~ 오늘도 또복이에게 한수 배운다. 내일이 먼저 올지 죽음이 먼저 올지 모르는 삶이니 닥치고 즐겁게 오늘을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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