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답하라! 1990년대 오락실 - 속편

돈의문 박물관 마을에서 우연히 만난 90년대 오락실과 만화방

by Funny Sunny

응답하라! 1990년대 오락실 – 속편

딸과 함께 다시 찾은 그 시절, 오락실과 만화방.

지난 5월, 나는 ‘응답하라! 1990년대 오락실’이라는 제목으로 내 어린 날의 추억을 글로 불러냈다. 동전 한 줌이면 세상이 내 것이던 시절, 갤러그와 스트리트파이터 II 앞에서 손에 땀을 쥐던 그 흥분을 기록으로 남겼다. 글을 쓰고 나서도 가슴 한구석엔 아련한 그 시절의 냄새가 계속 맴돌았다.

그리고 지난 7월 30일, 뜻하지 않은 장소에서 그 기억이 현실로 다시 소환되었다.


돈의문 콤퓨타게임장 입구에서 시간 여행의 문을 열다

20250730_110215_HDR.jpg 게임장과 만화방 이용료가 무료다. 종로구청에서 운영하는 듯

종로 돈화문 역사거리를 거닐다가 우연히 들어선 ‘돈의문 콤퓨타게임장’. 간판만 봐도 시간여행이 시작되는 느낌이었다. 게임장 2층에 ‘새문안 만화방’이라는 간판이 붙어 있었는데, 내 학창 시절의 두 축—오락실과 만화방—이 그대로 붙어 있는 풍경이라니. 순간, 내 발걸음은 망설임 없이 안으로 향했다.

입구를 열자, 반짝이는 CRT 화면이 줄지어 서 있고, 네온사인 속에서 반가운 타이틀 화면이 날 맞이했다.
Street Fighter II – The World Warrior.
바로 그 게임이었다.


스트리트파이터에 웃음 꽃 피다

딸과오락실.png

나는 딸아이와 나란히 섰다. 조이스틱을 잡는 순간, 손끝으로 전해지는 그 옛날의 긴장감이 되살아났다.
“아빠, 이게 90년 오락실이랑 비슷해?”
“응, 아주 비슷해. 잘 꾸며놨네 ^^"

화면에는 류(Ryu)와 장기에프(Zangief)가 맞붙을 준비를 하고 있었다.
딸아이의 작은 손이 조이스틱을 움직이고 버튼을 연타할 때, 나도 모르게 웃음이 터져 나왔다.
그 모습은 30년 전 오락실 한켠에서, 나와 친구들이 스트리트파이터 대전을 하며 웃고 떠들던 내 모습과 겹쳐졌다.

딸아이와 하는 게임은 승패가 아니라 웃음이었다. 딸의 깔깔거림이 오락실 한 구석을 넘어, 함께하는 시간을 환하게 밝혔다.


만화책 냄새 속으로

새문안만화방.png

게임을 마친 뒤, 2층으로 올라가니 새문안 만화방이 기다리고 있었다.
책장에는 세월의 흔적이 묻은 만화책들이 줄지어 꽂혀 있었다. '공포의 외인구단', '올드보이', '북두의 권' 그리고 어린 시절 친구와 돌려보던 추억의 단행본들.

딸과 나란히 앉아 만화를 펼쳐 보는데, 나는 순간 두 겹의 시간 속에 있었다.
1990년대 대학 시절, 시험 끝나고 前 여자친구(現 아내)와 만화방에 앉아 보던 그 장면.
그리고 2025년 여름, 딸과 함께 같은 책을 넘기며 미소 짓는 장면.

세월은 흘렀지만, 만화책의 냄새와 책장을 넘기는 소리는 여전히 똑같았다.


아빠의 추억, 딸의 첫 기억

돌아오는 길에 딸이 말했다.
“아빠, 나중에 또 오자”

그 말에 내 마음이 따뜻해졌다.
내 유년의 추억이 이제는 딸아이의 첫 기억으로 이어지고 있었다.
그렇게 과거와 현재가 겹쳐진 순간, 나는 느꼈다.
오락실과 만화방은 단순한 공간이 아니라, 세대를 이어주는 타임머신 같은 곳이라는 것을.


마치며...

응답하라, 1990년대 오락실.
이번에는 딸과 함께 응답했다.
내 청춘의 즐거운 기억이 있는 공간이, 이제는 가족과 공유하는 추억의 무대가 되었다.

세상 흐름은 빨라지지만, 이 작은 오락실과 만화방에서의 기억은 오래도록 천천히 흐를 것이다.

이날 딸과 함께 웃었던 순간이, 나의 추억이자 딸아이의 첫 기억으로 오래 남기를.

새문안만화방_딸과.p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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