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5남매였다.

by 김유리

엄마는 5남매였다.

엄마와 작은 이모 사이에 형제가 한 명 있었다고 했다.

그 시절엔 태어나자마자 세상을 떠나는 일들이 종종 있었다고 한다.

그렇게 엄마는 4남매로 자랐다. 큰 이모, 삼촌, 엄마, 막내 이모.

지금은 큰 이모와 엄마 이렇게 둘이 남았다. 막내이모와 삼촌은 세상을 떠났다.

작은 이모는 이른 나이에 알츠하이머 치매를 앓았다. 마흔 초반에 발병되었으니, 굉장히 젊은 나이에 걸린 거다. 처음 발견한 건 외삼촌이었다. 외삼촌은 작은 이모와 한 동네에 살았다. 작은 이모가 기억력이 점점 안 좋아지자, 병원을 가보라 했던 거 같다. 그렇게 이모는 치매 판정을 받았다. 병은 천천히 악화되었다. 발병되고 몇 해 까지는 사람도 알아보고 했으니까. 땅콩이 뇌에 좋다는 말에 한동안 땅콩을 많이 먹어서 살이 찌기도 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기억을 못 하는 일이 잦아졌는 데, 언젠가는 이모가 집에서 외출해 집을 못 찾아오는 일이 있기도 했다. 밥을 먹어놓고, 밥을 먹었다는 것을 기억 못 하기 시작했다. 가끔 우리 가족이 작은 이모네 찾아갈 때면, 점점 우리를 못 알아보기 시작했다. 엄마는 그런 이모에게 “나 누구야 나, 나 누군지 알아보겠어?”라고 물었고, 어느 때는 ‘언니’ 하고 기억해내곤 했다. 이모의 눈빛은 점점 흐리멍덩해지기 시작했고, 뇌기능이 떨어져서 섭식장애가 생기고, 점점 말라갔다.


그렇게 몇 해를 병을 앓다가 결국 돌아가셨다. 몇 해 지나지 않아 작은 이모부도 돌아가셨다. 작은 이모와 작은 이모부 사이에는 딸이 하나 있다. 나보다 3살 어린 사촌 동생.


사촌동생은 경계선 지능장애가 있다. 경계선 지능장애란 일반인과 지적장애의 경계에 있다고 해서 경계선 지능장애라고 한다. 예전에는 경계선 지능장애에 대한 개념이 없어서, 미묘하게 살짝 모자라다고만 생각했다. 그런 애가 자신의 엄마와 아빠의 병수발을 들면서 생활했던 거다. 두 분 다 돌아가신 이후에는 친할머니 집으로 들어가 살았었다.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취득해서 할머니를 돌보면 나라에서 지원받을 수 있는 제도가 있어서 한동안은 할머니를 돌보며 그렇게 생활을 이어나갔다. 그러다 할머니 마저 돌아가시게 되고, 이제는 혼자 생활을 한다. 원래는 할머니의 집을 사촌동생에게 상속해 주기로 했다 그랬는데, 고모들이 집을 팔아서 일부 사촌동생이 살 집의 보증금을 마련해 주고는 자기들끼리 나눠가졌다고 한다.


사촌동생은 일자리를 구하다가 보험 쪽에서 한 달 정도 교육을 받았다가 그만두었다. 사촌동생이 보험영업을 하기에는 아무래도 무리가 있었다. 사촌동생을 데리고, 큰 이모네 다녀온 부모님은 사촌동생을 우리 집으로 초대했다. 그날 우리 집은 김장하는 날이었고, 사촌동생에게 우리 집 와서 같이 밥 먹고, 김치도 가져가라고 했다.


사촌동생을 꽤 오랜만에 보는 거였다. 그렇게 친한 사이는 아니어서 연락하며 지내거나 하진 않았다. 그냥 엄마에게 간간이 소식을 전해 들을 뿐이었다. 우리 집에 와서 같이 식사를 마치고, 소파에 앉아서 tv 보면서 쉬라 해도 편히 쉬지를 못하고, 안절부절 눈치 보며 불편하게 서있었다. 나는 뭐라도 해야 할 거 같아서 엄마에게 사촌동생이랑 같이 영화 보러 다녀오자고 했는데, 엄마는 김장하느라 피곤하다며, 둘이 가서 영화 보고, 나간 김에 사촌동생을 집에 데려다주고 오라고 했다. 어색함을 무릅쓰고 그렇게 사촌동생을 데리고 나갔다.


사촌동생은 영화가 시작하기 전에 잠에 들었다. 애를 깨워야 하나 그냥 자게 둬야 하나 고민하던 중에 영화가 시작하자 사촌동생은 잠에서 깼다. 영화는 ‘청설’을 봤다. 사촌동생은 영화를 보면서 눈물을 훔쳤다. 눈물 나는 포인트가 있었긴 했는데, 나는 눈물이 살짝 고일 정도였다. 그렇게 영화를 보고, 사촌동생의 집에 데려다주었다.


엄마에게 들은 이야기로는 집이 꼭 고시원 같다. 집이 엄청 좁다는 얘기를 들었었다. 내가 가서 직접 보니, 엄마에게 들었던 것보다는 집도 깨끗하고, 건물도 오래되지 않은 건물에 엘리베이터도 있고, 주변에 상가도 많아서 지내기 괜찮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사촌동생 집에 김치를 놔주고, 밖으로 나와 같이 저녁 식사를 했다. 식사를 하면서 어떤 대화를 나눠야 할지 모르겠었다. 무슨 말을 물어봐야 하나. 속으로는 작은 이모는 보고 싶지 않니. 외롭진 않니. 힘들진 않니.라는 질문들이 맴돌았지만, 입 밖으로 내뱉을 수 없었다. 사촌동생의 입에서 어떤 대답이 돌아올지가 무서웠던 거 같다. 내가 생각지도 못한 대답을 할까 봐. 그 대답을 내가 감당하지 못할까 봐. 무서워서 겉도는 질문만 했던 거 같다. 나는 내 삶만으로도 충분히 버겁다고 느끼니까.


식사를 마치고, 나는 사촌동생에게 뭐 필요한 거 없느냐고, 생필품 필요한 거 있으면, 사주겠다고 했는데, 사촌동생은 거절했다. 눈앞에 과일가게가 보이길래, 과일 좀 사서 다음에 또 보자고 하며, 사촌동생에게 들려 보냈다. 마음이 계속 불편했다. 불쌍하고, 측은 했다.


사촌동생의 얼굴엔 작은 이모의 모습이 보였고, 작은 이모부의 모습도 보였다.


미안했다. 세상에 너 혼자가 아니야. 라고 말해주지 못해서. 무슨일 있으면 언제든 연락하라고 말하지 못해서. 미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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