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중과 상연 넷플릭스 드라마 티저가 공개된 이후, 오픈 날 만을 기다렸다.
그리고, 하루 만에 다 봐버렸다. 봐졌다.
이 드라마의 시작은 이렇다.
어느 날 은중에게 절교한 친구 상연으로부터 10년 만에 연락이 온다.
상연은 자신이 말기 암에 걸렸으며, 스위스에서 존엄사를 하기로 결정했고, 그 길에 함께 해달라는 부탁을 해오면서다.
이 드라마는 은중과 상연이 10대, 20대, 30대의 시간 속에서 서로 함께 웃고, 울고, 선망하고, 원망하고, 미워하고, 사랑하는 과정들이 담겨 있다.
드라마 속에서 그 시절마다 담아냈던 장면들에 향수도 느끼고, 아득한 추억에 잠기기도 했다.
이 이상 스포가 될 수 있는 이야기는 담지 않겠다.
나는 왜 이토록 이 드라마에 매료되었을까.
내게도 절교한 친구가 있다.
중학교 1학년. 같은 소속사의 연예인을 좋아한다는 이유로 우리는 친해졌다.
서로가 좋아하는 연예인이 나오는 방송을 녹화해주기도 하고, 같이 녹화한 비디오테이프를 보면서 놀기도 했다. 다른 소속사 연예인을 좋아하는 친구들과 유치하게 다툴 땐, 서로의 편이 되어 같이 싸워주기도 했다.
그 친구는 키가 크고, 얼굴이 하얗고, 공부도 잘하고, 이뻤다.
나는 알게 모르게 그 친구를 동경했던 거 같다.
중학교 2학년이 되었을 땐, 우리는 둘에서 셋이 되었다. 한 명의 친구와 어느 날부터 서로 코드가 잘 맞아서 자연스럽게 친해졌다. 그렇게 셋이서 하굣길을 함께 했던 기억이 난다.
중학교 3학년 때는 서로 다른 반이 되었다.
우리는 셋이서 우정노트를 썼다. 지금은 어디에 있는지 모르는 그 노트에 유치한 이야기들을 잔뜩 썼던 기억이 있다.
이들과 절교하게 된 이유는 명확히 기억나지 않는다.
기억을 더듬어 유추해 보자면,
그 친구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공부를 못했던 나는.
친구들에게 열등감이 있었던 거 같다.
중학교 3학년 졸업을 앞두고, 그 친구들과 같은 학교에 갈 수 없었던 나는 서운했다.
항상 내 편이었던 친구가 나 아닌 다른 친구의 편을 드는 게 미웠다.
학교 계단에서 나를 앞질러 다른 친구와 앞서 가는 것을 보고, 순간적으로 욱해서. 그 친구의 뒷 머리를 잡아당겼다.
지금 생각해 보면, '나도 데려가. 나 왜 놓고 가' 하는 감정이었던 거 같다.
머리를 잡아당긴 나도. 머리가 당겨진 그 친구도. 당황했다.
그대로 얼어붙어서 서로 멈춰있다가 쌩하니 가버렸다.
이후, 둘이서 내게 찾아와 무슨 말을 했었는데. 무슨 말이었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다만, 그 말이 내게 사과할 기회를 주는 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나는 미안하다고 말했는데. 앞으로 연락하지 말라고 그랬었나..
그 친구는 미안하다는 사과를 받아주지 않았다.
그게 마지막이었다.
살면서 후회되는 순간들이. 솔직하지 못했던 순간들이 있다.
마음과는 다른 말과 행동들이 튀어나올 때가 있다.
나는 은중과 상연. 이 드라마가 그런 순간들의 집합체라고 생각했다.
사실 일상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절교했던 친구와 우연하게 다시 만나게 되는 일은 거의 없다.
그래서 드라마다. 그런 순간을 만들어내는 것이 드라마의 힘이다.
은중과 상연.
10대에 연락이 끊겼다가 20대에 다시 만나게 되고, 절교했다가 30대에 다시 만났다가 또 절교했다가. 40대에 친구의 마지막을 함께 해주는 이 이야기가 내게는 웃게도 했다가 울게도 했다가 추억에 잠기게 했다가 내 삶을 돌아보게 했다.
개인적으로 인생 드라마의 한편으로 자리 잡을 거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