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나를 용서하기까지

by 착한임

우리는 종종 다른 사람을 용서하는 법은 배우지만, 정작 자기 자신을 용서하는 법은 배우지 못한 채 살아간다.
나는 그 사실을 너무 늦게 깨달았다.

오랫동안 나는 스스로에게 잔인했다.
과거의 실수를 하루에도 몇 번씩 떠올렸고, 잘못된 선택들을 끝없이 되새기며 스스로를 심판했다.
“그때 왜 그렇게 했을까.”
“다시 기회가 주어져도 똑같이 망칠 거야.”
그런 말들을 마음속에서 반복하다 보니, 나는 내가 나의 가장 큰 적이 되어 있었다.

사람들은 말했다.
“그럴 수 있지. 다 지나간 일이야.”
하지만 그 말이 나를 안심시키지 못했다.
용서란 결국 다른 사람이 아닌, 나 스스로 내려주는 판결이었으니까.
그 판결을 미루는 동안, 나는 과거라는 감옥에 스스로를 가둔 채 살았다.

변화의 계기는 아주 작은 순간이었다.
한밤중, 책장에서 우연히 꺼낸 일기 한 권.
몇 년 전의 내가 쓴 글 속에는, 지금의 나와 같은 불안과 후회가 빼곡히 적혀 있었다.
그걸 읽는데, 이상하게도 그 시절의 나에게는 연민이 먼저 들었다.
그때의 나는 최선을 다하고 있었다.
서툴렀지만, 그만큼 간절했다.
그걸 인정하는 순간, 비로소 ‘그때의 나’를 안아주고 싶어졌다.

그날 이후, 나는 매일 아침 거울 앞에서 작은 습관을 만들었다.
거울 속의 나를 바라보며, 조용히 중얼거린다.
“괜찮아, 네가 했던 선택은 너를 지키기 위한 거였어.”
처음엔 어색하고 믿기지도 않았다.
하지만 매일 반복하니, 조금씩 마음이 부드러워졌다.
마치 단단하게 얼어 있던 마음이 햇빛에 녹듯, 나에 대한 미움이 풀려갔다.

나를 용서하는 건 과거를 지우는 일이 아니다.
그건 과거를 인정하고, 그 속에서 살아남은 나를 받아들이는 일이다.
그 용서가 가능해지자, 나는 비로소 현재를 살 수 있었다.
이제는 과거의 그림자가 나를 붙잡아도, 그 속에서 길을 찾을 수 있다.

혹시 아직도 자신을 용서하지 못한 채 살아가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이렇게 말해주고 싶다.
당신이 그때 내렸던 모든 선택에는 이유가 있었다고.
그리고 그 이유를 이해하는 순간, 용서는 이미 시작된 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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