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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복과 털양말 Jul 09. 2024

일주일이 흘렀다

쉽지 않다


   내 고양이 친구가 무지개 다리를 건넌 뒤로 일주일이 흘렀다. 십 년은 거뜬히 버틴다는 호두나무 유골함에 그 친구의 뼈가루를 담아 집으로 왔다. 집에 그 친구만 한 크기의 허연 구멍이 뚫린 기분이었다. 부모님과 스무 해를 함께 살고 그 친구와 열여덟 해를 함께 살았다. 결코 짧지 않은 시간이다. 남편은 나와 결혼하면서 이 친구와 십 년을 살았고, 아들은 태어나보니 고양이와 함께하는 삶이 마련되어 있었다. 여섯 살 평생을 그 친구와 함께한 것이다. 아들은 그 친구의 모습을 새겨 넣은 열쇠고리가 갖고 싶다고 했다. 그래서 손에 쥐고 달랑거리면서 갖고 놀기도 하고 이름을 부르면서 잘 잤냐고 물어보기도 한다.


  그 친구가 죽은 뒤로 사흘이 지났었나, 나는 낮에 눈 뜬 채 누워있었다. 마침 장마철이니 어두컴컴하여 더더욱 다운되어 있었다. 비가 세차게 내리는데 고양이 울음소리 같은 것이 들렸다. 나는 옆으로 돌아누우며 생각했다. 또 데리고 올 수는 없어. 두 마리를 먼저 보내봤으니 잘 알잖아. 밖에 나가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지만 쉽게 억누를 수 있었다. 밖에서 나는 소리만 빼면 집안에 적막이 맴돌았으니. 그렇게 제 성질만큼 소리를 질러대던 내 친구의 목소리가 빠지자 집이 기절한 것처럼 조용했다. 이건 함께 있을 때 느껴지던 조용함과는 차원이 달랐다. 이 조용함에는 생기가 빠져있었다.


  그 친구가 쓰던 물건들과 먹다 남은 간식을 중고거래앱에 올릴까 생각했다. 그런데 아무래도 다른 집 고양이에게 그 친구가 쓰던 걸 주기 싫어졌다. 앱에 올리지 말까, 하고 작게 말하니 남편도 기다렸다는 듯이 그러자고 했다. 그래서 버리기로 했다. 그런데 내가 아직도 나사가 하나 빠진 것 같다. 뭘 자꾸 빠트리고, 뭘 자꾸 먹어댄다. 그리고 오늘 대형쓰레기 딱지를 사야 했는데 그걸 잊어버렸다. 그 친구가 쓰던 물건을 또 일주일간 쳐다보게 되었다.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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