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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복과 털양말 Jul 23. 2024

그렇다는 말이다

그걸 알아서 뭐 하겠냐마는

  상담 선생님이 했던 말을 곱씹어본다. 착한 딸이 되려 하지 마세요. 의무감에 휘둘리지 마세요. 본인의 마음이 편한 선택을 내리세요.


  아무래도 그러는 편이 내게 좋겠지. 내가 소중하게 여겼고, 내가 사랑하는 존재를 가볍게 여기는 곳에 굳이 내 금쪽같은 가족을 데려가서 푸대접을 받게 해야 하나? 혹시 모를 미래의 후회 때문에? 남편은 본인이 사위의 입장이 아니었다면 내게 가족과의 왕래를 줄이라고, 조금 줄이는 정도가 아니라 획기적으로 줄이라고 말했을 거라 했다. 나는 그 말에 위안받았다. 가장 가까이에서 지켜본 사람마저 이렇게 말할 정도니 내가 부모형제에게 보이는 이 반응이 과하다 말할 수 없다는 정당성을 인정받는 기분이라. 그래.

  여기까지 생각했는데 엄마에게서 전화가 왔다. 몸도 불편하고 날도 덥고 비도 계속 오락가락하니 오지 말라는 전화였다. 어차피 그다음 주엔 외할머니 기일이라 만나기로 되어있으니 당신 생신은 그냥 건너뛰자는 거다. 나는 알겠다고 했다. 어제부터 무슨 핑계를 대야 하나 고민하던 터였다.


  부모자식이나 형제 관계에서도 상성이 지독히 안 맞는 사람들이 있다. 혈연으로 묶여있지 않았더라면 아예 면을 트는 것조차 거절했을 사람. 몰라도 아쉬울 것 전혀 없는 사람.


  그렇다는 말이다. 내가 그런 마음이 뭔지 안다는. 뭐… 그걸 알아서 뭐 하겠냐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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