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훈의 아침에 쓰는 우표 한장 생활칼럼
요리사는 어떤 요리를 하든지 누군가 맛있게 먹어주는 모습을 볼 때 행복을 느낀다. 그런 다정한 모습에는 어머니의 사랑이 담겨 있고 그 사랑은 우리가 잊고 살아가는 많은 것에 대하여 생각하게 한다.
내가 아는 어떤 이야기는 그런 어머니의 사랑이 녹아내려 있다.
아들은 시골에서 자라 배추밭에서 매년 고생하시는 어머니의 모습을 보면서 배추가 참 싫었다. 어머니는 어렸을 적부터 소아마비를 앓으셔서 귀가 들리지 않으셨는데 배추 밭에서 부르는 소리를 듣지 못하셔서 매번 그 넓은 배추 밭을 뛰어가 어머니를 찾아야 했다. 그런 어머니는 유난히 배추를 사랑하셨고 하나밖에 없는 아들을 위해 매번 불편한 몸이시지만 사시사철 맛있는 김치를 담가서 주셨다.
아침에는 계란 프라이 두 개 토마토 케첩 몇 번 빨간 김치 손으로 찢어주시면 그걸 먹고 학교에 가고 도시락 통에는 항상 맛있는 김치 반찬이 있었지만 아들은 그런 어머니의 김치가 그냥 당연한 것인 줄 알았다.
추운 겨울 매서운 북풍이 온몸을 움츠리게 해도 어머니는 그렇게 김치를 담가서 장독에 담아 미소를 지으셨다. 아들은 무거운 장독을 옮기는 게 싫어서 어머니에게 싫은 소리를 해댔다.
“누가 먹는다고 맨날 이렇게 김치를 많이 담가요.”
그때마다 어머니는 웃어넘기시며 말없이 배추를 빨갛게 물들이셨다. 아들이 군에서 입던 깔깔이를 좋다고 하시며 추운 겨울 김장복으로 쓰시던 어머니.
아들은 서울로 대학을 다니며 자취를 하였는데 어머니는 매달 아들이 사는 서울에 무거운 김치와 반찬들을 싸가지고 오셨다. 혹여 아들이 끼니는 거르지 않을까? 걱정하시며 말 못 하는 심정을 김치 통 위에 익숙하지 않은 손글씨로 몇 자 적으셨다.
“끼니 굶지 말고 잘 먹어라 아들아 사랑한다.”
어머니는 매번 김치를 담그시며 거친 손 장갑도 끼지 않으시고 손이 빨갛게 닳아 올라도 아프신 줄 모르셨다. 아니 아프신 것을 참으셨다. 그러던 어머니가 듣지 못하는 장애에 어느 날 교통사고가 나서 하늘나라로 가셨다. 아들은 어머니의 유품을 정리하면서 한없이 흐르는 눈물에 다시는 못 오실 어머니의 사랑을 느꼈다. 배추 팔아서 모은 통장에는 아들 장가갈 밑천으로 들어두신 적금과 몇 안 되는 옷가지 그리고 아들이 사준 고무장갑이 있었다.
어머니는 배추를 빨갛게 물들이며 아들을 위해 그 뜨거운 사랑을 그렇게 담으신 것이었다.
세상에는 변치 않는 사랑이 있다. 바로 이 땅에 모든 어머니들의 사랑일 것이다. 이 고요한 아침 그 사랑을 생각해본다.
배추가 아름답게 물들 때 어머니의 사랑도 그렇게 진해졌다.
2019년 3월 17일 북경에서
사족 : 나는 김치를 담글 때마다 엄마 생각이 난다. 우리 엄마는 내가 담근 김치를 참 좋아하신다. 서울이 멀지만 김치 향이 봄바람 타고 전해지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