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훈의 아침에 쓰는 우표 한장 생활 칼럼
명경지수(明鏡止水)
봄이 되어 겨울 내내 다 비운 김치통을 보고 마음이 왠지 허전한 생각이 들어 어제 장을 보고 배추 스무 포기를 소금에 절여 담가 두었다 아침이 되고 다시 찾은 배추는 물이 빠져 작은 우물처럼 고요한 상태가 되었다. 향긋한 배추 냄새와 맑디 맑은 그 소금물에 잠시 비친 내 모습이 측은 했다. 이제는 소소한 삶의 재미를 아는 한 인간으로서의 모습과 작은 고요함에 귀를 기울이며 사색하는 시간이 주어진 것에 감사했다.
요즘 나는 옛 동경(銅鏡 청동이나 동으로 만든 거울)에 관심이 있어 공부하고 있다. 처음에는 거기에 새긴 문양이나 형태에 흥미가 있었으나 요즘은 녹이 쓴 거울을 다시 갈고닦아서 거울 본연의 의미를 되새기고 있다. 비친 자신을 그리고 빛을 반사하는 거울은 인간에게 오랜 세월 큰 의미를 두고 자아를 발견하는 도구로 사용되어 왔다. 오늘은 그 거울과 관련된 이야기 하나 해보고자 한다.
노(魯) 나라에 죄를 지어 다리를 잘린 왕태(王駘)라는 사람이 있었는데, 그를 따라 배우는 사람들이 공자의 제자의 수와 같았다. 공자의 제자가 그에게 사람들이 죄를 지은 왕태와 같은 자에게 많은 사람들이 모여드는 까닭을 묻자, 공자는 다음과 같이 대답하였다.
"사람은 흘러가는 물에는 비춰 볼 수가 없고 고요한 물에 비춰 보아야 한다. 오직 고요한 것만이 고요하기를 바라는 모든 것을 고요하게 할 수 있다(人莫鑑於流水 而鑑於止水 唯止能止衆止)."
이게 무슨 말일까?
신도가(申徒嘉)라는 사람의 말을 빌리면 다음과 같다.
“거울이 밝으면 먼지가 끼지 못하고, 먼지가 끼면 거울이 밝지 못하여 어진 사람과 오래도록 함께 있으면 허물이 없어진다고 하니(鑑明則塵垢不止 止則不明也 久與賢人處 則無過). 세상에는 잘못을 변명하는 사람은 많으나 제 잘못을 인정하면서 그로 인해 받는 죄를 마땅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적구나"
왕태는 자신의 반성을 사람들에게 이야기하며 스스로의 허물을 부끄러워하지 않았다. 그 고백이 사람들을 감동시킨 것이다.
요즘 아침에 일어나면 너무 많은 세속의 사건들이 눈과 귀를 힘들게 한다. 스스로 거울에 비친 의미 있는 반성의 시간이 필요한 세상이다.
김치 담구어 놓은 소금물에 비친 내 모습이 웃고 있는 이유는 이 김치들을 담가서 나누어 먹을 즐거움에 나 자신을 돌아보는 거울이라서 행복한 하루이다.
명경지수(明鏡止水)
밝은 거울에 비친 물과 같은 마음
그런 고요하지만 편안한 하루가 되었으면 한다.
2019년 3월 16일 북경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