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 한 병 골라주세요

김기훈의 아침에 쓰는 우표 한장 생활칼럼

by Kimkihoon

오늘은 소위 말하는 불금이다. 불타는 금요일 일주일 동안 일에 지친 직장인들에게는 주말로 들어가는 황홀한 그날이다. 젊은이들에게는 먼가 요즘 뜨거운 버닝한 금요일 그런 오늘 와인 이야기 하나 해야겠다.

와인 좋아하세요?

왠지 이 말을 들으면 먼가 있어 보인다.

무슨 와인 좋아하세요?

그런데 이 말을 들으면 정작 대답하기는 어렵다. 왜냐하면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세상에는 맛있는 와인이 너무 많아 고르기 어려운 경우 / 시간이나 여력이 안되거나 와인에 대해 관심이 없는 경우 / 와인에 대해 이야기하며 마실 친구가 없는 경우 / 술을 즐기지 않는 경우 등등이다.

그러나 좀 있어 보이고자 하는 사람들 혹은 정말 와인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자 하는 분이라면 오늘 와인 한 병 기억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내가 추천하고자 하는 와인은 스페인의 리오하(Rioja)와인이다. 참고로 스페인에서는 J를 ㅎ 발음으로 읽는다. 와인의 찰떡궁합인 하몽(Jamon)도 자몽이 아닌 하몽으로 읽는다. 어디 가서 자몽이라고 읽으시면 무식이 탄로 나니 알아두시면 좋다. 이 지역의 와인은 한국인이 좋아할 만한 향을 고루 갖췄다. 사실 한국인의 입맛은 매우 글로벌한 편은 아니지만 개인의 취향을 고려해도 리오하 지역의 와인은 감미롭고 묵직하며 견고하면서도 발랄하다. 밀키한 향기와 숙성된 과일향은 천상의 와인이라고 해도 손색이 없다. 소위 말하는 가성비에서도 세계 최고의 와인이라고 해도 좋다. 물론 호주나 칠레의 와인도 훌륭하지만 오늘의 주제는 스페인 와인이기 때문에 리오하 와인 이야기만 하겠다.

이 지역의 와인은 아주 독특한 역사를 가지고 있다. 먼저 이 지역의 이름의 기원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리오하는 11세기부터 불린 명칭으로, 리오하 지역을 관통하여 흐르는 에브로 강의 일곱 개 지류 가운데 하나인 리오 오하(Rio Oja)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장밋빛 토양 때문에 스페인어로 ‘빨강’을 뜻하는 로하(Roja)라는 말에서 유래했다는 설도 있다. 또는 바스크어로 ‘빵의 땅’이라는 뜻의 에리아 오히아(Eria Ogia)에서 나왔다는 설도 있는데, 이 지역이 곡물 재배지로 유명하기 때문이다. - 세계의 와인 생산자들

그런데 지역이 원래 포도 생산지로 유명한 것은 아니었다. 그 이유는 리오하는 포도의 에이즈라 불리는 필록세라병이 유럽 전역의 포도원을 피폐하게 만들던 당시 비교적 영향을 덜 받은 지역으로, 이 때문에 프랑스 보르도의 와인 생산자들이 리오하로 이주하면서 그들의 양조기술을 전파하게 되면서 유명해졌다. 태양의 아름답고 넉넉한 일조량과 배수가 잘되는 토양 풍부한 인적자원 바로 하늘과 땅과 사람이 만들어낸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 그중에서도 리오하 와인의 가장 큰 특성은 우리의 된장과 같은 숙성에 있다. 추가로 리오하 와인은 우아하고 토속적이며 품종, 포도재배, 와인 양조의 세 가지 요소가 오랜 기간에 걸쳐 조화를 이루어 빚어낸 걸작이라고 평가받는다.

숙성에 따라 분류하면 다음과 같다.

-크리안사(Crianza): 합계 최소 2년, 그중 오크통에서 최소 1년, 병에서 최소 6개월 숙성한 와인.

-레세르바(Reserva): 오크통에서 1년, 병에서 2년 숙성한 와인.

-그란 레세르바(Gran Reserva): 오크통에서 2년을 기본으로 숙성한 후에, 병에서 3년 숙성한 레드와인과 병에서 2년 숙성한 화이트 와인 포함된다. 전통파 생산자들은 대부분 이 방식으로 만든다. 이렇게 만든 와인은 15년 이상 숙성은 기본으로 견딘다.

기본적으로 이중 레제르바 와인을 가장 추천한다. 가장 알맞은 바디감과 가격도 저렴하여 삼만원에서 육만원 사이면 좋은 와인을 고를 수 있다.

어디 가서 무슨 와인 좋아하세요 라고 질문받으면 당당하게 스페인 리오하 와인의 레제르바를 좋아한다고 하면 이 사람 와인에 대해 좀 아는 사람이라고 대우받을 수 있다. 그리고 돈을 써도 아깝지 않다.

이 와인은 한국인이 좋아하는 돼지고기 요리와도 궁합이 아주 잘 맞는다. 부드러운 향기와 목 넘김이 느끼한 맛을 중화시켜주기 때문이다. 시지 않고 떫지도 않기 때문에 와인을 처음 접하는 사람도 그 맛을 즐길 수 있다.

좋은 와인을 좋은 벗과 함께 나눌 수 있다면 행복한 일일 것이다. 이 아름다운 봄날 주말로 향하는 금요일의 시작에서 와인 한 병 추천해본다.

2019년 3월 22일 북경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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