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정(母情)

김기훈의 아침에 쓰는 우표 생활 칼럼

by Kimkihoon



우리 집 고양이가 밤새운다. 얼마 전 새끼를 낳고 더 칭얼댄다. 아들 집에 오신 어머니가 고양이 울음에 귀를 기울이신다.

“미미야 왜 울어?”

우리 집 어미 고양이는 눈망울을 깜빡거리며 애교를 피운다. 그리고서는 다시 칭얼댄다.

“야옹”

어머니는 나에게 미미가 새끼를 낳고 더 잘 먹어야 하시면서 사료를 더 많이 주라고 하신다. 젖을 먹일 때에는 두배로 먹는다고 애를 낳아 봤어야 알지 라고 하시면서 당부를 하신다. 젖을 먹이는 동물인 포유류의 인간과 고양이에게는 모두 깊은 모정이 있다.

어제는 이미자의 모정이란 노래를 틀어놓고 지나간 옛 시절의 외할머니 이야기를 하시는 어머니 당신께서 젊은 나이에 청산 과부가 되어 여섯 자식을 홀로 키우신 외할머니

시장통 번데기 장사부터 국수장사 노점 장사에 일 년 열두 달 마른 가지에 바람 잘날 없으셨던 한 여인의 이야기를 듣고 있자 하니 우리나라 근현대사가 눈에 지나가는 것 같았다. 없는 사람이야 해주지 못하는 모정이 얼마나 더 간절할까마는 보릿고개의 옛이야기는 사실 요즘처럼 풍족한 시절에는 요원한 이야기 일지도 모르겠다.

내가 중고등 학교 때인가? 지오디라는 그룹의 어머니라는 노래가 한창 유행하던 때가 있었다. 어머니는 짜장면이 싫다고 하셨어라는 가사의 애절한 김태웅의 목소리가 매우 기억에 남는 노래였다. 대학 수능이 끝나고 중국집 짜장면을 먹으며 어머니는 내게 말씀하셨다.

“아들아 엄마는 아들이 좋아하는 무언가를 했으면 좋겠다. 아들의 인생은 아들이 개척해 나가는 것이고 부모의 의지는 네가 후회 없는 삶을 사는 것이야”

그러고 십오 년이 흘렀다. 스무 살의 나는 어느덧 서른의 중반을 지나고 있고 흘러간 세월만큼 어머니의 주름은 그렇기 나지막한 어머니의 키처럼 잔잔히 머물러 있다. 문득 어머니를 모시고 전동차에 드라이브를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그 이야기는 어머니가 몇 년 전 콘서트장에서 경험하신 추억에서 기원한다.

몇 년 전 북경에 모처럼 오신 어머니를 모시고 공연을 보고 나오자 우르르 몰린 사람들과 북새통인 차도에 다음 행선지인 분위기 좋은 라운지에 가야 하는 일정인데 도저히 움직이기 어려운 분위기 때문에 놀란 적이 있었다. 그런데 저기 보이는 자전거로 끄는 인력거가 눈에 들어왔다. 순간 그 인력거 꾼에게 하얏트 호텔까지 얼마면 되겠냐고 물어봤다. 인력거 아저씨는 거기는 너무 멀어서 안 간다고 했다. 나는 돈을 두배 줄 테니 가자고 했고 아저씨는 안되는데 하면서도 우리 모자를 테우고 달리기 시작했다.

계절은 사월이라 백화가 만발하고
부는 바람 사이 꽃잎은 떨어지는데
차들은 멈춰서 가지를 않고
길 사이로 내달리는 우리 모자는
그렇게 봄날의 추억을 간직 하누나

어머니는 그때의 추억이 가장 인상이 깊다고 하셨다. 비싼 외제 승용차보다 아들이 발휘한 기지로 다른 고급차들이 도로에서 가지도 오지도 못하는 광경에 우리만 쌩쌩히 내달린 그 추억을 고급 호텔 로비에 내리는 인력거의 여유는 그 누구가 부럽지 않은 재미있고 유쾌한 추억이셨다고 그래서 나는 그때의 기억이 매우 남다르다.

세월은 흘러서 가고 오늘의 추억은 오늘만 간직하는 것이기에 어머니 다리 건강하실 때에 전동차 뒷좌석에 모시고 여기저기 설명하며 북경 거리는 내달리는 봄날에 추억의 사진들은 오늘 이렇게 나의 자랑거리가 되어간다.

소중한 추억은 비싼 것이 아니라 남다른 것이며 누구난 할 수 있지만 누구나 쉽게 지나치는 것이다. 사람의 기억은 저 멀리 손짓하는 신기루 같아서 담아서 추억할 뿐 오늘의 행동이 더 값어치가 있다.

어머니가 귀국하는 짐 가방에 한 꾸러미 챙겨드린 생활용품 어머니 머리에 좋은 샴푸며 때 잘빠진 빨랫비누 좋아하시는 차와 다구 내가 평소 좋다고 생각했던 물건들을 모아서 담아놓으니 오실 때 가방 가져오지 말라고 한 약속을 지켰다는 아들의 기쁨이 진해졌다.

어머니 오래오래 사세요.
이 아들이 편히 한번 모시겠습니다.
사랑합니다.

그렇게 봄날 잔잔한 모정의 생각하며
다시 일상의 꽃을 피워본다.

2019년 4월 24일 북경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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