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쓰는 우표 생활 칼럼
중국의 유명 미술 대학 교수 둘과 오랜 벗이 찾아왔다. 몇 년 전부터 소개해주고 싶다고 했던 벗은 새로운 두 사람을 대동하고 그렇게 나를 방문했다. 벗은 오랜 세월 동안 문방사우와 바둑을 좋아해서 작은 가게를 하나 열어 소일거리로 세월을 보내며 역사나 문화에 대한 비평을 좋아하는 친구이다. 나랑은 한 십여 년 차이나는 세월을 더 살았다. 성격은 매우 강직하고 꼿꼿해서 바른말을 즐겨하며 불의를 참지 못하는 성격에 젊은 시절 기자생활을 하다 상관의 부당한 압박을 참지 못하고 때려치우고 책이나 읽으며 사는 전형적인 현대 중국의 은둔형 선비이다. 어쩔 때는 바른말을 하도 해서 목소리가 쩌렁쩌렁 울릴 때면 그의 깡마른 체구가 왠지 모를 강철처럼 느껴지기도 하다. 얼마 전에는 발을 헛디뎌서 다리에 골절 상을 입어 몇 달을 몸져누웠는데 나는 너무 강하면 부러진다는 말을 농담처럼 했다. 그러면 그 친구는 너는 살이 많아서 둥글둥글 유순해서 좋다고 이야기하곤 했다. 어제는 그런 친구가 다리를 저는 모습이 안타깝기도 하고 현대 중국의 지식인들이 저는 다리처럼 사회에 가지지 못하는 이상과 현실을 보여주는 듯해서 매우 안타까웠다.
“차를 따르고 향을 피워 벗을 맞이하면 거문고 소리 즐겨 들으며 시제 하나 띄우면 오가는 문답에 시간 가는 줄 몰라라”
차를 마시면 먼저 이야기 한 주제는 벼루 이야기 이 친구는 요즘 벼루의 공예 기술이 너무 기교적이고 상업적인 말을 했다. 그래서 옛 선인들의 작품을 보면 너무 비교가 돼서 요즘 만드는 벼루들은 쳐다보지도 않는 다고 그래서 내가 답했다. 무릇 예술이던 기술이던 그 시대마다 가진 특징과 성격이 있는데 지금의 사람이 옛사람을 바라보며 존경하듯 현재 사는 사람도 후세에는 가치가 있는 무언가로 남으니 너무 야박하게 평가해서는 안된다고 했다. 그러자 그 친구는 내가 가지고 있는 소장품은 젊은 취향이라 나이가 들면 바뀔 거라고 했다. 나는 웃으며 그럼 그때 가서 생각해보지요 하고 웃으며 이야기하자 주위가 한바탕 웃음으로 넘쳐났다.
“내가 뚱뚱하고 비대해서 사람들이 나를 보면 밥을 먹지 않아도 푸근해 보이고 배부른 것처럼 차고 넘치니 나는 돈도 쓰지 않고 사람들의 눈을 호강해주며 그런 사람들을 나를 보고 포대화상이라고 하기도 하고 미륵불이라고 하기도 한다. 그대는 보리수 밑의 깡마른 석가모니 같기도 하고 산속에서 수련하는 나한 같기도 한데 우리가 서로 만난 것은 서로 다름이 매력으로 보이니 뚱뚱이와 홀쭉이는 그 궁합이 맞지 않소?”
친구는 배꼽이 빠지게 웃으며 산중문답이 따로 없다고 했다. 나는 갑자기 내 소장품 가운데 청대 화가 이찬의 그림 향산 구로도가 생각나서 펼쳐 보였다.
空門寂靜老夫閑 伴鳥隨雲往復還
家釀滿甁書滿架 半移生計入香山
(공문적정노부한 반조수운왕부환
가양만병서만가 반이생계입향산)
절집은 고요하고 늙은이는 한가하여
새를 벗하고 구름을 따라가고 오네
담근 술은 병에 가득 책은 시렁 가득
생계의 절반을 옮겨 향산으로 들어가네
백거이(白居易/唐), <향산사(香山寺)> (二絶其一)
그림을 감상하며 차를 들면서 같이 온 중앙미술학원의 교수는 내게 자기가 지금 꿈을 꾸고 있냐며 놀라워했다.
“꿈은 현실에 있고 현실은 꿈에 있으니 우리 사는 세상은 꿈이 없으면 살기 어렵고 현실에 있으면 꿈이 그리운 법이지요.”
웃으며 오고 가는 대화는 그렇기 몇 백 년 전 문인들의 아집(雅集-고아한 취미 모임)같이 그림 감상하고 거문고 타며 인생을 이야기하는 묘미로 그렇게 흘렀다.
무릇 사람은 좋은 것을 함께 하며 나누길 좋아한다. 내 부모에게 효도하고 친구에게 신의를 지키며 사람과 사람의 정을 나누다 보면 어느덧 인생의 은은한 차향기를 나눌 수 있다.
2019년 4월 27일 북경에서
오늘의 칼럼 퀴즈
여유(餘裕)가 있어 한가(閑暇)롭고 걱정이 없는 모양(模樣)이라는 뜻으로, 속세(俗世)에 속박(束縛)됨이 없이 자기(自己)가 하고 싶은 대로 마음 편히 지냄을 이르는 말 멀까요?
맞추시는 분께는 나중에 만나면 선물하나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