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오절에 이르러

김기훈의 우표와 시가 있는 아침

by Kimkihoon


굴원이 말하기를
인생은 한 번이라
내 뜻하는바 있어
세상에 나왔거늘
탁한 물에는 발을 씻고
맑은 물에는 머리를 감네

세상에 한 많은 일이
어디 한 두 가지일까?
가려서 보아도
헤아릴 수 없네
멱라수 깊은 물은
사람의 속이라네
깊고도 어두운 물속
무엇이 있을까?

사람들아 사람들아!
뜻이 없거든
살아갈 이유 없고
사는 게 고달프면
헤처 나가는 게
인생의 묘미이니
구차한 건 버려두고
한 번 온 인생
후회 없이 살아보세!

산은 높은 것마다 안고
바다는 깊음은 마다하지 않으니
천하가 다 내 마음으로
산과 바다 그 어디에도
그 큰 뜻이 있으리라.
스스로 다가서서
사는 곳이 삶이라네.

2019년 6월 7일 단오절에 북경에서

어부사 漁父辭

굴원이 추방되어 강과 호숫가를 이리저리 떠돌며 시를 읊고 방황하니 안색은 초췌하고 몰골이 마르고 시들었다. 어부가 그를 보고 말했다. “그대는 초나라 삼려대부가 아니시오? 어찌 이곳에 이르러 방랑하시오?” 굴원이 말했다. “세상이 모두 탁해졌는데 나 홀로 맑고 바르고자 했으며, 뭇사람들이 모두 취해 몽롱하거늘 나 홀로 술 깨어 있고자 했노라. 이런 연유로 추방되었노라.” 어부가 다시 말했다. “성인은 만사에 엉키거나 얽매이지 않고 능히 세속과 어울려 옮아갈 수 있다 했소. 세인이 모두 탁하다면 왜 그대는 썩은 진창의 물을 더욱 어지럽게 하고 탁한 물결을 일게 하지 않으시오? 또한 뭇사람들이 모두 취해 세인이 혼몽하다면 왜 그대는 어울려 술지게미를 먹고 진한 술을 마시지 않으시오? 무슨 까닭에 깊이 생각하고 고결하게 하여 스스로가 추방되게 하였소?” 굴원이 말했다. “내가 듣길, ‘새로이 머리를 감은 사람은 관을 털어 머리에 얹고, 새로이 몸을 씻은 사람은 반드시 옷을 털고 걸친다.’라고 했소. 그러니 어찌 청결한 몸에 더럽고 구저분한 것을 받을 수 있겠소? 차라리 상강 흐르는 물에 몸을 던져 물고기의 배 속에 묻히는 것이 훨씬 나을 것이오. 어찌 깨끗하고 흰 내가 세속의 더러운 티끌과 먼지를 뒤집어쓸 수 있겠소?” 어부가 웃으며 노를 저어 배를 몰아가며 노래를 지어 말했다. “창랑의 물이 맑으면 나의 갓끈을 씻고, 창랑의 물이 탁하고 흐리면 나의 발을 씻으리.” 어부가 어딘가로 가 버려 다시 더불어 말을 나누지 못했다.

굴원의 대표작인《어부사(漁父辭)》는 정계에서 쫓겨나 강남에 머물며 집필한 작품이다. 창강에서 고기를 잡는 어부를 만나 대화를 나누고 깨친 바를 집필한 책이다. 굴원은 어부사에서 자신을 중취독성(衆醉獨醒)이라 일컬으며 초나라가 처한 상황을 한탄했다.《사기》에는 <회사부(懷沙賦)>를 싣고 있는데, 이는 절명(絶命)의 노래이다. 한편, 자기가 옳고 세속이 그르다고 말하고, 난사(亂辭:최종 악장의 노래)에서는, 죽어서 이 세상의 유(類:법·모범)가 되고 자살로써 간(諫)하겠다는 결의를 밝히고 있는데, 실제로 창사[長沙]에 있는 멱라수(汨羅水)에 투신하여 죽었다. 그의 작품은 한부(漢賦)에 영향을 주었고, 문학사에서뿐만 아니라 오늘날에도 높이 평가된다. 굴원이 멱라수에 투신하여 죽은 날이 음력 5월 5일 단오날인데 중국에서는 이날을 문학의 날로 기린다. 특히 단오날에 댓잎에 싸서 먹는 쫑쯔(粽子)는 굴원을 기리기 위한 음식으로 유래되었는데 쫑쯔를 강물에 던져 물고기들이 굴원의 시신을 뜯어먹지 못하게 했다는 풍속이 전해진다. 또한 중국에서 행해지는 용선(龍船) 경주 시합도 강물에 빠진 굴원의 시신을 빨리 건져내기 위한 것에서 유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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