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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던진 칼이 내 등을 찌를 때

스스로에게 족쇄를 채우는 3가지 방법

by 김유난


다른 사람에게 불필요하게 엄격한 기준을 세우면 그 기준은 자신에게 더 엄격하게 돌아온다. ​


상대에게 채운 족쇄는 결국 본인이 차게 되기 때문이다.

1. '못생겼는데 왜 이렇게 나대지?'


만약 어떤 사람을 보고 '못생겼는데 왜 이렇게 나서지'라는 판단을 한다면, 그때부터는 평생 나대지 못하는 인생을 살아야 한다.

외모라는 것은 상대적인 것이기 때문에 나보다 외모가 잘난 사람 앞에서는 섣불리 나대지 못하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판단이 순간적이든, 수시로 하는 판단이든 그런 판단을 누적할수록 내 무의식 속에 스스로에 대한 기준까지 엄격하게 세우고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에이 그건 인성이 안 좋은 사람들이지"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많은 분야로 넓혀서 생각해 볼 수 있다.

예를 들면, 친구가 블로그로 글쓰기를 시작했다고 하자. 근데 그 친구의 이웃이 적은 것을 보고 '에이 이웃도 적으면서 누가 본다고 블로그를 한다고 하는 거야'라는 판단을 한다면, 나중에 내가 글쓰기를 하고 싶어 지거나 블로그를 하고 싶어 져도 무의식 중에 채워진 족쇄를 섣불리 벗어낼 수가 없어진다. 글쓰기나 블로그는 ‘대단한 사람들’만 한다는 규제를 스스로에게 세워버렸기 때문이다.

꼭 글쓰기나 블로그를 하고 싶어지지 않더라도, 자신이 새로 해보고 싶은 무언가가 생겼을 때, 내가 그동안 스스로에게 채워왔던 족쇄만큼 '초심자로서의 초라함'을 견딜 수 없게 된다.

살면서 스스로에게 족쇄를 많이 채운 사람들은 보통 남 험담을 하기 좋아한다. 본인이 무언가를 시작할 수 없는 것을 남들이 유난을 떤다며 깎아내리는 방법으로 합리화하기 때문이다.​

2. '또 잔소리하네'

구도원 : 화내고 혼내고 하는 거 그거 쉬운 거 아니야. 혼내는 사람도 불편하고 눈치 보고 신경 쓰이고 그래 근데 그래도 해야 돼. 괜히 그러는 거 아니잖아 잘못했으면 혼나는 건 당연하지. 그리고 인턴한테 좋은 사람보단 혼내서라도 뭐가 잘못됐는지 가르쳐 주는 그런 사람이 더 필요하다고

엄재일 : 아니던데. 무섭게 혼났을 때보다 괜찮다고 다음에도 잘하면 된다고 너 잘못 아니고 우리 잘못이라고 해주니까. 저는 막 더 잘하고 싶던데, 다시는 실수 안 하고 싶고.

구도원 : 누가 그래?

엄재일 : 은미 선생님이요.

구도원 : 그거는, 그건 네가 착해서 그런 거지. 넌 착해서 은미의 선의를 고마움으로 받아주는 그런 사람이니까. 그러니까 그게 통하는 거지. 야 세상에 어? 아니 이 병원에 그런 사람 많이 없어. 보통은 이용해 먹고 만만하게 보지. 나쁘게 살면 얼마나 편하고 좋은데 누가 니들처럼 그렇게 사냐 바보같이.

잘못했으면 혼내 잘하면 칭찬해 주고 일단 그것부터 시작해. 그러다 보면은 화낼 때, 보듬어줄 때, 그걸 판단하는 기준이 되게 생기지 않을까? 그것만 확실하게 해 줘도 후배들은 보통 좋아하던데.

< 드라마 '언젠가는 슬기로울 전공의 생활' >


세대가 바뀔수록 조금의 불편함도 감수하기 싫어하고 윗사람들에게 불평불만이 가득한 어린 친구들이 많다. 조금 지적했다는 이유로, 조금 일이 많다는 이유로, 조금만 추가 근무를 해도 싫은 티를 낸다.

하지만 결국 나중에서야 상사, 사수, 관리자의 위치가 되어서 그게 필요한 말이었다는 것을 깨닫는다.

'아 그때 그럴 수밖에 없었구나, 내가 생각이 짧았구나'

근데, 깨닫고 나서 그때 가서 좋은 말을 해주겠다며 후배들에게 잔소리를 하고 지적을 하면 똑같은 상황이 벌어진다. 고민 없이 자기가 하고 싶은 말만 하기 때문에. 그때부터는 '내가 하는 말이 잔소리로 들리겠지?'라는 생각에 말을 아끼게 된다.

옛말에 윗사람은 입은 닫고 지갑은 열라는 말이 있지만, 기분을 나쁘게 하더라도 쓴소리를 해주는 선배는 무조건 필요하다.

그만큼이나 후배를 혼내는 것은 쉽지 않다. 당근과 채찍을 적재적소에 주어야 하는데, 고민을 해본 적이 없는 선배는 채찍이 필요한데 당근을 주고, 당근이 필요할 때 채찍을 주기 마련이다. 그저 선배들은 후배들을 이해하지 못한다는 생각으로 가득 차서 선배들의 마음을 헤아리려고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어쨌든, 자신은 눈치가 빠르고 메타인지가 높은 사람이라고 생각하지만, 그냥 눈치를 보는 사람이 되어버린다. 그러면서 후배들에게 적당히 쓴소리도 하면서 존경도 받는 사람들을 부러워하다가 시간이 지나버린다.

​​

3. 영 앤 리치(Young & Rich)


누군가를 판단하려고 했던 것은 아니지만, 30대 중반이 되었을 때, 자신의 커리어를 잘 이뤄내어 돈도 많이 벌고 스포츠카도 한 대 보유하고 있고, 좋은 배우자도 찾아서 결혼도 잘하는 것이 '성공한 인생'이라고 생각했다.

서른 중반에 아직 직장에 열심히 다니는 지금의 나와는 다르게 말이다.

나 스스로 족쇄를 채운 것이다. 30대 중반에 부자가 되지 않은 사람은 '인생을 치열하게 살지 않은 사람'이라는 족쇄. 그래서 영 앤 리치에 집착을 했던 것 같다. 이제는 영 앤 리치보다는 그동안 살아온 나의 인생도 아껴주며 지금의 나에 집중하기로 했지만, 결국 스스로에게 채우는 족쇄라는 것이 이렇게 위험하다는 생각을 한다.

누군가를, 무언가를 섣불리 판단하지 말자.

상대방을 쉽게 판단하는 순간 자신의 마음에 보이지 않는 족쇄를 채우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 족쇄는 한번 채워지면 쉽게 벗겨낼 수 없다.



내 모든 오감에 유난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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